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아메카지와 부대찌개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01-14 18:42:48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아메카지’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것이다. 반대로 패션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아메카지’는 정말 낯선 단어일 수 있다.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 실체를 금방 알 수 있다. 미국인이 일상적으로 입는 캐주얼 의류 즉 ‘아메리칸 캐주얼(American casual)’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아메리카진 카쥬아루’가 된다. 이걸 줄여서 ‘아메카쥬’라고 부르던 것이 ‘아메카지’로 정착된 것이다.
이제는 온전히 한국음식이 된 ‘부대찌개’.
아메카지의 출발은 태평양전쟁 직후로 본다. 일본은 패전과 함께 연합군의 점령하에 놓이게 되고, 일본 전역에는 미군 부대가 주둔한다. 이때부터 일본의 많은 문화가 바뀐다. 메이지유신 전후로 ‘탈아입구’를 외치며 철저히 유럽처럼 되고 싶었던 일본은 태평양전쟁 직후에는 철저히 미국처럼 되려고 노력했다.

아메카지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미군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에서 출발해 미군의 스타일을 자기 방식으로 창조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미국인조차 잃어버린 과거의 것을 복각해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때 ‘복각’이란 단순히 과거의 스타일을 비슷하게 복원하는 개념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이 과거에 사용하던 방직기를 구해 천을 짜는 방식까지 똑같이 재현하고 단추나 지퍼 같은 사소한 소품까지도 옛 것 그대로 제작하는 수준이다. 일본에는 이러한 복각 전문 브랜드가 따로 있고 이러한 브랜드는 이제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심지어 한국의 패셔니스타 사이에서도 필수 아이템으로, 없어서 못사는 물건이 되었다.

이런 아메카지의 유행을 보며 나는 종종 부대찌개를 떠올린다. 우리는 미군의 군복을 염색해 작업복을 만들고, 미국의 모포를 재단해 ‘몸빼’를 만들었지만 아메카지 같은 스타일을 창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미국이 먹던 햄과 소시지를 활용해 부대찌개라는 걸출한 음식을 만들었다. 과거에 외국인들 사이에서 ‘아미 스튜(Army stew)’라 불리던 부대찌개는 이제 당당하게 ‘부대찌개’라 불리며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부대찌개 레토르트 제품과 부대찌개라면 등은 서구에서 인기 K-푸드로 소비되고 있다.

물론 일본에도 미군 주둔의 영향으로 탄생한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군 장교 숙소로 사용되었던 요코하마 뉴그랜드호텔에서 탄생한 ‘나폴리탄’ 스파게티, 미국 해군이 주둔했던 사세보항에서 탄생한 ‘사세보버거’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은 아메카지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방식대로 미국을 해석했을 뿐 자국의 전통문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찌개라는 전통음식에 햄과 소시지라는 미군의 식재료를 활용한 부대찌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음식이다.

