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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의 두잉세상]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전호환 동명대 총장·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장

  • 전호환 동명대 총장·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장
  •  |   입력 : 2024-04-04 19:52:5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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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국제바칼로레아(IB)교육학회 창립 학술대회 발기인으로 참석했다. 오프닝 연설자는 경북사대부고에서 IB 고교과정을 수료하고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 4년 장학생으로 선발된 박하온 양이었다. 박 양은 IB가 자신을 성장시킨 과정을 설명하며 “이렇게 성장할지 몰랐다”고 울먹였다. “동급생이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동반자”라고도 했다. 교육의 본질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대학 총장으로는 유일하게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IB학회가 대학교육을 포함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필자는 지난 2월 ‘전호환의 두잉세상’ 기고에서 저출생 등 한국의 많은 문제가 ‘과잉경쟁교육’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동급생을 이기는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과의 경쟁’이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박 양의 말은 필자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IB가 공교육에 도입된 이후 대구와 제주도 표선에서 170여 명의 첫 졸업생이 올해 배출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과학기술원, 거점국립대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대학에 합격했다. 학생들은 수능 점수가 아닌 역량으로 평가하는 수시로 진학했다. 한국에서도 줄 세우기 교육이 아닌 역량 중심의 교육이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IB 성공의 핵심은 ‘교사들의 헌신’이었다. IB 교사들은 스스로 연수를 받는 등 엄청난 노력을 했다. 교육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학회에서 발표한 교사들의 사례는 혁신의 실례였다. IB와 체덕지를 한국교육의 대안으로 제시한 이종승의 ‘교육소비’라는 책에는 ‘학생들의 변화’가 IB 교사들을 움직였다고 했다. 필자가 학술대회에서 만난 참가자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탐구학습과 서·논술형 절대평가가 핵심인 IB는 어려운 교육과정으로 실패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K-에듀의 바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탄을 쐈다.

IB는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이 ‘대한민국의 시험’에서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 소장은 “하나의 정답을 골라내는 수능으로 창의력을 키울 수 없다”고 했다. 이 소장의 또 다른 저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는 대학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못하는 대학교육의 현실을 알렸다. 서울대 학생은 ‘A+를 받을지 확신할 수 없으면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지만 미국 미시간대 학생은 정반대였다. 한국 대학생은 교수의 말을 그대로 적어야 좋은 학점을 받는다는 것이다. 시험과 평가가 바뀌어야 교육이 변할 수 있다는 이 소장의 말에 공감한다.

대학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세계적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대학이 처한 환경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그간 대학은 교육부에서 명시한 정답(목표)을 잘 달성할 수 있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재정지원을 받아왔다. 재정지원 사업계획서와 매년 평가보고서 작성으로 대학의 행정력은 무수히 낭비돼 왔다.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산업 및 시대 흐름에 맞는 대학 자체 혁신과 특성화로 생존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간이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글로컬대학30이 대학의 개혁에 방아쇠를 당겼다. 이 사업은 대학 스스로 작성한 혁신기획서를 평가해 재정을 지원한다. 기획서에는 대학의 벽허물기와 국립대학의 통폐합까지 포함되었다. 얼마 전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교사가 초중등 교육의 주체이듯 대학교육의 주체는 교수다. 대학혁신은 제대로 된 교육으로 학생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열의로 무장한 교수 총장 직원이 힘을 모을 때 가능하다. IB교사들이 변화했듯이 교수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하는 대학은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에서 가나자와공업대학과 아시아태평양대학(APU)의 성공은 타산지석이다. 두 지방대학은 수도권 집중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쓰나미를 뚫고 가나자와공대는 ‘도쿄대보다 잘 가르치는 대학’, APU는 ‘초 글로벌 대학’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두 대학의 성공에는 ‘새로운 교육을 해보자는 열의’로 무장한 교수가 있었다.

필자는 동명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무학년, 무티칭, 무학점의 3무와 도전 실천 체험이 중심인 두잉(Do-ing)교육을 도입하고 시대에 부합하는 학과를 신설하는 등 많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두잉교육의 성과는 신입생 모집에서 약진해 학생을 채우지 못한 다른 지방 사립대와 비교됐다. 창단 2개월 만에 신입생들로만 구성된 동명대 축구부가 2024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전통의 강호 대학들을 연이어 물리치고 우승이라는 기적을 이뤘다. ‘잘하면 기존 벽을 깰 수 있다’는 필자의 교육철학을 확인해 줬다.

지방 대학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IB의 성공을 이끈 교사들처럼 교수들이 헌신한다면 생존을 넘어 발전하는‘지방대 성공시대’신화도 가능하다. 필자가 IB 학회에서 박하온 학생과 교사들을 만나면서 느낀 결론이다. 교육의 본질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학생의 성장은 학교가 아닌 선생의 교육행위로 된다. 교육의 질은 선생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학생이 찾아오는 우수한 교수가 있는 작지만 강한 특화대학은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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