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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올해만 13명 사망, 조선소 안전대책 다시 짜라

인력난·공정 압박에 후진국형 참사

산업재해 전담기구 설치 검토하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4-05-16 19:36:0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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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조선소 노동자 13명이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거의 10일에 한 명꼴로 세상을 등진 것이다. 지난 13일 부산 사하구 D조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두 명이 숨졌다. 경남 고성 G중공업 노동자 두 명은 무게 120t 선박 구조물에 깔려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선박 엔진룸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 9명이 다치고 2명이 사망해 유족들을 통곡하게 만들었다. 조선업 빅3인 한화오션(2명) 삼성중공업(1명)과 HD현대중공업(1명)에서도 예외 없이 비극이 일어났다. 대부분 폭발·화재 또는 안전의식 부족이 부른 인재다.
올해 조선소 작업 중 사망자가 1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가 ‘2024 부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노동계는 조선소 사망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찾는다. 조선업은 오랜 침체기를 지나 2022년부터 수주 호황기를 맞았다. 반면 숙련공 상당수는 불황기 삭감된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그 빈자리를 저숙련 외국인과 ‘물량팀’으로 불리는 단기 재하도급 노동자가 채우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더 커졌다. 기업들이 인력난으로 공정 압박이 커지자 작업 매뉴얼을 소홀히 한 것도 중대재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9일 선박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 숨진 하청 잠수부 이모(23)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잠수자 2명당 감시자 1명이 배치돼야 하는데 이 씨 사망 때는 잠수자 4명에 감시자는 1명뿐이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명을 경시하는 천박함이 빚은 참극 아닌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처벌이 필요한 대목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작동 여부도 점검해야 할 시기다. 경남에서 2021~2023년 발생한 중대재해 102건 중 6건만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2022년 1월부터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5명이 숨진 S사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개인과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를 엄단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이 더 희미해진다는 걸 수사기관과 사법부만 모르는 건가. 인명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하청·용역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원청은 벌금형 정도로 면피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그러니 기업주를 형사처벌해서라도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게 하자는 입법 취지가 무색해진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자 지표는 OECD 38개국 중 34위로 하위권이다. 기업 안전의식이 높아질 때까지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형식에 그치고 있는 안전보건교육도 내실화 해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노동 약자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과 노동법원 신설을 약속했다. 노동약자는 노동법이나 노동조합 울타리 바깥의 플랫폼 노동자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조선업 중대재해 피해자 상당수가 하청 소속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노동법원이 설립되면 1심 선고까지 2년 가까이 걸리는 중대재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여야가 한때 의견 접근을 봤던 ‘산업안전보건청’(가칭) 설립도 22대 국회에서 논의할 만하다. 언제까지 후진국형 참사에 가슴 아파할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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