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노무현이 옳았다

부산대 석좌교수·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 부산대 석좌교수·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  |   입력 : 2024-02-22 19:57:4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잊힌 여인’이라고 한 것은 19세기 프랑스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마리 로랭상이었다. 로랭상 식으로 말하자면 가장 비참한 죽음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잊힌 채 홀로 쓸쓸하게 사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고독사’라고 부른다.

부산은 전국에서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다. 인구 10만 명당 9.8명으로 전국 평균의 1.5배, 가장 낮은 세종시보다는 2.7배 높다. 고독사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부산의 사회·경제적 환경 때문이다.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도시이면서 가구별 소득도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부산의 연간 가구별 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이전소득의 합계)은 5970만 원으로 전국 8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최하위이다. 서울의 82%, 세종시의 69% 정도이다. 부산의 미래 지표라 할 수 있는 지역경쟁력도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8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부산의 출산율은 꼴찌에서 두 번째, 노인 인구 비율은 가장 높다. 그래서 어린이집은 노인복지관으로, 결혼식장은 장례식장으로 바뀌고 있다.

1820년대를 기점으로 역사의 주도권이 동양에서 서양으로 넘어가는데 경제사에서는 이를 ‘대분기(Great Divergence)’라고 부른다. 한때 한국 경제성장의 엔진이자 좋은 일자리가 넘쳤던 부산 몰락의 대분기는 언제였을까? 나는 1972년이었다고 생각한다.

‘10월 유신’ 다음 해인 1972년 박정희 정부는 부산에서 공장을 신설 증설 승계 취득의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를 5배 더 내도록 법을 만들었다. 공장 이전이나 업종 변경에 따른 부동산 취득도 마찬가지였다. 대도시 인구과밀을 막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야당 도시 부산에 대한 정치적 탄압의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제도가 폐지된 것은 23년 뒤인 1995년이었다. ‘공업배치법’ 시행 이후 부산 기업은 아예 서울로 가거나, 제한을 받지 않는 김해 양산 등 인근 지역으로 떠났다. 동명목재나 국제상사 등 부산의 전통적 대기업은 망하거나 해체됐다. 1984년 전두환 정부때 국제상사의 공중분해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부산의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연평균 1만 명 이상의 부산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떠난다. 2019년 드디어 수도권 인구는 한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었다. 수도권 면적은 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 집중도는 50.6%이다. ‘도쿄 일극화’라고 호들갑을 떠는 일본의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34.4%, 영국과 프랑스는 25% 수준이다. 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극단적인 수도권 집중현상이 나타나는 나라는 없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청년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현실이 우리나라 ‘저출산과 성장잠재력 훼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비수도권 거점도시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과 더불어 2대 성장거점으로 발전하고 있던 부산을 ‘공업배치법’으로 망가뜨린 지 52년 만에 나온 이야기이다. 하지만 ‘메가 서울’이 대세인 한국의 담론 지형에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지역균형발전과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에서 탈피, 불필요한 수도권 규제 완화로 생산성을 높여야 하므로 이해 집단들이 국익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2004년 노무현전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수도 이전’이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좌절되면서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의 가장 큰 기회는 사라졌다. 지역은 에너지와 우수 인력을 공급하고 기피시설이나 떠안는 서울의 내부 식민지가 되었다. 수도 이전 계획이 좌절되면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공공기관 이전’이었다. 공공기관 이전 당시 전국의 모든 지역이 당시 노무현 정부를 비난했다. 왜 우리 지역에는 더 큰 떡을 주지 않느냐고.

공공기관 몇 개 이전으로는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수도 이전을 무산시킨 세력들은 그래놓고도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2004년 3월 12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때 노무현 대통령은 경남지역 혁신보고회장에 있었다. 그날 그는 고려시대 수도를 개경에서 평양으로 옮기자고 주장했던 묘청과 정지상의 죽음 등을 예로 들며 수도 이전과 대한민국 기득권세력 교체에 대해 30분 이상 즉석연설을 이어 나갔다. 몇 년 뒤 자신의 비극적인 죽음을 예감한 듯한 연설이었다. 살아있는 ‘노변’을 내가 만난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탄핵 사유는 선거법과 실정에 따른 경제 파탄 등이었다. 선거법 위반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수준이었다. 탄핵과 헌재 판결로 균형 발전의 꿈은 날아갔다.

