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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마산 롯데백화점 폐점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4-04-24 19:44:4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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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암살’ 배경은 일제강점기 경성이다. 1930년 개장한 국내 1호 백화점 미츠코시 경성점은 식민지 지배계급의 핫플레이스였다. 만주에서 잠입한 저격수 안윤옥(전지현)은 이곳에서 안경을 맞추다 생면부지 쌍둥이 언니와 스친다. 친일파 아버지를 암살해야 하는 독립운동가에게 미츠코시는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가는 경계였다. 천재 문학가 이상은 미츠코시에서 무얼 봤을까. 그의 단편소설 ‘날개’의 주인공은 거리를 배회하다 미츠코시 옥상정원에 올라 외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미츠코시는 6·25전쟁과 함께 미8군 PX로 변했다. 화가 박수근은 그곳에서 미군 초상화를 그렸다. 소설가 박완서가 박수근을 모티프로 청년 화가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 ‘나목’이다. 미츠코시는 훗날 ‘동화’로 이름을 바꿨다가 1963년 삼성에 인수돼 신세계백화점으로 새 출발했다.

세계 최초 백화점은 1852년 프랑스 파리의 봉 마르셰(Bon Marche)다. 에펠탑으로 유명한 귀스타프 에펠이 설계했다. 다양한 명품 매장과 정찰제·환불제를 앞세워 단숨에 명소로 자리잡았다. 산업혁명 물결을 타고 신흥부자가 된 부르주아들의 욕망 배출구로 불린 이유다.

국내 자본이 설립한 첫 백화점은 1931년 박흥식이 세운 화신백화점이다. 부산에선 1949년 12월 미화당백화점(중구 광복동)이 처음 손님을 맞았다. 1969년에는 부산상공회의소가 투자한 주상복합 형태의 부산데파트가 문을 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자본력이 약한 향토백화점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미화당과 유나·태화백화점이 이때 사라졌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올해 상반기 문을 닫는다. 건물주인 KB자산운용이 임대 계약 종료를 통보한 탓이다. 마산점은 32개 롯데백화점 중 매출이 가장 적어 오래 전부터 폐점설이 흘러 나왔다. 롯데백화점 동래점과 센텀시티점 역시 마산점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두 곳 모두 매각설 또는 매출 저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측은 추가 폐점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요즘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아예 “백화점은 구매채널이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는 놀이터”라고 부른다. 그렇다 해도 유독 부산 경남에서 백화점 폐점설이 잇따르는 대목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지역경제 침체와 구매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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