이를 두고 일본의 유명한 사상가이자 평론가인 가라타니 고진은 “일본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 그래서 하나도 안 받아들인다”는 탁월한 통찰을 남겼다. 일본은 자신들의 전통음식과 외래음식을 분리해서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반면, 우리는 전통음식 속에 외래음식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아메카지와 부대찌개는 외래문화를 수용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태도를 아주 극단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북항재개발 ‘생숙’ 인허가 특혜 정황…檢, 市·동구 압수수색(종합)
  2. 2중·고교생이 온라인 도박장 열고, 초등생이 베팅하고…(종합)
  3. 3[속보]ABC·CNN 등 "이스라엘 미사일, 이란 내 장소 타격"
  4. 4가짜 진단서로 병가…해운대구청 8급 해임
  5. 5[르포] 적재 불량, 흉기 판스프링…불법화물차 2시간 새 61건 적발
  6. 6평화의 소녀상 끊이지 않는 테러…처벌도 쉽지 않아
  7. 721대 국회 남은 시간 한 달…“글로벌허브法 서둘러야”
  8. 8금정구 병원서 건물 외벽 사이에 끼인 환자 발견, 끝내 사망(종합)
  9. 9카지노에서 잇단 잭팟, 직원 손님 짜고 당첨금 빼돌려
  10. 10부산서 백일해 집단 발생, 보건당국 확산 방지
  1. 1尹 인적쇄신 막판 장고…洪 “김한길 총리·장제원 실장 어떠냐”
  2. 2해운대갑 주진우 "센텀 지하도시 사업, BuTX와 연계 추진"
  3. 3민주 ‘5월 국회’ 입법 강공…총선 끝나자마자 여야 극한 대치
  4. 4尹대통령, 이재명 대표와 통화 "다음 주 용산에서 만나자"
  5. 5사상 김대식 "사상 영업사원 자처, 교육 선도모델 구축"
  6. 6북을 박성훈 "만성 교통체증 해결, 인프라 개선책 약속"
  7. 7총선비용·정치자금 등 선관위 조사반 꾸린다
  8. 8부산시의회 임시회…내달 2일까지 69개 안건 처리 예정
  9. 9국힘, 당 전열 재정비 잰걸음…비례위성정당 흡수 절차 착수
  10. 10윤 대통령 지지율 11%p 급락한 23%…취임 후 최저치
  1. 1에코델타 11블록 민간참여 공공주택 조건부 승인
  2. 2항만화물 배치, 신발 견적 척척…‘부산형 AI’ 예비 신고식
  3. 3“금투세 폐지하라” 개미들 청원 5만 돌파
  4. 4부산시, 국가산업대상 ‘마이스산업 선도도시’ 뽑혀
  5. 5부산 아파트 전세가 4주 연속 상승세
  6. 6K-방산 올해 수출 200억 달러 목표, 무역금융 10조 투입…R&D도 지원
  7. 7부산대·부경대 특화역량 창업보육센터 선정
  8. 8[속보]새 금통위원에 김종화 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이수형 서울대 교수 추천
  9. 9“부산 제조업에 디지털 접목…해외진출 돕겠다”
  10. 10외면받는 홍콩ELS…1분기 발행액 10분의 1 토막
  1. 1북항재개발 ‘생숙’ 인허가 특혜 정황…檢, 市·동구 압수수색(종합)
  2. 2중·고교생이 온라인 도박장 열고, 초등생이 베팅하고…(종합)
  3. 3가짜 진단서로 병가…해운대구청 8급 해임
  4. 4[르포] 적재 불량, 흉기 판스프링…불법화물차 2시간 새 61건 적발
  5. 5평화의 소녀상 끊이지 않는 테러…처벌도 쉽지 않아
  6. 621대 국회 남은 시간 한 달…“글로벌허브法 서둘러야”
  7. 7금정구 병원서 건물 외벽 사이에 끼인 환자 발견, 끝내 사망(종합)
  8. 8카지노에서 잇단 잭팟, 직원 손님 짜고 당첨금 빼돌려
  9. 9부산서 백일해 집단 발생, 보건당국 확산 방지
  10. 10교육감 선거 전 포럼 만들었던 해양대 전 총장, 2심서 무죄
  1. 1예비FA 김원중·구승민 동반 부진…롯데 난감하네
  2. 2라건아 빛바랜 연속 ‘더블 더블’…KCC, DB에 쓴잔
  3. 3김민재의 뮌헨도 아스널 꺾고 4강
  4. 4동의대 유도부, 양구평화컵전국대회 대학부 단체전 정상
  5. 5김우민 호주오픈 수영서 올림픽 예방주사
  6. 6교체 출전 이영준 극장골…황선홍호 ‘골 불운’ 날렸다
  7. 7롯데 초반부터 물방망이…팬들 ‘봄데’마저 그립다
  8. 8김하성 작은 변화로 3호 홈런까지
  9. 9PSG, 바르샤 격파…이강인 한국선수 4번째 UCL 4강 출전
  10. 1011회 연속 올림픽 여자 핸드볼…덴마크·노르웨이 등과 같은 조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부산 영도, 낭트의 낭트 섬을 보자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온난화로 인한 기후 질병의 증가
봄이 침묵하는 까닭은?
국제칼럼 [전체보기]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생성형 AI시대와 저작권
기고 [전체보기]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해야
가정폭력 속 숨은 학대 아동 찾기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노무현이 옳았다
분노를 잃으면 ‘생성형 인공지능’도 답이 없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원초적인 기층음악 민속악과 재즈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팀킬 논란’ 황대헌의 선택은?
대외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이 나아갈 길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비트코인 반감기
우즈와 마스터스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조식전쟁
미쉐린 가이드와 ‘부산의맛’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여야, “글로벌허브특별법 통과” 부산 민심 수렴하라
의료공백 두 달…‘국민 골병’ 의정 갈등 당장 해결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총선에서 드러난 부산 시민의 바람
영화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빛과 예술
중세 고려의 질병과 의료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이란
역사 속 와인 마케팅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왈츠와 신년음악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특별한 장점과 잠재력 지닌 사람들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걷기축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