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구덕운동장과 몽플뢰르

축구전용구장 개발 대가 초고층 아파트 건립 반발

숙론 생략되면 갈등 필연…공감대 형성까지 인내를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4-06-10 19:44:24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14년 당선된 서병수 부산시장은 구덕운동장 재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971년 준공했으니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홈인 종합경기장과 야구장·체육관이 워낙 낡아 유지보수비가 만만치 않았던 현실적 요인도 작용했다. 걸림돌은 막대한 재원. 부산시는 민간자본 유치에 매달렸다. 이번엔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부산 아이파크를 운영하는 현대산업개발마저 손사래 쳤다. 몇몇 건설사는 체육관을 대형마트·극장·아이스링크로 구성된 복합건물로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상업시설에 체육시설을 끼워넣는 구색 맞추기였다. 고층 아파트와 호텔을 제안한 곳도 있었다.
지난 6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정문 입구에서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원준 기자
고심하던 공무원들은 종합운동장은 놔두고 야구장·체육관만 허물자고 건의했다. 구덕운동장을 원도심 랜드마크로 개발하려던 서 시장도 “OK”. 언론은 “미래세대에 양보했다”고 평가했다. 부산시는 철거가 끝난 공터를 테니스장 풋살장을 갖춘 생활체육공원으로 가꿨다. 약 110억 원이 들었다.

최근 구덕운동장 개발이 재추진되면서 찬반이 팽팽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15분 도시 비전투어’를 통해 종합경기장을 허물고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선언하면서다. 부산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도시기금 저리 융자(리츠)와 민간기업 출자를 통해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구덕운동장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혁신지구로 선정되면 국비 25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관건은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방법이다. 부산시는 생활체육공원 터에 아파트와 업무·상업시설을 지어 수익을 내도록 재무 구조를 설계했다. 동네 앞마당처럼 이용하던 생활체육공원을 뭉갠다고 하니 민원이 급증했다. 민심을 더 폭발하게 만든 원인은 고무줄처럼 늘어난 공동주택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시 보도자료에는 아파트 규모가 38층짜리 3개 동(530세대)으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월 공청회에선 49층 높이 4개 동(850세대)으로 바뀌었다. 불과 6개 월 새 세대수가 60% 늘어난 것이다. 부산시는 원자잿값과 공사비 상승으로 총사업비가 8000억 원대로 올라 불가피하다고 해명한다.

아무리 그래도 반 년만에 아파트 320세대를 더 지어야 할만큼 뛰었단 말인가. 납득이 쉽지 않다. 지역사회가 발끈하는 이유다. “사업 예정지(7만1577㎡)의 3분의 1에 아파트 짓는데 누가 찬성하나” “원자재가 더 오르면 체육시설이 아파트에 더부살이 할 판”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더 이해 안 되는 대목은 행정의 태도다. 공청회에서 반대가 많았는데 부산시는 도시재생혁신지구 신청을 강행했다. 10일 부산시의회에선 “거버넌스 구축과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행정절차를 위반했다” “특혜 논란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존만이 능사라는 얘기가 아니다. 2015년과 현재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축구전용구장 찬성 여론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숙론(熟論)이다. ①축구전용구장이 필요한가 ②축구전용구장이 15분 도시와 무슨 상관인가 ③공공시설에 민간주택을 허가할 때 부작용은 무엇인가 ④축구전용구장이 그 부작용을 상쇄하고 원도심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느냐 정도는 토론하고 동의를 구하지는 것이다. “HUG가 동참한 지금이 적기”라는 말만 되풀이해선 감정만 상하게 할 뿐이다.

동물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신간 ‘숙론’(김영사)에서 몇 가지 숙론의 예시를 든다. 그 중 하나가 몽플뢰르 컨퍼런스다. 1990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7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일촉즉발의 혼란에 휩싸였다. 그때 몽플뢰르라는 도시에 차세대 지도자 22명이 모여 나라의 미래를 논의했다. 흑인 백인뿐만 아니라 좌파 우파 분리주의자도 참석했다. 1년 만에 4가지 시나리오가 도출됐다. 1994년 대통령에 오른 만델라는 모두가 함께 날아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비행하는 ‘플라밍고 시나리오’를 채택해 흑백 갈등을 최소화했다.

최 교수는 숙론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사람으로 국회의원을 꼽는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도 예외일 수 없다. 구덕운동장 재개발 목적이 ‘축구’가 아니라 ‘행복도시’라면 공감대 형성은 너무 당연하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이 장기 표류하는 것도 결국 숙론 부족 탓이다. 사회학자 출신 박 시장이 숙론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

구덕운동장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 9월 부산공설운동장에서 시작됐다. 1940년 11월 민족의거 노다이 사건 진앙지가 이곳이다. 부산시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재생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싸그리 철거하면서 무슨 역사성이고 상징성인가. 과문한 탓인지 모를 일이다. 숙론의 장에서 설명해주길 바란다.

