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의 해가 떠오른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우리 수산업계에는 만선이라는 기쁜 소식보다 최근 연달아 발생한 어선사고로 인한 비보만 가득한 실정이다. 지난해에 어선사고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선원이 119명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올해 들어서는 벌써 5건의 어선사고가 발생해 2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정부와 각 지자체, 관계기관에서는 사고예방을 위한 대책회의 등을 통해 반복되는 어선사고에 대응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사고의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대응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여서 많은 어업인은 관련 대책이 무색하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어선사고 예방을 위해 많은 대책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업 현장에서 40여 년간 생활한 필자가 어선안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대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현재 바다 환경은 이상 기후로 인해 조업 환경이 급변하여 어선 안전에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갈수록 노후화되는 어선과 열악해지는 환경으로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파도가 강하게 치는 바다에서 어선이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복량이 커야 하는데 우리나라 수산업법은 허가어선에 선복량 제한을 두고 있으며 신조를 한다 하더라도 이 톤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어선과 같은 해역에서 조업을 하는 일본과 중국의 어선만 보더라도 우리 어선은 상당히 작은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어선과 조업 환경이 비슷하지만 2008년에 135ｔ에 묶여있던 톤수를 199ｔ까지 확대했으며 지금은 230ｔ이 넘는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선과 비교하여 100ｔ이 넘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선원들의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실 또는 어획을 위한 공간을 개조하여 선원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시키고자 하는데, 이러한 선복량 규제에 막혀 우리나라 어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규제는 결국 선원들의 안전과 복지, 더 나아가 어선의 복원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환경 변화에 따라 선복량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필자가 수없이 건의한 조업구역 개편 역시 시급하다. 어선 톤수에 따라 조업할 수 있는 구역이 제한되기 때문에 대형어선의 경우, 조업구역이 타 어선에 비해 협소하며 유류비, 인건비 등 경비 상승으로 경영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국에는 기상이 좋지 않은 경우에도 할 수 없이 무리한 조업을 강행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업구역은 1963년 수산업법 개정 이후 지난 60년간 변하지 않았으며 시대적 변화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변화로 각 해역별 어종들의 변동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각종 규제는 계속해서 더해지면서 지난 60년간 제자리에 멈춰 있는 수산업법 개정을 서둘러 어선들이 안전조업과 사고예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업인들이 말하는 가장 큰 사고원인은 기상악화로 인한 바다환경 변화이다. 앞서 필자가 제언했듯이 선복량 규제 완화는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 기상이 악화된다 하더라도 선복량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복원성도 향상될 것이기에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조업을 한다는 것은 어업인의 안전의식과 관련된 부분이기에 의식을 전환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업이라는 산업은 가장 위험한 직군으로 분류된다. 충돌 좌초 실종 등 재해에 무방비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선원 재해율은 타 산업에 비해 20배 이상,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비율은 30배 이상 높다고 하니 어선원은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많은 규제를 시대의 변화에 맞는 대책으로 과감하게 변경하고 적용한다면 어선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한다는 모두의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