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차재원의 정치평설] ‘자객공천’ 유감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   입력 : 2024-01-25 19:36:5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을 특징짓는 키워드 중 하나가 이른바 ‘자객공천’이다. 최근 벌어진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공개 충돌. 그 단초 역시 여기서 비롯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을 잡기 위한 자객으로 김경률 회계사(국민의힘 비대위원)를 전격 내세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발끈한 것. 본격 심사 이전에 그를 사실상 당 후보로 낙점한 게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뒤흔든 사천(私薦)이란 주장이었다. 물론 충돌의 본질적 이유는 ‘김건희 리스크’ 대응에 대한 견해 차였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짐짓 외면한 채 계속 자객공천의 문제만 물고 늘어지고 있다.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진 민주당 내에서도 자객공천은 ‘뜨거운 감자’다.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주류 ‘친명(친이재명)’계 원외인사들이 대거 출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당 공천권을 놓고 현역과 원외 인사 간 다툼은 당연한 노릇. 문제는 방송 출연 등으로 인지도와 나름 ‘스피커’를 장착한 친명계 ‘빅마우스’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비명계 핵심 의원을 한 명씩 겨냥한 모양새라는 점이다. 이 대표 측근을 비롯한 친명 현역은 쏙 빼놓았기에 비명계 제거를 위한 전형적 자객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강성 지지층 ‘개딸’들도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보를 보여온 비명 ‘수박 깨기’라며 환호하고 있다.

사실 자객공천은 부산 출신 3명의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먼저, 자객으로 나서 급기야 대권까지 거머쥔 인물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6.10 민주항쟁’ 이후 첫 번째 국회의원 선거였던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 여당 민주자유당은 부산 동구에 전두환 정권 실세, ‘쓰리(3) 허(許)’의 한 명이었던 허삼수 전 보안사 인사처장을 공천했다. 이에 통일민주당 김영삼(YS) 총재가 고심 끝에 꺼낸 카드가 ‘인권변호사 노무현’. 독재정권 ‘충복’에 그가 맞춤형 저격수라고 봤다. 민심은 YS의 자객공천에 폭발적으로 호응했다. 그의 당선뿐만 아니라 ‘부산 싹쓸이’로 이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노무현 의원은 이후 5공 청문회 스타를 거쳐 제16대 대통령이 됐다.

반면 YS는 그 자신이 자객공천의 표적이 된 바 있다. 1971년 제8대 총선, 부산 서구에 출마한 YS의 대항마로 박정희 정권은 박찬종 검사를 깜짝 발탁했다. YS의 경남중 새까만 후배였던 그는 여러모로 비교됐다. ‘고시 3관왕’에 논리적 언변을 갖춘 젊은 수재의 도전. 제1야당 신민당 원내총무로 선명 투쟁을 이끌던 투사형 정치인의 방어. 결과는 YS의 압승이었다. 이후 부산은 1992년 YS의 대통령 당선까지 든든한 정치적 뒷배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객공천을 비껴가지 못했다. 그가 늦깎이로 정치에 처음 등장했던 무대가 2012년 19대 총선, 부산 사상구. 여당 새누리당은 27세의 여성 손수조를 전격 공천했다. 그러나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노무현의 친구’와 변변한 사회적 이력조차 없던 젊은 패기의 대결. 누가 봐도 승부는 빤했다. 당시 여당의 전략은 이른바 ‘김빼기’ 작전. 구색만 갖춘 후보를 내세워 총선에서 사실상 ‘문재인 지우기’를 시도한 것. 완전히 역발상 차원의 자객공천이었다.

자객공천은 그만큼 한국정치에 뿌리가 깊다. 그렇다고 당연한 전통 또는 바람직한 관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 근간으로서의 선거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거의 최우선적 기능은 국민 대표의 선출. 자객공천은 철저히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상대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후보를 ‘내리꽂는’ 방식이다. 당연히 지역 현안이나 유권자들과의 접점 고리가 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당선된 자객은 선거구민보다는 공천권자의 이해부터 좇을 공산이 짙다. 그동안 우리 정치가 극단적 대결로 치달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이 강성 당론에 얽매여 개별 헌법기관으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 주권을 위임받은 입법자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을 스스로 허무는 꼴이 돼 버린다. 그러니 국민 4명 중 3명은 국회를 믿지 않고 있다(2022년 한국의 사회지표). 다양한 국민 의사를 집약해 그 결과에 승복하게 함으로써 정치적 통합을 이끄는 선거 기능도 마비될 수밖에 없다. ‘사람을 몰래 죽이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자객이 품고 있는 섬뜩한 뜻처럼, 이들이 투입된 선거는 정말 ‘죽기살기식’으로 진행된다. 상대에 대한 악마화가 후보뿐만 아니라 지지층 사이에서도 극대화된다. 공약과 정책 대결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열이면 열, 해당 지역은 극심한 선거 후유증으로 정치적 몸살을 앓아야 한다.

정권 쟁취가 목적인 정당 입장에선 자객공천을 아예 외면할 순 없다. 관전자로서도 재밌기도 하다. 그렇다고 본격 선거전이 벌어지기도 전에 이게 판세를 좌지우지하는 형국은 정말 문제다. 선거를 통해 국민주권주의를 실천하려는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기 때문이다. 표심이 정확히 반영되지 못한 결과는 ‘선거 불복’으로 이어진다. 진영 간 갈등과 대립은 더 깊어지고 첨예화된다. 이런 악순환을 막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다. 자객이 설칠수록 유권자가 더 냉정해져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5. 5[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6. 6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9. 9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10. 10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6. 6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9. 9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0. 10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3. 3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4. 4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지긋지긋한 론스타
어떤 ‘최장수’ 기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79년 정론 국제신문 정상화 요구 들불처럼 번진다
노후 원전 사용연장 안전에 일말의 의심 남지않게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