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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   입력 : 2024-04-11 19:36:0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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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시작된 전공의 집단행동이 5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전국의 의대는 사실상 학사가 멈추었고, 교수들도 한국 의료와 제자들을 걱정하며 손에 사직서를 든 채 전국적 협의체 구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7년 동안 의대 입학정원 확충을 막았고 수년동안 증원 저지 투쟁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는 지도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고, 국민의 불안과 원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루빨리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큰 틀에서 정부와 의료계의 책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쪽 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죄하는 게 옳다. 하지만 정치·행정적 측면에서 보자면 정부의 책임이 훨씬 크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제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 정부는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정책 폭주를 멈춰야 한다. 의료계는 입학정원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지배적 견해를 인정하고, 실제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국민 대다수의 인식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객관적으로 부족하다. 의료계도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 때문에 향후 약 20년은 의사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다만 그 시점 이후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의사수가 과잉이 된다는 데 대한 우려와 불안이 의사 사회에 존재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공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 의대 입학정원을 필요에 따라 ‘최소한으로’ 늘리되, 주기적 평가를 통해 언제라도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면 된다. ‘최소한으로’ 입학정원을 늘리자는 말은 그것의 용도를 지역의료의 필요 충족으로 국한하자는 뜻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멕시코(2.5명)에 이어 OECD 국가(평균 3.7명) 중 두 번째로 적다. 유럽 선진국은 4.5명 내외로 많고(네덜란드 3.9명 스웨덴 4.3명 독일 4.5명 노르웨이 5.2명 오스트리아 5.4명), 영미식 국가는 상대적으로 임상의사 수가 적다(일본 2.6명 미국 2.7명 영국 3.2명).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의학 계열 졸업자 수’는 7.3명으로 OECD 평균(14명)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 8.5명 노르웨이 10.3명 독일 12.4명 네덜란드 15.5명 오스트리아 16.3명 덴마크 22명 등을 고려할 때, 입학정원을 늘리는 게 옳다.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세계적으로 적은데,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빨라 의료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 의료 공급체계는 전국에서 요구되는 다양하고 복잡한 의료수요를 지역화의 원리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균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지방 소재 병원에서는 연봉 4억 원을 주고도 필수과목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심지어 지방의 대학병원도 의사 인력난을 겪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OECD 평균의 68%에 불과한데, 대부분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려있고 필수과목 전문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이것이 지역소멸 가속화의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필자는 올해부터 향후 10년 동안 의대 입학정원의 15~20% 늘리는 정책을 제안한다. 그러니까 매년 500명 내외를 늘리자는 것인데, 핵심은 이후 주기적 평가를 통해 입학정원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핵심은 이렇게 늘어난 정원은 모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지방 소재 의대에만 배정하고, 지역인재 특별전형 방식으로 뽑되 그중 일부를 반드시 지역의사제를 위한 특별전형에 할당하자는 것이다. 지방의 10개 의대에 입학정원을 40~60명씩 늘려주면 된다. 이런 방식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입학정원을 줄일 때도 부작용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입학정원 100명 이하의 의대를 효과적·효율적 의대로 바꾸는 계기도 된다.

여기서 지역인재 특별전형은 해당 광역지자체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사람으로 입학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고, 지역의사제를 위한 특별전형은 재학 중 교육비생활비 혜택을 주되 졸업 후 15년(‘10년 플러스 5년 방식’으로 10년은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근무하고 5년은 해당 광역에서 의료업에 종사) 동안 해당 지역 근무를 조건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말한다. 가령 제주의대에 40명이 증원될 경우, 중앙정부와 제주도가 재정 부담을 지는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5~10명을 할당하면 나머지 인원은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경남이나 전남 등은 지역이 넓고 인구도 많기에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이 15~30명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제시한 5년에 걸친 연간 2000명 증원은 우리나라 의사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또 급격한 증원은 부실교육 논란을 낳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입학정원을 줄일 때 벌어지는 낭비와 부작용도 심각하다. 제도의 경로의존성 때문에 정원 감축이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나의 제안은 최소의 증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정책이다. 이 방안을 중심으로 조속하게 합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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