그 후과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수도권 집중 폐해가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고 지방소멸은 눈앞에 와 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1.4%로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 가운데 꼴찌이다. 경제 파탄 등을 빌미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던 2004년 그해 성장률은 5.2%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최고액 찍나…‘남천 메가마트 부지’ 분양가 관심
  2. 2[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tvN ‘눈물의 여왕’ 국내외 흥행…‘사랑의 불시착’ 시청률 넘어설까
  3. 3[근교산&그너머] <1377> 전북 남원 서룡산
  4. 4“춤으로 악령 부르는 오싹함…몸짓 연습에 흡연신까지 힘들었죠”
  5. 5더 짙어진 신라 향기…‘천년 왕국’은 지금도 변신 중
  6. 6교체 출전 이영준 극장골…황선홍호 ‘골 불운’ 날렸다
  7. 7‘애물단지’ 공익요원? 기관들 기피로 적체 심각
  8. 8경기도서 기사회생한 ‘부산 출신’ 이재강
  9. 9하윤수 부산교육감 ‘사전 선거운동 혐의’ 항소심 선고 3주 연기
  10. 10[뉴스 분석] 에어부산 존치 미적대는 정부·산은…지역사회 “전면전 불사”
  1. 1경기도서 기사회생한 ‘부산 출신’ 이재강
  2. 2野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서” 與 “그럼 국회의장은 내놔야”
  3. 3기장 정동만 "정관선 등 강력추진, 국토위 간사 맡겠다"
  4. 4금정 백종헌 "침례병원의 공공화, 임기내 마무리 약속"
  5. 5해운대을 김미애 "반여 반송 재송 지역, 맞춤 도시재생 구상"
  6. 6“與, 총선민심 받들어야” 野, 채상병특검·전세사기법 처리 요구
  7. 7與 부산 총선 이끈 서병수 향후 거취에 쏠린 눈
  8. 8지역구는 與, 비례대표는 야당으로…서부산 교차투표에 진보정당 약진
  9. 9[뉴스 분석] 尹 “민심 겸허히 수용…하지만 국정방향은 옳았다”
  10. 10野 부산 낙선 후보들 “시민 뜻 받들고 다시 시작”
  1. 1부산 최고액 찍나…‘남천 메가마트 부지’ 분양가 관심
  2. 2[뉴스 분석] 에어부산 존치 미적대는 정부·산은…지역사회 “전면전 불사”
  3. 3“가덕신공항 건설 사업, 부산업체 참여 확대를” 지역업계 기자회견서 촉구
  4. 4‘탁구 효과’ 재확인…2월 부산관광 외국인 소비 141%↑
  5. 5직장인 10명 중 7명 “점심값 부담”
  6. 6부산 패션비즈센터 e플랫폼 탄력
  7. 7거침없는 强달러…한일 첫 공동 구두개입에 고환율 멈칫(종합)
  8. 8예금 연계 증권계좌 임의개설, 대구銀 3개월 업무 일부 정지
  9. 9주가지수- 2024년 4월 17일
  10. 10때이른 여름맞이 유통·호텔가 “바쁘다 바빠”
  1. 1‘애물단지’ 공익요원? 기관들 기피로 적체 심각
  2. 2하윤수 부산교육감 ‘사전 선거운동 혐의’ 항소심 선고 3주 연기
  3. 3부산 중증장애 6만 명인데 전담 치과의 5명…6개월 대기도
  4. 4신생아 학대 부산해경 소속 父, 징계위 통해 파면될수도
  5. 5대통령 경호처 간부 수의계약 유착 정황…감사원, 檢 수사의뢰
  6. 6[속보]일본 오이타현 동쪽 바다에 규모 6.4 지진…부산 울산에도 진동
  7. 7사천남해하동 서천호 "우주항공청 조기개청에 총력"
  8. 8통영고성 정점식 "남부내륙철도 신속 추진 노력"
  9. 9동일 5억 기탁…장애인 시티투어버스 확대·취약층 주거 개선
  10. 10오늘의 날씨- 2024년 4월 18일
  1. 1교체 출전 이영준 극장골…황선홍호 ‘골 불운’ 날렸다
  2. 2롯데 초반부터 물방망이…팬들 ‘봄데’마저 그립다
  3. 3김하성 작은 변화로 3호 홈런까지
  4. 4PSG, 바르샤 격파…이강인 한국선수 4번째 UCL 4강 출전
  5. 511회 연속 올림픽 여자 핸드볼…덴마크·노르웨이 등과 같은 조
  6. 6KLPGA 최장코스 가야CC서 장타-정교함 대결
  7. 7“수영 저변 확대로 부산연맹 자립 이루겠다”
  8. 8KCC 라건아 원맨쇼로 적지서 기선제압
  9. 92명 퇴장 신태용의 인니, 카타르에 완패
  10. 10[뭐라노-글로벌픽]‘네버쿠젠’ 꼬리표 뗀 레버쿠젠, ‘꼴데’는 언제쯤?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부산 영도, 낭트의 낭트 섬을 보자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온난화로 인한 기후 질병의 증가
봄이 침묵하는 까닭은?
국제칼럼 [전체보기]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생성형 AI시대와 저작권
기고 [전체보기]
가정폭력 속 숨은 학대 아동 찾기
부산김해경전철 문제의 해법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노무현이 옳았다
분노를 잃으면 ‘생성형 인공지능’도 답이 없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원초적인 기층음악 민속악과 재즈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팀킬 논란’ 황대헌의 선택은?
대외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이 나아갈 길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우즈와 마스터스
민정수석 부활?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조식전쟁
미쉐린 가이드와 ‘부산의맛’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긴축 기조로 국비 확보 비상등…부산 총력 기울여야
비대위만 네 번째, 총선 참패 수습 갈 길 먼 국민의힘
세상읽기 [전체보기]
총선에서 드러난 부산 시민의 바람
영화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구문제에 대처하는 근원적 방법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빛과 예술
중세 고려의 질병과 의료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이란
역사 속 와인 마케팅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왈츠와 신년음악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특별한 장점과 잠재력 지닌 사람들
  • 걷기축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