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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의 세상현미경]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

  •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
  •  |   입력 : 2024-06-20 19:10:0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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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행보가 이상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휴전하겠다고 했다. 북한을 24년 만에, 그리고 베트남을 11년 만에 방문했다. 특이하게도 세계 주요 통신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 일련의 일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러시아 경제 문제와 관련이 있다.

표면적으로 러시아 경제는 매우 좋다. 세계은행은 2022년 러시아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5조 5000억 달러로 유럽에서 1위, 세계적으로는 5위라고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2023년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을 3%로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미국과 유럽의 고강도 제재로 루블화가 폭락하고 민간경제가 붕괴하던 모습과 정반대 일이 일어났다. 심지어 GDP성장률은 잘 나가고 있는 미국보다 높다. 러시아 경제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이것을 알려면 GDP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GDP는 소비자지출, 기업지출, 정부지출, 해외소비자지출(순수출: 수출-수입)의 합으로 구성된다. 소비자지출이란 국민소비를 말한다. 서방의 제재와 전쟁으로 러시아의 국민소비는 매우 위축되어 있다. 기업지출은 기업의 설비투자, 판매용 재고투자, 연구개발투자와 건설투자를 말한다. 전쟁 중인 나라의 기업이 민간소비를 위해 설비, 재고 또는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신규 도로건설이나 집을 짓는 것도 녹록지 않다. 순수출도 변변치 못하다. 현재 러시아는 주요 수출품인 석유 수출에서 애를 먹고 있다. 러시아의 석유를 사주는 나라는 인도와 중국 정도로, 그것도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소비자지출, 기업지출, 순수출로는 러시아 경제의 활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남은 요인은 정부지출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의 부활을 ‘군사 케인즈주의’로 설명한다. 전쟁 수행을 위한 과도한 재정 투입이 경제를 폭발시켰다는 것이다. 러시아 거시 및 단기경제 예측센터(CAMAC)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러시아 산업생산 증가의 약 60~65%가 전쟁과 관련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23년 러시아 정부예산은 36조6600억 루블(534조 원)로 이 중 28.4%인 10조4000억 루블(151조 원)이 국방예산이다. 전쟁 전인 2021년에 비해 세 배 이상 뛰었다. 한 마디로 천문학적 돈을 전쟁에 투입한 결과로 경제가 활력을 띤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경제성장은 한계가 많다는 점이다.

첫째,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은 물가를 자극한다. 실제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2024년 5월 기준 8.3%로 매우 높다. 중앙은행 기준 금리는 16%로 우크라이나보다도 높다. 국민생활이 엉망이라는 말이다. 둘째, 국가생산성이 무너진다. 무기생산에 투입된 돈은 생산성이 매우 낮다. 포탄은 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해 생산된다. 돈을 그냥 공중에 태우는 것과 같다. 이런 비효율성을 줄이려면 무기를 수출해야 한다. 과거엔 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모든 나라가 러시아산 무기의 허상을 알게 되었다. 셋째, 생산가능한 젊은 인구가 대폭 줄었다. 전쟁으로 약 40만 명의 전사자가 생겼다(우크라이나 추산). 부상자는 이의 3~4배 정도니 전사자와 부상자를 합치면 160만~200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해외도피자가 2022년에만 최소 60만~100만 명(미 포브스)이라고 한다. 넷째, 자원활용의 왜곡이 심해진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는 민간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사용돼야 할 돈이 전쟁에 투입됨에 따라 민간의 국부생산역량 복구가 더욱 어려워졌다. 예로, 러시아의 자동차 생산은 전쟁 이전과 비교해 3분의 1도 안 된다(핀란드 신흥경제연구소, BOFIT).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이 무기를 지원하자 푸틴의 심기가 어지러워졌다. 이에 대비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국방비를 투입해야 한다. 그럴수록 러시아 경제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휴전을 거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오는 11월까지는 기다려볼 요량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이 전쟁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있어 휴전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푸틴이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경제문제 때문이다. 경제와 생산체계 붕괴로 러시아의 무기생산 역량이 크게 훼손되었다. 50% 이상 불량이 나는 북한산 포탄과 로켓이라도 사려는 이유다. 베트남행 역시 무역활로를 찾고 싶어서다. 하지만 미국과 무역관계가 깊은 베트남이 여기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한국을 칭찬하는 것도 경제와 관련 있다. 자칫 한국의 고급무기가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면 전쟁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이것은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이다. 이것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 푸틴의 의중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전쟁 후 경제복구를 하려면 한국만큼 중요한 나라가 없음을 푸틴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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