지난 4일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뜻깊은 날이었다. 이날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extrade)가 상장주식 10종목에 대해 오후 8시까지 매매체결업무를 개시했다.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체결은 그동안 한국거래소가 독점적으로 수행해 왔는데 국내 증권거래시장도 경쟁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대체거래소가 정규 거래소(exchange)와 경쟁하며 증권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 70개 이상, 유럽 140개 이상, 일본 3개의 대체거래소가 설립돼 있다.

대체거래소는 정규 증권거래소 밖에서 정보통신망과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증권거래를 수행하는 기관 시설 시스템 등으로 전통적 거래소를 대체하는 증권거래시장을 통칭한다. 국내에서는 통상 대체거래소(ATS)라 하고, 자본시장법에서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대체거래소는 올해 비로소 영업을 개시했으나, 미국에서는 1969년 대체거래소의 일종인 전자 장외증권 중개회사(ECN) Instinet㈜가 영업을 시작했다. 신속한 시세정보·주문 전달, 기관투자자의 다양한 거래수요 충족, 저렴한 수수료 등의 이점을 등에 업고 1970년대 이후 여러 ATS가 출범했다. 정규 거래소인 나스닥도 ATS의 전자주문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1971년 미국증권딜러협회(NASD)가 도입한 장외증권 자동호가(Automated Quotation) 시스템의 명칭에서 유래됐다.

미국에서 ATS 성장을 촉발시킨 사건은 1987년 10월 증시 대폭락사건인 블랙먼데이였다. 당시 ATS는 완전 전산화로 폭락장에서도 원활히 증권거래를 수행했지만, 정규 거래소는 시장조성자의 주문 회피로 유동성 부족사태가 발생했다. ATS거래의 우수성 입증으로 1990년대에 ATS거래가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1998년 미국 증권감독기관(SEC)이 ATS를 정규 증권거래소가 아닌 중개회사로 규제체계를 정비했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규제를 적용받게 된 ATS는 매매체결 다양화, 거래시간 연장, 익명성 거래, 낮은 수수료 등 정규 거래소에 비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일부 ATS는 정규 거래소로 전환했으며, 정규 거래소도 ATS를 자회사로 편입해 증권거래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1998년과 2004년에 각각 상장증권의 정규 증권거래소 거래집중 의무를 폐지하고, 대체거래소인 사설거래시스템(PTS)과 다자간거래시설(MTF)을 도입해 증권거래시장의 경쟁체계를 마련했다.

대체거래소는 정규 증권거래소와 달리 증권의 매매체결업무만 수행하므로, 대체거래소에서 체결된 거래의 증권과 대금의 청산결제업무는 기존 거래소시장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6년 이전 ATS 거래는 거래당사자간 직접 결제도 있었으나 정규 증권거래소 청산회사와 장외증권 청산회사(NOTC, NCC)를 통해 청산결제했다. 현재는 뉴욕증권거래소 아메리칸증권거래소와 증권딜러협회(NASD)의 청산결제 3개 자회사를 1976년 합병·설립된 증권청산회사(NSCC)가 청산결제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소재 대체거래소 거래의 청산결제도 기존 거래소시장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해외 대체거래소처럼 넥스트레이드에서 체결된 거래의 청산결제는 한국거래소가 수행하고 있다. 투자자의 주문이 넥스트레이드에서 체결되더라도 증권 및 대금의 청산결제는 한국거래소가 수행해 결제 이행을 보장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의 청산결제와 시장감시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매매체결의 설비만으로 영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초기 설립비용과 운영비용을 낮출 수 있고, 정규거래 이후 저녁 8시까지 거래시간을 확대하면서 낮은 수수료를 적용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넥스트레이드를 이용하는 증권회사도 거래소시장 거래와 통합된 청산결제를 추가 투자없이 수행함으로써 차감결제효과를 높이고, 증거금 비용과 결제불이행위험은 오히려 낮출 수 있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대체거래소를 비롯해 거래소시장 밖에서 거래되는 증권, 파생상품 등으로 청산결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금융시장의 위험을 낮추고 자본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