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교대역, 디자인 그리고 정치

‘동해선 표지 수십 개’ 사연, 안 보여도 중요한 건 있다

정성 깃든 문제 해결 정치, 시민의 투표 효능감 높여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4-14 19:44:29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 노포 방향 승강장에는 ‘동해선’이라고 쓴 표지가 21개 있다. 이 숫자는 내가 직접 세어 본 결과인데, 행여 부정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적지는 않다. 반대쪽 신평 방향 승강장에도 같은 표지가 이만큼은 있을 것이고, 엘리베이터 통로에도 있으니 부산도시철도 교대역에는 인근 동해선 교대역으로 가는 방향을 안내하는 ‘동해선’ 표지가 40개 넘게 붙어 있는 셈이다. 많다.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의 구조가 다른 역과 다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좀 이상하다. 그 ‘이상함’을 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난감하기는 한데, 하는 데까지는 해보려 한다. 노포 방향이든 신평 방향이든 교대역 승강장 안에서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당신은 앞쪽 개찰구이든 뒤쪽 개찰구이든 어디로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개찰구 밖으로 나가면, 복잡해진다. 만약 당신이 교대역 신평 방향 승강장에 내려 앞쪽 개찰구로 나왔다고 치자. 5번 출구로는 곧장 나갈 수 있다. 그러나 1번·3번 출구로 나가겠다고 마음먹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교대역의 승강장 바깥 지하 공간은 ‘중간’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로는’ 갈 수 없다. 지상으로 올라가 1번·3번 출구 쪽을 찾아가야 한다. 그게 뭐가 문제냐 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 오는 사람은 ‘중간이 막혀 있다’고 상상하지 못하기에 당황한다.

노포 방향 승강장도 이런 구조는 똑같은데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하다. 2번·4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 승객이 별생각 없이 6번·8번 출구와 가까운 개찰구로 나와 지하통로를 거쳐 2번·4번 출구로 나가려 하면, 가는 길이 막혀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다. 할 수 없이 6번·8번 출구로 올라와 2번·4번 출구 방향으로 가고자 하면, 지상에는 복잡한 부산교대 교차로가 기다린다. 건널목을 찾아 건너고 더 많이 걸어야 한다. 혼란과 불안이 마음에 깃든 채.

도시철도 교대역 곁에 동해선 교대역이 들어서면서 진짜 문제가 시작됐다. 도시철도 교대역에서 내려 동해선 교대역으로 간 뒤 기장·해운대 쪽으로 향하려는 국내외 관광객, 달리 말해 ‘처음 오는 사람들’이 날마다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단 교대역 구조를 모르며, 엄청나게 큰 여행가방을 여러 개 지녔고, 어린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두 교대역을 곧장 잇는 지하연결통로가 있는데, 불행히 이걸 못 찾고 엉뚱한 출구로 나가는 순간 고생길이다. 이들 여행객에게 부산 이미지는 여기서 한번 꺾인다.

다행스러운 흐름이 있다. 부산교통공사가 좀 더 열심히 대처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날마다 도시철도 교대역으로 출·퇴근하니 이런 정성을 피부로 느낀다. 안내원 배치도 더 체계를 갖춘 듯하고, 안내 표지도 늘렸다. ‘동해선’ 표지가 수십 개가 된 사연이 여기 있을 것이다. 시민으로서 고맙다. 그러나 또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헷갈리고 고생한다.

꿈이 하나 생겼다. 공공 디자인의 힘을 빌리고 싶다. 부산디자인진흥원도 좋고 디자이너 집단도 좋다. 공공 디자인의 힘으로 헷갈리고 고생하는 시민·여행객 숫자를 최소로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도해 보면 좋겠다. 누구든 딱 봐도, 동해선 교대역으로 가려면 이리로 가면 되는구나, 저리로는 가지 말아야 하겠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일을 공공 디자인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그런 방향을 잡는다 해도 장벽은 있을 것이다. 교대역만 독특하게 디자인한다면, 부산도시철도 전체 디자인 원칙이 흔들리거나 행정에서 중요한 안정성이 깨질 수도 있다. 일정한 규제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때 나서야 할 일꾼이 있다. 정치다. 지역 단위 정치도 좋고 국회의원 수준의 더 큰 정치도 좋다. 정치가 나서서 실태를 파악하고 수치로 정리하고 예산을 짜고 규제를 조정하는 협업이 된다면 교대역은 공공 디자인이 돋보이는 특별한 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상상을 한다.

정치의 세계는 다양하다. 이념 논쟁도 하고 중차대한 국정 방향도 잡는다. 그렇다 해도 정치를 극도로 단순하게 정의하면 핵심은 ‘자원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와 ‘그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이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종종 느낀 게 있다. 시나 교육청은 예산이 모자란다고 자주 말한다. 그런데 담당자가 관심·애정을 갖고 달려들면 어디에선가 예산을 구해오곤 했다. 적극 행정은 시민이 정치와 투표의 효능을 느끼게 한다.

