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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위대한 독재자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4-03-18 19:52:2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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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의 첫 유성영화 ‘위대한 독재자’는 아돌프 히틀러를 풍자한다. 2차 대전의 공포가 세계를 흔들던 1940년 개봉했다. 주인공은 평화를 사랑하는 유태인 이발사와 세계 정복을 꿈꾸는 힌켈. 채플린이 1인 2역을 소화했다. 영화의 마지막 연설 장면은 지금도 울림이 크다. “탐욕이 영혼을 중독시키고 세계를 증오의 장벽으로 가로막았습니다. 불행과 죽음을 불렀습니다(중략). 기계보다 인권이 중요하고 지식보다 친절과 관용이 우선돼야 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칸 영화제 개막식 ‘깜짝 연설’에서 채플린을 소환했다. “인간에 대한 증오는 지나갈 것이고 독재자는 죽을 것입니다. 그들이 빼앗은 권력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자유는 결코 소멸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새 채플린이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위대한 독재자’ 대사를 인용한 것이다.

푸틴이 18일 대통령 선거에서 87%대 득표율로 5선 고지(임기 6년)에 올랐다.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집권 기간(29년)을 앞지르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엔 절망적인 사건이다. 푸틴이 2030년 한 번 더 출마해 당선되면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 기간(34년)도 넘어선다. ‘21세기 차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충돌이 3차 대전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하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장기 철권통치라면 이웃나라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를 ‘향도’(길을 인도하다)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에게만 썼던 존칭을 주애에게 쓴 것은 후계 구도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어 주애가 4대 세습을 하면 김 씨 일가 통치 기간은 한 세기를 넘을 수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3연임에 성공해 ‘15년 재임’을 보장받았다. 푸틴과 김정은의 브로맨스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위대한 독재자’의 이발사는 어느 날 힌켈로 오인받아 병사들 앞에서 연설한다. “독재자들은 스스로를 해방하면서 민중을 예속합니다. 이제 그들이 했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중략). 민주주의 이름으로 단결합시다!” 푸틴은 김정은과 달리 선거를 통해 권력을 쟁취했다. 러시아인들이 21세기에 스트롱맨을 원한 이유는 뭘까. 푸틴의 장기 집권은 “민주주의와 독재는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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