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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치솟는 금값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4-04-10 21:34:3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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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랜 귀금속이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화폐와 달리 희소성이 있다. 19~20세기 초 많은 나라가 통화 가치를 금과 연계한 금본위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교역량 증대에 따라 금융시장 역할이 커지면서 변화하는 가치를 통화와 연동하는 변동환율제로 바뀌었다.

그래도 여전히 금값을 보면 세계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경제가 좋을 땐 자금이 주식으로 몰리지만, 불안할 땐 금이 인기다. 금값은 달러화 가치와 반비례 관계다. 달러화가 약세면 오르고, 반대면 내리곤 한다.

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트로이온스(1트로이온스=31.1g)당 2384.5달러를 기록,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금 선물은 8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국제 금값은 코로나19사태 이후 올해 2월까지 4년간 트로이온스당 1600~2100달러 박스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3월 이후 단기간에 금값이 2300달러선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13.5% 상승했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이 금 사재기에 나선 것이 금값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몇 년 새 미국 국채를 팔고 금을 사들이고 있다. 3월 말 중국 금 보유고는 7274만트로이온스를 기록했다. 이는 2262t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자산거래를 동결했다. 이에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전쟁을 염두에 두고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기가 침체하면서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주춤하자 중국인들이 안전자산인 금을 구매하는 것도 금값 상승을 부추긴다. 중국 Z세대 사이에는 1g짜리 금콩 모으기가 유행이다.

국내 금값도 고공행진한다. 10일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돈(3.75g)짜리 금을 사려면 43만3000원이 든다. 한 달 새 10% 올랐다. 금값이 뛰면서 금 통장이나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금테크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금의 가치가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재정적자가 심화하면서 달러를 더 찍어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미 경제학자 피터 번스타인은 책 ‘황금의 지배’에서 “금이 반짝이면 세계 경제에 재앙이 닥칠 신호”라는 명언을 남겼다. 금의 폭발적 수요가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대변하는 듯해 두려워진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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