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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쿠팡의 분풀이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4-06-19 19:36:3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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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설립된 쿠팡은 빠른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과 친절한 쿠팡맨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늦은 밤 주문을 해도 새벽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워킹맘에게 쿠팡이 든든한 육아 동료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쿠팡 측이 최근 “로켓배송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혀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3일 쿠팡에 역대 최고액인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직매입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 이 덕에 PB 상품 총매출액이 76%나 상승했다. 반면 21만여 입점 업체들은 자사 상품을 검색 상위에 올리기 어려웠다. 쿠팡은 특히 임직원 2297명을 동원해 PB 상품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5점 만점에 평균 4.8점의 높은 별점을 주도록 했다.

이런 공정위 조치에 쿠팡은 시정 의사를 밝히기는커녕 제재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상품진열 방식은 업체 고유의 권한”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고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창사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6174억 원)를 거둔 쿠팡 입장에선 과징금 액수가 부담스럽긴 할 듯하다.

하지만 쿠팡이 3조 원의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 원의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다. 실제로 20일 예정됐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여론이 싸늘하다. 부산시와 쿠팡은 2021년 업무협약을 하고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부지(5만7000㎡)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올해 착공 계획이었던 이천·김천·제천 물류센터 착공 일정도 무기한 보류하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로켓배송도 중단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쿠팡의 이런 행태는 지역 경제와 소비자를 볼모 삼아 공정위 시정명령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잘못은 회사가 해놓고선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알고리즘과 댓글 조작은 정보 비대칭이 문제가 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소비자 신뢰를 깨는 행위다. 물류센터 투자는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영 방법이지 지자체에 혜택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 쿠팡의 대응에 “21대 국회에서 무산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공정화법 제정을 미룰 수 없다”는 시민단체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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