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위기다.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겠다던 대통령이 헌정 유린을 자행한 탓이다. 분노 참담 부끄러움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어이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다. 야당이 주도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일단 폐기됐다. 탄핵과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사이 어디쯤에 그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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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반란 계엄 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린 지난 7일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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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탄핵 사유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비상계엄 발령이 첫째이고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정당 활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가 더해졌다. 요건도 절차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은 위헌이자 내란죄에 해당하며,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 시도는 국민주권을 짓밟는 폭거라는 취지다.
야당으로부터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도한다는 지적을 받던 윤 대통령이다. 지난 4월 총선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야당을 적대시하며 국정 동력을 스스로 갉아먹었으니 무능이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전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119대 29 참패는 대표적인 수치다. 무책임은 남탓과 짝하며 낙인이 됐다. 이태원 참사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등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무도함은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에서 선명하다. 김 여사 지키기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말이나 행동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나서 막되다는 의미 그대로다. ‘3무(無)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라는 무모한 자충수를 서슴지 않았다. ‘4무 대통령’은 초라한 자화상이다.
중국 사상가 노자가 ‘도덕경’에서 언급한 지도자 등급이 새삼스럽다. 2500년 전 ‘군주’였으니 지금 대통령인 셈이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 자체가 귀한 지도자가 최상이다. 다음은 칭찬과 존경을 받는 지도자, 그 다음은 두려운 지도자이다. 최악인 4단계는 업신여김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다. 어찌 이런 대통령이 있을지 미리 알았을까 싶다. 그러니 애초 그는 왜 대통령이 되고자 했으며, 어째서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이 지경에까지 내몰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정치를 극단적인 오판으로 몰아갔다. 앞선 칼럼에서 지적한 바다. 역사의 단죄가 마땅하다.
대한민국 국격과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부심 및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경제와 민주주의 성장을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시상식과 ‘오징어게임2’ 공개 등 K-컬처는 또 어떤가. ‘K’ 브랜드는 문화 음식 드라마 노래로 무한증식한다. 그런데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이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가능성을 경고한다. 그 뒷 이야기가 더 뼈아프다.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 대가는 한국 5100만 명 국민이 따박따박 ‘할부’로 치를 일이란다. 게다가 고령화 고부채 저성장의 침체 속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있으니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라 ‘퍼펙트 스톰’이 코앞이다.
위기 속에 우리 국민의 결연함이 더욱 오롯하다. 지난 3일 계엄군이 진입한 국회의사당 주변을 둘러싸고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응원한 건 국민이다. 추상 같은 결기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유혈 사태를 막았고, 사실상 윤 대통령 ‘용산 유폐’ 상황이다.
우리 국민을 보며 ‘단단휴휴’(斷斷休休)를 떠올린다. 끊다, 결단하다는 의미로 통하는 ‘단’을 겹치면 ‘정성이 한결같다’는 새로운 뜻이 된다. 실타래를 도끼로 자르는 모습이라지만 실이 아니라 옥(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옥은 예로부터 귀한 보물이다. 정성을 다해야 하는 대상이다. ‘휴’는 사람이 나무그늘 아래에 있으니 쉬다, 그치다에서 아름답다로 발전한다. 이 ‘서경(상서)’ 구절은 ‘대학’에 인용되면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좋은 신하의 덕목으로 꼽혔다. ‘정성이 한결같고, 욕심이 없으며 지극히 선한 사람’이다. ‘서경’의 배경은 군주가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한 뒤 이를 뉘우치는 내용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은 제 역할을 할 인재의 등용이고, 그 인재를 등용하는 사람도 그만한 자질을 갖춰야 한다. 우리 국민의 ‘단단휴휴’만큼 지도자의 ‘단단휴휴’가 필수적이고, 이를 선순환하는 새 그릇을 요구하는 게 촛불의 염원일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나누고 지방이 살 수 있도록 만들자는 정치 개혁, 즉 새로운 권력구조를 담는 개헌이다. ‘1987년 체제’의 업그레이드다. 이미 박근혜 정권을 끊어냈음에도 다시 촛불이 타오른 까닭을 곱씹어야 한다. 탄핵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더불어민주당도, 어떻게 얻은 권력인데 쉽게 내줄 수 있느냐는 국민의힘도 민심이 옳다는 바탕엔 딴소리할 수 없다. 그게 민심이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