이노성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르포] 주차장 부족, 노선버스 단 1대…아르떼뮤지엄 앞 교통대란
  2. 2민락수변공원 겨울밤 수놓을 빛축제…상권 활기 띨까
  3. 3부산 달맞이길 새 명소 ‘해월전망대’ 27일 개방
  4. 4장마 가고 폭염 왔다…태풍 ‘개미’ 북상, 비 소식 변수로
  5. 5신항 배후 용원수로 정비공사 차질
  6. 6부산 노후계획도시 정비 속도…2026년 3월까지 기본계획
  7. 7최첨단 설계 프리미엄 아파트 ‘드파인 광안’
  8. 8부산 총선참패 등 놓고…민주시당위원장 후보 날선 신경전
  9. 9유치원생 48명 태운 통학버스, 영도 비탈길서 밀려 15명 다쳐(종합)
  10. 10‘도이치·명품백’ 김건희 여사 12시간 검찰 조사(종합)
  1. 1부산 총선참패 등 놓고…민주시당위원장 후보 날선 신경전
  2. 2‘도이치·명품백’ 김건희 여사 12시간 검찰 조사(종합)
  3. 3옛 부산외대 부지개발 사업…시의회, 재심사 거쳐 案 통과
  4. 4“YK스틸 충남행에 미온적…吳시장 때 행정 따져볼 것”
  5. 5대검 “金여사 조사 누구도 보고 못 받아”
  6. 6‘자폭 전대’ 후폭풍…3일차 투표율 45.98% 작년보다 7.15%P 낮아
  7. 7與 막판까지 정책보다 집안싸움
  8. 8민주 전대 강원·대구·경북 경선도 이재명 90%대 압승
  9. 9검찰, 김건희 여사 비공개 12시간 대면조사
  10. 10[속보] 이재명, 대구 94.73%·경북 93.97%…TK 경선도 완승
  1. 1신항 배후 용원수로 정비공사 차질
  2. 2최첨단 설계 프리미엄 아파트 ‘드파인 광안’
  3. 3‘135년 부산상의’ 3대 핵심비전 내놨다
  4. 4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산은 부산 이전에 집중”
  5. 5“세정 미래 설계…글로벌 브랜드 육성”
  6. 6저비용항공사(LCC) 국제선 인기, 대형·외항사보다 높아
  7. 7동해서 꽃게 많이 잡히더니 "서해 살던 꽃게가 동해로 이동"
  8. 8한전, 경남 밀양서 국내 최대 336MW급 대용량 ESS 가동
  9. 9제조기업 153곳 참여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공식 출범
  10. 107월 하순~8월 초순 여름 휴가 때 1억734만 명 움직일 듯
  1. 1[르포] 주차장 부족, 노선버스 단 1대…아르떼뮤지엄 앞 교통대란
  2. 2민락수변공원 겨울밤 수놓을 빛축제…상권 활기 띨까
  3. 3부산 달맞이길 새 명소 ‘해월전망대’ 27일 개방
  4. 4장마 가고 폭염 왔다…태풍 ‘개미’ 북상, 비 소식 변수로
  5. 5부산 노후계획도시 정비 속도…2026년 3월까지 기본계획
  6. 6유치원생 48명 태운 통학버스, 영도 비탈길서 밀려 15명 다쳐(종합)
  7. 7부산, 이태리타올 등 목욕문화 선도…등밀이기계는 수출도
  8. 8음주운전 ‘김호중 학습효과’…사고 뒤 줄행랑 운전자 속출
  9. 9[부산 법조 경찰 24시] 경찰청장 조지호 내정... 우철문 부산청장 거취 촉각
  10. 10전공의 모집 시작…지원율 저조 전망
  1. 1조성환 감독 첫 지휘 아이파크, 3개월 만에 짜릿한 2연승 행진
  2. 26언더파 몰아친 유해란, 2위 도약
  3. 3올림픽 요트 5연속 출전…마르세유서 일낸다
  4. 4소수정예 ‘팀 코리아’ 떴다…선수단 본진 파리 입성
  5. 5올림픽 앞둔 ‘흙신’ 나달, 2년 만에 ATP 투어 결승행
  6. 6롯데, 9회말 무사 1루서 역전 끝내기 투런포 맞아 패배
  7. 7동의대 문왕식 감독 부임 첫 해부터 헹가래
  8. 8허미미·김민종, 한국 유도 12년 만에 금 메친다
  9. 9“팬들은 프로다운 부산 아이파크를 원합니다”
  10. 10마산제일여고 이효송 국제 골프대회 우승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예산권 보장 지방의회법 제정 본격화, 행정통합·맑은 물 사업 등 지원 총력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상임위 7곳 중 6곳이 초선 위원장, 구의회 경험 바탕 ‘전문성’ 기대감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에어컨의 대명사에 남긴 이름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윤리가 없는 AI가 만들 ‘위험천만한 세상’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기고 [전체보기]
허치슨터미널, 우리나라 1호 기록에 도전하다
AI의 일상화와 창작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로또 조작?
부산촬영소 시대
메디칼럼 [전체보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가마보코에 매료된 조선인
대만과 밀크피시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 키우기 1원칙 ‘운동’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개항 목표와 완벽 시공 재다짐하라
김건희 여사 12시간 검찰 대면조사, 면죄부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7월은 산업안전보건의 달?
산복도로 조망권, 적극적인 미래전략 필요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헌의 ‘밥이 하늘이다’
‘꽃피는 부산항’에서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