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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춘풍(春風)이 앞서야

상대 허물캐기·탓하기로 보낸 2년에 등 돌린 민심

오독하면 국정성과 요원…‘춘풍’ 부는 영수회담 되길

  •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
  •  |   입력 : 2024-04-21 19:13:5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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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이다. 곧 있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만남 말이다.

바위처럼 돌아앉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짐작된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도 안돼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적이 없다. 국정의 변화를 요구하는 거대 야당의 요구가 거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고 말했다. 그간의 국정기조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밀어 붙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총선 민의를 윤 대통령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선거에 담긴 국민의 뜻을 오독(誤讀)하면 민심을 회복할 수 있는 해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우려 속에서 성사된 영수회담이니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회담은 윤 대통령이 국정방향과 운영방식의 변화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만에 ‘레임 덕’이 거론될 정도로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청와대 상춘재(常春齋)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글귀가 걸려있다. ‘채근담’(菜根譚)의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남을 대할 때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같이 엄격해야 한다)에서 따왔다. 역대 대통령도 자주 인용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에 걸맞은 책임과 절제를 강조한 말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춘풍추상을 거꾸로 읽었다. 추상춘풍(남에게는 서릿발처럼, 자신은 봄바람같이 대하다)의 2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제1당인 야당 대표와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 야당 인사에 대해 ‘탄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압박했다. 협치는 고사하고 정치가 실종된 시간이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짓눌렸다. 요새는 유가까지 급등세다. 민생이 바닥에서 지하로 내려갈 판이다. 정부의 외교안보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높아졌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서 보듯이 국제적 발언권과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국익과 국민의 삶을 챙기는 국정이 겉돌았다는 것이다.

야당과 야당 인사에 대해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자신에게는 더 매서운 잣대를 대야 했다. 그랬다면 여론의 지원 속에서 오히려 야당을 압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정성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 추상춘풍으로 보낸 2년은 그렇게 국민과 멀어진 시간이 됐다. 자신에게 후하고 남에게 박한 정부에 국민이 등을 졌다고 평가해야 한다.

추상춘풍에서 ‘입틀막’으로 나아간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는 반감과 저항이다. 입틀막은 단순히 대통령 경호상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여당이 국민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태도와 직결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6년 10개월 동안 청와대를 취재했다.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2012년 4월 국립수목원에서 주목의 신품종인 ‘금빛노을’을 심은 적이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수목원 내 산림박물관을 먼저 돌아봤는데, 대통령에 대한 접근이 차단됐다. 현장 경호 책임자에게 ‘경호는 엄정하되, 정중하게 하라’고 호통쳤다. 그리고 취재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고함을 들은 이 대통령은 경호 책임자에게 근접취재를 허용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정일품송 후계목 수백 그루를 따로 심는 행사장까지 도보로 오가는 40분 정도 여러 얘기를 했다. 솔직한 대화였다. 하금열 비서실장의 낯빛이 수시로 변했다. 행사 이후 경호처로부터 당시 행사 이동 중 ‘사고’로 경호팀이 예민한 상황이었다는 해명을 듣고 오히려 미안했던 기억이 있다. 윤 대통령이 ‘입틀막’ 때 “여러 경로로 소통하겠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첫 사례가 생겼을 때 경호실에 권위시대로 회귀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방법을 찾으라고 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권한의 크기에 맞는 책임을 부여한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무한책임’을 말한다. 뒤집어보면 그만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국가와 역사 앞에서 국정에 대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일도 감수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첫 변화는 인사이다. 국민이 신뢰를 보낼 인물을 널리 구해야 한다. 필요하면 삼고초려라도 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이 책임을 지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소통이다. 언론과 접촉면도 넓혀야 한다. 일방적 담화가 아니라 대통령의 춘풍이 필요한 곳에서 귀를 열어야 한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가치와 의미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이 성공하는데 왕도는 없다. 절제와 소통으로 국민과 함께 걸어야 한다.

손균근 서울본부 마케팅국장·㈔한국지역언론인클럽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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