총선이 끝났다. 국회의원 월급은 국민이 준다. 이 글을 쓴 이유가 교대역 공공 디자인에만 있지 않다. 시급성·심각성이 떨어지는 사안이라는 판단이 서면, 안 해도 된다. 다만, 가려운 데를 찾아 긁어주고 작은 것이라 해도 문제를 해결하는 정성스러운 정치를 당부한다. 그게 하고 싶은 말이다.

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재개발 대어 ‘광안3’ 삼성물산이 꿰찼다
  2. 2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안 ‘라이징 윙스’ 선정(종합)
  3. 3부산 유엔평화센터 건립 본격화
  4. 4[부산 법조 경찰 24시] ‘최장수 부산청장’ 우철문, 차기 경찰청장 기대감
  5. 5첫 장맛비 40㎜에 부산 옹벽 와르르, 가로수도 우지끈(종합)
  6. 6檢, 일동서 돈 받은 혐의 前 양산시 공무원에 징역 3년 구형
  7. 7정현수 사사구 남발…선발투수 데뷔전서 조기 강판
  8. 8나이 잊게한 손맛과 성취감…20만 어르신 파크골프 ‘홀인’
  9. 9내달 2일 ‘블랑써밋74’ 1순위 청약…998세대 본격 분양
  10. 10‘산은 부산행’ 우군 늘었다…개혁신당도 법 개정 공조(종합)
  1. 1여야 원 구성 또 결렬…與 7개 상임위 수용여부 24일 결정
  2. 2대대적 물갈이 예고…부산시의회 인기 상임위 경쟁 치열
  3. 3한 “수평적 당정” 나 “당정 균형” 원 “尹과 원팀” 출마 일성
  4. 4與 “협상 중단”…野 “더는 못 미뤄” 25일 본회의 강행 예고
  5. 5음주보다 벌금 낮은 마약·약물 운전…與 김도읍 처벌 강화 법안 대표발의
  6. 6결심 굳힌 이재명…‘또대명’ 명분이 고민
  7. 7‘채상병 특검법’ 野 내달초 본회의 처리 방침(종합)
  8. 8‘탑건’에 나온 美 항모 루즈벨트함 부산에 입항…국내 최초
  9. 9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법사위 통과…재발의 22일만 초고속
  10. 10"우키시마호 진실 드러날까"…정부, 일본에 승선자 명부 요구
  1. 1재개발 대어 ‘광안3’ 삼성물산이 꿰찼다
  2. 2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안 ‘라이징 윙스’ 선정(종합)
  3. 3내달 2일 ‘블랑써밋74’ 1순위 청약…998세대 본격 분양
  4. 4‘산은 부산행’ 우군 늘었다…개혁신당도 법 개정 공조(종합)
  5. 5월성4호기 저장수 2.3t 바다 누설…원안위 “인근 해수 세슘 검출 안돼”(종합)
  6. 6김형균 부산TP 원장, ‘2+1 임기’ 뒤 첫 연임
  7. 7CES 부산통합관, 내년 덩치 키운다
  8. 8MZ 입맛 잡은 롯데칠성 ‘크러시’
  9. 9“김산업 고도화 정부의 더 많은 지원 필요”
  10. 10‘그냥 쉰 청년’ 40만 육박…한계 드러난 취업지원 맞춤정책
  1. 1부산 유엔평화센터 건립 본격화
  2. 2[부산 법조 경찰 24시] ‘최장수 부산청장’ 우철문, 차기 경찰청장 기대감
  3. 3첫 장맛비 40㎜에 부산 옹벽 와르르, 가로수도 우지끈(종합)
  4. 4檢, 일동서 돈 받은 혐의 前 양산시 공무원에 징역 3년 구형
  5. 5나이 잊게한 손맛과 성취감…20만 어르신 파크골프 ‘홀인’
  6. 6다문화가정도 저출산…미취학아동 감소 전망
  7. 7“결혼하면 전세금까지 쏩니다” 중매 팔 걷은 사하구 파격제안
  8. 8전세사기범 126명 신상 공개…평균 19억 떼먹어
  9. 9올 6월 폭염일수 2.4일…제일 더웠던 2018년 제쳐
  10. 10업주, 기계 끼어 숨진 직원 안전 소홀 책임…2심도 집행유예 2년
  1. 1정현수 사사구 남발…선발투수 데뷔전서 조기 강판
  2. 2김하성 10호 홈런…3연속 두자릿수 포
  3. 3호날두 골 대신 골배달, 대회 통산 8도움
  4. 4김민규 2년 만에 한국오픈 정상 탈환…박현경 4차 연장서 윤이나 꺾고 우승
  5. 5부산시장배 세계합기도선수권 성황
  6. 6롯데 지시완 최설우 김서진 전격 방출 통보
  7. 7김태형 감독의 승부수…“선발투수 한명 불펜 기용”
  8. 8태권도 큰 별 박수남 별세, 향년 77세…유럽서 활동
  9. 9전차군단 독일 헝가리 꺾고 16강 선착
  10. 10BNK 이소희·안혜지 농구대표팀 승선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남북호’, 부산항의 헤리티지와 원양산업 미래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노줌마존
‘디지털 치료 허브’ 부산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딴지걸 일 없도록 차근차근 추진을
산복도로 빈집 6000채 도시재생 새 모델 될 수 있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시 아날로그의 세계를 생각한다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