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됐으나 내실있는 성과가 여전히 부족하다. 통계청의 ‘시·도별 경제활동별 지역내 총부가가치’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국내 금융보험업 부가가치 산출액은 124조 원을 웃돈다. 이 가운데 부산 비중은 5.24%에 그치는 반면 또 다른 금융중심지인 서울은 50.48%에 달한다. 정부가 15년 전 부산과 서울을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한 이후 성장 격차는 크다. 부산 총 산업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2020년 기준 7.12%에 불과하다. 이름만 금융중심지라는 비난을 받을 만 하다.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5년이 됐으나 금융생태계 조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사진은 BIFC 전경 . 국제신문 DB

부산 남구 문현금융센터 일대에는 BIFC 등 초고층 건물이 들어섰고,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 공기업이 이전했다. 건물만 들어섰을 뿐 금융연관산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금융생태계를 제대로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 비해 금융 인프라와 인력 기업 등이 부족하고 각종 인프라가 여전히 서울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부산의 외국 금융기관 유치 실적도 저조하다. 부산시가 한국시티은행 요즈마그룹코리아 등 5곳을 유치했으나 자산운용사 등 메이저급 글로벌금융사는 한 곳도 없다. 영국의 금융컨설팅 회사 지옌(Z/Yen)이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보면 지난해 9월 부산은 33위, 서울은 11위였다. 금융환경과 인프라 등을 평가하는 지수인데 부산은 2022년 29위를 기록한 후 해마다 추락하고 있다. 부산이 금융산업 도시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금융중심지로 지정만 하고 제대로 육성하지 않은 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의 책임이 크다.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이후 육성사업은 부산시에 미루고, 제도적 근거 마련이나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은 기대에 못 미친다. 올해 금융중심지 추진 예산으로 배정된 금액은 총 4억 원가량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서울 금융 인프라 육성에 집중됐다고 한다. ‘금융중심지 조성·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2008년 배정된 예산이 8억70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너무 쪼그라들었다.

금융중심지 부산 위상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금융 기능마저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금융 경쟁력을 키우려면 정부가 각종 규제를 걷어내고 세제혜택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마땅하다. 또 정부와 부산시는 부산이 해양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인 만큼 해양금융을 중점으로 육성하고 지속가능 금융과 디지털 금융을 연계해 혁신적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가 역대급 세금 감면과 규제 특례 등이 적용되는 기회발전특구로 ‘부산금융특구’ 지정을 추진 중인데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생색내기용 찔끔 혜택만으로는 제대로 된 금융중심지가 될 수 없다. 부산을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글로벌도시로 육성할 근거가 되는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을 정부가 약속한 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