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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팀킬 논란’ 황대헌의 선택은?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24-04-10 21:19:1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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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조 1위를 차지한 황대헌이 실격 처리됐다. 주최 측이 상대를 추월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레인 변경에 페널티를 부과해 쇼트트랙 우승 후보를 일찌감치 탈락시킨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분노했다. 황대헌을 대신해 결선에 오른 중국선수는 주최 측이 1위를 한 헝가리 선수에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실격을 내리면서 ‘지저분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음 날 진행된 1500m 결선에서 황대헌은 중반부터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테이프를 끊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당시 실력과 정신력을 갖췄다며 찬사가 이어졌던 황대헌은 경기 뒤 “아무도 내게 손을 못 댈 정도로 빨리 타는 게 작전이었다”고 말해 편파판정에 속앓이했던 우리나라 국민에게서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런 멋진 경기를 펼친 황대헌이 최근에는 중국을 닮아가는 모양새다. 불과 2년 만에 찬사를 받던 실력과 정신력이 ‘비열한 승부욕’으로 변질된 것이다. 황대헌은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박지원을 뒤에서 밀치는 심한 반칙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고 모든 포인트가 몰수됐다.

지난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에서도 황대헌은 박지원이 인코스로 파고 들자 손으로 밀쳐 경기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심판은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부과했다. 전날 열린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박지원은 선두로 질주하다 황대헌이 무리하게 인코스로 비집고 들어와 균형을 잃고 최하위로 밀렸다. 황대헌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은 뒤 격렬한 세리머니를 펼쳤지만 심판진은 황대헌의 반칙을 선언하면서 금메달을 박탈했다. 황대헌에게 팀킬을 당한 박지원은 세계랭킹 1위지만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 선발 자격을 잃었다.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자체 조사에 착수했으나 일주일 뒤 빙상연맹은 박지원과 황대헌의 충돌과 관련해 ‘고의성은 전혀 없었고, 팀킬 의도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세 차례나 포인트 몰수, 페널티, 실격을 반복한 황대헌에게 ‘면죄부’를 씌워준 것이다.

결국 빙상연맹의 면죄부는 황대헌의 반칙에 날개를 달아줬다. 황대헌은 지난 6일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500m 준결승 2조 경기에서도 박지원과 또다시 충돌해 박지원의 결승 진출을 막았다. 7일에는 남자 1000m 2차 예선 7조에서 박노원과 충돌하는 거친 플레이로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쇼트트랙 선수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쓸어버리겠다는 목표를 가진 ‘청소부’로 보일 정도다. 다행히 박지원은 황대헌이 실격한 1000m에서 1위를 차지하며 1차 선발전을 1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 국민이 쇼트트랙에 감탄하는 것은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인코스로 추월하면서도 주변 선수들의 경기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완벽한 기술 때문이었다. 앞과 옆에 있는 선수를 (교묘하게) 밀어 추월하고, 그것도 몇 차례나 반복하는 데다, 심판으로부터 반칙 또는 페널티를 수차례 받을 정도로 ‘지저분한’ 경기를 하는 선수라면 아예 추월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게 스포츠정신에도 부합하고 스스로에게도 떳떳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황대헌 팀킬’ 논란이 이어지자 황대헌의 SNS에는 “경쟁 선수 밀고 올림픽 출전해서 남는 게 뭔가” “제발 정정당당하게 경기하라”는 등 비판의 댓글이 쌓이고 있다. 황대헌은 이런 비난이 아직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깨닫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받은 찬사를 이어가기 위해 실력을 키우거나 실력이 없다면 은퇴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빙상연맹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 최근 들어 네티즌 사이에서 ‘특정 대학 출신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독식하려는 카르텔이 심각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빙상연맹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다.

유정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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