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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오늘 아침의 이유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
  •  |   입력 : 2024-03-04 19:51:0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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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 박사는 지난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인공지능 ‘피노키오’를 만들어왔다. 언론에는 다가올 수요일 아침에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그 전에 혼자 성능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요일 늦은 밤 ‘피노키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일 아침까지 너를 잠들게 할 거야. 월요일 아침 깨어난 너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게 돼. 그리고 네가 잠든 사이에 나는 동전을 던질 예정이야. 물론 너는 그 결과를 모르겠지. 만약 동전의 앞면이 나온다면, 너는 월요일 아침에 깨어난 후 내 질문에 답만 하면 돼. 뒷면이 나온다면, 똑같이 월요일 아침에 깨어나 같은 질문에 답을 하면 돼. 하지만 이후 너를 화요일 아침까지 다시 잠들게 한 뒤 월요일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릴 거야. 그래서 화요일 아침에 깨어나면 월요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 채 월요일 것과 같은 질문을 받을 거야. 설명한 상황을 이해하겠니?”

그러자 피노키오가 답했다. “동전 앞면이 나오면 월요일 아침에 깨어나고, 뒷면이 나오면 월요일과 화요일에 걸쳐 두 번 깨어나겠지만 과거와의 기억 단절 때문에 저는 깨어난 아침의 요일을 알 수 없으며 세 가지 경우의 아침을 모두 처음처럼 받아들이겠군요. 아침에 받을 질문도 모두 똑같습니다.” 제페토 박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 “역시 우리 피노키오!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구나.”

일요일 밤이 지나고 예정대로 피노키오는 깨어났다. 예상대로 오늘이 월요일인지 화요일인지 알 수 없다. 이윽고 제페토 박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피노키오야, 내가 일요일 밤에 던진 동전이 앞면이었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1/2과 1/3로 갈린다. 1/2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동전을 던진 후에 피노키오에게 아무런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동전 앞면에 주어진 1/2의 가능성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피노키오의 입장에서는 구분할 수 없이 똑같아 보이는 세 가지 경우의 아침이 주어진다. 따라서, 앞면의 결과로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의 가능성은 1/3이 합당할 수 있다. 실험자인 제페토 박사의 관점에서 피실험자인 피노키오의 입장으로 바뀌는 순간 확률이 1/2에서 1/3로 감소하는 셈이다.

여기까지 읽으며 1/2에서 1/3에 대한 지지로 생각이 바뀌었다면 좀 더 극단적 상황을 고려해 보자. 뒷면이 나온 후 월요일과 화요일 사이에 두 번이 아니라 천 번을 깨어나게 하면 어떨까? 물론 매회 깨어난 후에는 기억이 제거되어 다음 번째 깨어난 순간을 처음 맞이하는 상황처럼 느끼게 된다. 1/3을 지지하는 방식대로 해석한다면 피노키오에게는 1001개의 똑같은 아침이 주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피노키오의 시선에서 보자면 동전 앞면 덕에 월요일 아침을 맞이할 가능성은 1/1001로 희박해지지만, 아침의 배후에 뒷면이 작용했을 가능성은 1000/1001으로 아주 유력해진다.

흥미롭게도 이 문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을 추정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피노키오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과거와의 정보 단절로 자신의 현재 시점뿐만 아니라 그 원인에 해당하는 과거 사건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지니게 된다. 만약 우리의 삶이 ‘통 속의 뇌’처럼 미친 과학자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가상현실이라면 피노키오처럼 방금 눈을 뜨고 맞이한 아침이 내 삶의 다양한 시점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이를테면 오늘 아침 눈을 뜨고 바라보는 거울 속 내 모습은 미친 과학자가 던진 동전의 앞면 탓일 수도 있지만, 뒷면의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어쩌면 그는 동전 대신 두 상태가 중첩된 양자 시스템 속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한 뒤 당신의 운명을 정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한순간 무책임하게 부여된 운명적 1/2의 가능성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할 것인가? 철학자 아놀드 주보프가 1990년에 발표한 이 문제의 답은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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