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동맹 휴학’에 나선 의대생들이 대량 유급될 처지다. 이달 중순까지 강의실로 복귀하지 않으면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수업일수(학기당 15주 이상)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선배인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서를 거둬들이지 않으면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멈출 가능성은 낮다. 의사단체에서 정부와의 ‘협상 무용론’이 나오는 건 더 우려스럽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의료 공백에 이어 의대생 유급마저 현실화하면 의정 갈등은 치유 불가능해진다.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 참석자들이 비공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가 환자 곁을 떠나고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한 게 벌써 50일째다. 일부 의대는 최악의 유급 사태를 피하기 위해 8일부터 수업을 재개한다. 과목당 20주였던 수업시수를 15~16주로 압축한 만큼 수업을 더 미루면 2학기 학사일정까지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대생들이 캠퍼스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생 중 휴학계를 낸 비율이 55.2%에 달한다. 그들 상당수는 여전히 ‘2000명 증원 백지화’를 고집한다. 의료계의 ‘자중지란’은 갈등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 전공의 일부는 윤 대통령과 만난 박단 위원장 탄핵을 주장하고, 대한의사협회는 “협상이 꽉 막혔다”며 주40시간 준법진료를 예고한 상태다. 선배들이 집단행동을 지속하면 의대생들은 복귀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의정은 학부생이 유급 위기에 몰렸는데 “네 탓”만 한다. 부끄러운 줄 모른다.

정부는 의사와의 대화가 교착상태를 못 벗어나면 전공의 면허취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는 이탈 전공의들에게 3개월 의사면허를 정지하겠다는 사전통지서를 보냈다가 윤 대통령이 ‘유연한 처리’를 강조하자 정식 면허정지 통지는 하지 않았다. 전공의들이 계속 ‘드러눕기’를 한다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기계적인 법 집행’ 말고는 없다. 파국을 막으려면 의사단체가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2000명 증원이 무리라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 게 순서다.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협상 거부나 마찬가지다. 여론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시간도 촉박하다. 교육부가 의대 증원이 포함된 2025학년도 입학전형계획을 확정하면 증원은 ‘불가역적’이 된다. 정부가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필수의료 확대에 나선 지금이 협상 적기 아닌가.

의료 공백 장기화로 환자는 죽어난다. ‘뺑뺑이’로 불리는 119구급대 응급실 재이송 건수가 전공의 집단행동 직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지금은 어른들이 이성을 되찾을 때다. 의사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수업은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옳다. “우리 집 아들(전공의)이 일진에게 맞고 왔는데 협상장에 내보낼 순 없다”고 감정을 건드리면 갈등은 더 깊어진다. 정부도 끊임없이 대화의 장을 만들길 촉구한다. 의대생이 집단유급당하면 2000명 더 뽑은 들 무슨 소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