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 임금근로자가 1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여성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남녀 임금은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임금근로자 수는 전년(969만4000명)보다 28만2000명 늘어난 997만6000명에 달했다.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당시와 비교하면 17.4배나 늘어난 수치다. 여성 임금근로자를 포함해 전체 여성 취업자는 1246만4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비중도 43.9%로 역대 최고였다.

지난해 여성 임금근로자가 1000만 명에 육박했으나 남녀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였다. 사진은 일하는 여성근로자. 국제신문DB

이처럼 국내에서 여성 경제활동이 늘고 있지만 남녀 간 임금격차는 여전히 커 문제다. 2022년 기준(통계청 ‘한국의 지속가능한발전목표 이행 보고서’) 우리나라 성별 임금격차는 31.2%로, OECD 평균(12.1%)과 비교할 때 2.6배에 달했다. 35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단연 1위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성별 임금격차가 높은 국가는 이스라엘 라트비아 일본 에스토니아인데 이들 국가 모두 20%대다. 3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여성 관리자 비율(14.6%)은 OECD 평균(3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본과 함께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가 큰 원인으로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고소득 일자리에서 낮은 여성 비중, 높은 여성 비정규직 비율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직장에 오래 근무할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구조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30대에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나면 나중에 직장에 복귀해도 남성 동기들과 임금격차가 벌어진다. 오랜 시간 경력단절은 예전 수준 일자리 시장으로 복귀하는 일을 어렵게 한다. 결국 많은 여성이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로 몰리면서 임금격차가 커지게 된다.

또 우리나라 기업들이 채용 승진 배치 등에서 성차별을 하면서 남녀 임금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다. 실제로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은 급격히 줄어든다. 2021년 여성가족부가 2246개 상장법인의 성별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5.2%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은 남성의 고임금과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고착시킬 수 있어 우려스럽다.

남녀 임금격차는 성평등 문제일 뿐만아니라 저출산 현상에도 큰 영향을 준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5∼29세(73.9%)였다. 반면 10대와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35∼39세 고용률은 60.5%로 가장 낮았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이 많다는 뜻이다. 30대 기혼 여성 근로자들은 “일이냐, 아이냐”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따라서 육아 휴직으로 인해 직장 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정책이 필수적이다. 여성의 소득이 개선되지 않으면 출산율 상승도 기대하기 힘들다. 여성 근로자가 자신의 노동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변화를 이끄는 일, 바로 이것이 정치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