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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로봇과의 동행 명암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4-04-29 19:51:3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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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경남 고성의 농산물유통센터 선별장에서 인명 사고가 났다. 박스를 포장하는 로봇의 팔과 컨베이어 벨트 사이에 사람이 끼어버렸다. 며칠 앞서 교체 완료한 프로그램의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작업자가 뭔가를 들고 로봇에게 다가갔는데, 센서가 사람을 박스로 착각한 것이다. 이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도 찍혔다. 로봇이 점차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 사고는 일반적인 산업재해와 다른 차원에서 주목을 받았다.

‘윤리성이냐, 상업성이냐’. 인공지능(AI) 개발에서 상충하는 두 가치의 무게중심 향방을 노출한 상징적 사건이 ‘오픈AI 사태’다. 오픈AI는 2015년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등이 합작해 설립한 AI 연구개발 기업이다. 지난해 챗GPT를 공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그 와중에 이사회가 갑자기 CEO인 올트먼을 해임해버렸다. 이사회는 AI의 공익성을 중요시한 반면, 올트먼은 기술 발전이 먼저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주요 투자자, 직원들이 모두 올트먼 편을 들면서 그는 해임 닷새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인간을 능가하는 AI의 위험성은 핵무기에 비할 바 아니라는 우려를 단번에 제압한 이 사건은 인류 미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외이동로봇 상용화를 앞두고 법제도 정비 작업이 시작됐다. 경찰청이 최근 발주한 관련 용역을 말한다. 실외이동로봇은 공원이나 길에서 청소 배달 순찰 등을 하는 원격 혹은 자율주행로봇이다. 운영자 범위, 책임 소재, 단속 방법, 사고 오작동 조치 등에 관한 세부 규정이 필요해졌다. 3년 전부터 진행된 실증사업이 마무리 단계여서 빠르면 올 연말께 실물이 등장할 전망이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주인공을 따라다니던 깡통 모양의 ‘R2D2’나 사람과 닮은 ‘C3PO’ 같은 로봇을 이제 길거리에서 반려견처럼 마주칠 날이 머지 않았다.

50대 노총각 연예인이 휴대전화에 탑재된 AI와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TV에서 공개된 적 있다. 국내 주요 포털사는 대화형 로봇을 이용해 혼자 사는 노인에게 안부전화를 거는 일상 서비스를 벌써 시작했다. 기계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듣다 보면 정이 든다는 게 이용자들의 한결같은, 그리고 인간적인 소감이다. 생활에 더 깊이 파고들 로봇과의 안전한 공존 모색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거대한 판도라 상자를 여는 첫 단계일 수 있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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