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선심성 공약에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위성정당 공약조차 감세, 현금성 지원, 대규모 개발 등으로 가득하다. 세금을 낮추거나 현금을 지급하고 대형 사업을 실행하는 데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치열한 접전 과정에서 나온 개별 정당의 브랜드성 공약 뿐만 아니라 철도 지하화,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처럼 양당이 공통적으로 약속한 사안도 적지 않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출을 줄여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갈 예정인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들 공약이 선거 이후 공수표로 끝나도 문제지만, 이것을 실천에 옮기려고 청구서를 내밀어도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서울 지하철 동묘역 앞에서 종로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왼쪽),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경기 용인시에서 지역구 후보들과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약은 대부분 감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확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조정, 생필품 부가세 한시 인하 등이다. 만 5세부터 무상보육을 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누리과정 지원금을 대폭 인상하고, 무상보육을 3~4세까지 확대하며, 다자녀 혜택을 2자녀로 넓히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24번에 달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지역별 현안 해결을 대거 약속했다. 선거용이 아니라지만 시기는 공교롭다. 국정 운영의 주체인 대통령과 여당이 대규모 감세와 재정 투입을 공언하는 행위는 정부의 긴축 기조에 반하는, 이율배반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술 더 뜬다. 민주당은 주로 현금성이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을 민생회복지원금으로 주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월 3만 원 대중교통 무제한 청년패스 도입, 만 18세까지 월 10만 원씩을 펀드계좌로 적립하는 ‘기본자산 1억 원’ 등도 약속했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아동과 청소년에게 월 30만~5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청소년 기본소득’까지 공약했다. 민주당 계열에서 유독 현금성 공약이 많은 건 아마도 21대 총선에서 전국민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압승을 챙긴 기억이 뚜렷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실련이 최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쏟아진 개발공약은 여야를 합해 무려 2239가지인데 소요 예산은 최소 554조 원으로 추산됐다. 재정 추계가 불가능한 사업이나 현금성 공약까지 합하면 훨씬 늘어난다. 공약대로 실천하면 나라가 거덜날 일이고, 표심 공략을 위해 무작정 해본 말이라면 국민을 우습게 봤다는 뜻이다. 당 지도부를 비롯해 각 지역구 후보가 쏟아낸 수많은 약속을 일일이 검증하기란 유권자 입장에선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약간의 관심만 있으면 공약의 정당성, 실천 가능성을 판별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본 선거가 내일로 다가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인물과 정당을 골라내 냉정한 한 표 행사가 절실하다. 잘못 뽑은 대가는 결국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