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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넘치는 부산 발전 약속, 이번엔 꼭 지켜야

올해 들어 지역 회생 방안 각 부처에서 잇따라 발표

‘총선용’이란 오해 덜려면 강단 갖고 밀어붙여야만 지역균형성장 달성 가능

  •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  |   입력 : 2024-03-10 18:40:24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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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태어났거나 사는 곳, 혹은 연고가 있는 지역에 대해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리면 기분이 무척 상하게 마련이다. 남들에게는 우리 고장이 정말 훌륭한 곳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건만 졸지에 거짓말을 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한때 ‘빵빵했던’ 우리 지역의 위상이 왜 이렇게까지 떨어졌는가 싶어 괜히 화가 나기도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현 정부나 정치권이 무능함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게 된다.

조금은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최근 정부 각 기관이 낸 통계에서 부산이 처한 열악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몇 개의 예를 들어 본다. 2023년 4분기 부산의 주력 산업인 광공업 생산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2.0% 줄었다. 감소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중 가장 높았다. 4분기 서비스업 생산 지수도 전국이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하는 동안 부산은 0.7% 줄었다. 금정구 소재 직장에 다니는 청년 근로자의 평균 급여는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제일 낮았다.

인구 분야에서도 심각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37만5703명이 주소지를 다른 곳으로 옮긴 반면 유입자는 36만4271명에 머물렀다. 특히 유출자 가운데 1만1226명은 수도권으로 이주했다.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부산의 초등학교는 지난해 16곳에서 올해 21곳으로 늘었다. 1곳에서는 신입생을 아예 한 명도 받지 못했다. 또 2023년 부산의 연간 합계출산율은 0.6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니 머지않아 ‘제2의 도시’라는 지위를 다른 도시에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비수도권의 침체는 오래전부터 거론된 것이며 부산만의 특별한 사례는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듯이 하나의 나라 역시 지역간 삶의 수준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게 된다면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주장이 타당성을 갖는 이유다.

문제의 심각성은 정부도 알고 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지역 회생 대책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부산지역 사안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달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지방시대를 열어갈 가장 중요한 한 축이 부산”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산을 남부권의 중심축이자 물류·금융·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이전, 센텀2지구 개발 등을 약속했다.

부산 발전 방안에는 경부선 지하화와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 등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최근 ‘철도지하화 통합 개발 종합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했으며 지자체가 완결성이 높은 제안서를 만들면 올해 중 선도사업으로 지정해 향후 일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가덕신공항 건립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하는 한편 4월 발족할 가덕신공항건설공단의 직원 채용도 시작했다. 2029년 12월 개항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일 ‘2024년 주요 정책 추진 계획’을 통해 부산항 신항과 진해신항을 중심으로 하역·수송·적재 등 모든 분야가 완전히 자동화되는 ‘스마트 메가포트’를 구축, 국가 물류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24시간 멈춤 없는 항만’을 만들어 기존 항만보다 생산성을 20% 늘리자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계획에는 부산·경남·전남을 잇는 ‘남해안 해양레저관광벨트’ 조성으로 해양관광 소비를 활성화,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정부의 부산 살리기 대책을 보면 내심 기대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지역균형발전을 이뤄보겠다는 정부의 노력을 일부러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부선 지하화 등 아직 구체적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계획에 대해서는 잘 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조차 추정이 힘들다는 막대한 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도 걱정이 앞선다.

특히 올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지금 ‘쏟아져 나오는’ 지역 발전 방안에 행여 다른 의도가 숨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정부가 지역 민심 결집이 필요한 민감한 시기에 그럴싸한 계획들을 제시했다가 나중에 이런저런 핑계로 슬그머니 거둬들이는 일을 적지 않게 봐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약속이 현실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이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정부의 강한 의지임이 분명해진다. 정말 지역을 살리려 하는가. 그렇다면 정부는 흔들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야 한다.

염창현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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