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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사회에 국가 책임 제기하는 영화숙·재생원 피해

내달 UN 고문방지위서 악몽 증언

정부 차원 진상규명·배상 서둘러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4-06-19 19:31:0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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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부 시절 사회적 약자를 강제 구금하고 인권 침해를 자행한 집단수용시설의 만행이 국제사회에 폭로된다. 손석주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협의회 대표는 내달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UN 고문방지위원회의에 앞서 ‘단속 사냥’과 ‘기약없는 감금’의 악몽을 증언하다. 영화숙·재생원은 1961~1976년 부산 서·사하구에서 운영된 집단수용시설이다. 행색이 초라한 사람을 끌고가 폭행·고문했다. 국가 차원의 진실 규명과 사죄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UN은 손 씨 증언과 국내 비정부기구(NGO)가 만든 독립보고서를 검토해 대한민국 정부가 고문방지협약을 준수하고 있는지 심의한다.
손석주 영화숙 재생원 피해생존협의회 대표가 내달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한다. 사진은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이 사망자가 묻힌 야산에서 헌화 하는 모습. 이원준 기자
베일에 감춰졌던 영화숙·재생원의 실체는 2022년 국제신문 탐사보도로 세상에 드러났다. 10대에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강제노역·성폭행에 시달리거나 병으로 세상을 등진 사망자가 부지기수였다. 끼니는 꽁보리밥과 강냉이죽이 전부였다. 배가 고파 소·돼지의 여물을 훔쳐 먹었다는 증언도 있다. 정부와 부산시는 영화숙·재생원이 ‘사회 정화에 공헌한다’며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불리는 형제복지원과 판박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집단시설의 ‘구금 고문’에는 침묵하고 있다. 2021년 UN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에서도 행려인을 강제 수용한 내용은 담지 않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해 8월부터 진행 중인 직권조사가 사실상 영화숙·재생원에 대한 첫 행정권 발동이다. 국가가 군사정권 시절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 첫 발을 떼기까지 무려 반세기가 걸린 것이다.

손 씨의 UN 증언이 갖는 의미와 무게는 크다. 국제사회가 국내 집단구금 피해자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 것이 첫 번째다. 중대 인권 범죄는 세월이 흘러도 진실이 드러난다는 메시지와 함께 정부가 ‘지체된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속도를 내라는 무언의 압력도 담겨 있다. 수 만명으로 추산되는 영화숙·재생원 수용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노인이다.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직권조사 대상자는 300여 명에 그친다. 입소 사실을 증명해줄 기록 상당수가 아직 발굴되지 못한 상태다. 2기 진실화해위 활동이 내년 끝나는 점도 실체적 진실 접근을 막는 걸림돌이다.

과거 부산엔 집단수용시설이 산재했다. 한국전쟁의 피란민과 전쟁 고아가 많았던 영향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민간시설은 관과 결탁해 수용자를 ‘군대식’으로 통제했다. 정부가 과거 잘못을 사죄하는 길은 전수조사와 함께 피해 회복을 서두르는 것이다. 미비한 법령 정비도 당연하다. 형제복지원만해도 배·보상 법령 근거가 부족해 피해자들이 개별 소송을 하고 있다. 진실화해위 상설화와 조직 확대는 당장 추진해야 한다. 호주와 뉴질랜드엔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전담 상설 독립기구가 있다. 캐나다는 원주민 기숙학교 수용으로 실종된 아동조사를 위해 3000억 원을 투입한 전례가 있다. 이게 국가가 할 일이다. 그래야 정의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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