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독서 열풍을 일으켰던 예능 프로그램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특집 프로그램으로 다시 대중을 찾아왔다. 이 프로그램은 2000년대 초반 방영 당시 대중의 책 읽기를 장려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봉순이 언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 선정도서는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독서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어린이 도서관을 세우는 ‘기적의 도서관’ 사업도 추진하면서 ‘착한 예능’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일회성 특집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이번 부활 역시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예전의 향수를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자막과 편집, 무엇보다 그 시절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연할 수 있도록 김용만이 MC로 함께 했다. 함께 한 참가자도 과거 프로그램에 출연했거나, 해당 사업을 통해 건립된 기적의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 혜택을 받은 이가 등장하며 프로그램의 의미를 한층 더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정규편성을 요청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이런 반응이 특별한 이유는 그만큼 독서 인구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작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성인 중 반 이상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보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비독자의 독자 전환과 책 친화 기반 조성’을 하는 것이 기본 골자로 되어 있다. 자발적인 독서로 이어지는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공공 도서관 및 작은 서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독서모임과 북토크 같은 참여형 독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등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원도 필수라는 것이다.

부산시 역시 이런 흐름에 맞춰 ‘부산의 첫인상은 책 도시’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민이 책 읽기 쉬운 환경 조성에 나서는 중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은 작은 도서관이 늘어나고, 해변도서전이 열렸으며, 청소년 독서캠프가 개최됐고, 작년에 열린 시민공원 잔디밭 도서관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반으로 야외 도서관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변화와 지원의 움직임은 부산 독서문화를 활성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일회성 이벤트이거나 정량적 수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500개에 육박하는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는 소식은, 작은 도서관 운영 실태를 아는 이라면 이 숫자의 허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축제와 이벤트는 하루만 반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과 참여의 경험이 그날 하루에 응집되어 터져 나오는 결과의 장이 되어야 제대로 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서울도서관이 2023년 국내 2만1000여 개 도서관 중 최초로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주관하는 ‘친환경 도서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4년에도 국내 도서관 중 유일하게 ‘국제 마케팅상’을 수상했다. 이는 시민에게 끊김 없는 독서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한여름에도 휴장하지 않고 야간으로 운영시간을 조정하며, 4~11월 매주 목~일요일 서울광장과 광화문, 그리고 청계천에서 쉬지 않고 연 프로그램의 연속성에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첫인상은 책 도시’가 시민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수백 개의 독서모임과 도서관, 책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출판사 서점 작가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소중한 예산을 단순 행사비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독서 생태계 종사자와 더불어 공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작은 도서관은 프로그램이, 야외 도서관은 이벤트가, 시민에게는 특별한 일상의 이어짐이 필요하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책의 힘찬 도약을 외치고 있듯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다양한 연예인의 책 추천, 독서를 특별하게 여기는 ‘텍스트힙’ 문화까지, 위기로만 여겨졌던 독서 시장에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책 읽는 문화가 일상 속에 스며들고, 사회 전체가 이를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때 비로소 독서문화가 다시금 꽃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책이 다시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실천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