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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울산 대규모 정전…한전 전력관리 점검 서둘러야

15만5000가구 2시간 동안 대혼란, 경기서 유사사례… 총체적 부실 우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3-12-07 19:37:5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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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울산에서 15만5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전체 가구(45만4000가구)의 34%가 두 시간 가까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신호등이 꺼지고 의료장비마저 멈춰 환자 피해도 컸다. 2017년 서울·경기 20만 세대를 암흑으로 만든지 6년 만에 일어난 대참사다. 한국전력은 7일 “국민께 심대한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한다”며 고개 숙였으나 손해배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재발을 막겠다”는 약속도 믿기 어렵다. 불과 한 달전 경기도에서 울산과 유사한 원인의 정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규모 정전은 반복될 여지가 크다. 적자 늪에 빠진 한국전력이 전력계통 관리에 투자할 여력을 줄이고 있어서다.

이날 정전은 울산 옥동변전소에서 28년간 사용한 노후 개폐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전기를 끊거나 넣어주는 ‘스위치’인 절연기가 고장난 것이다. 지난달 14일 경기도 수원·용인·화성·평택을 덮친 정전 원인도 고덕변전소 개폐기 절연체 파손이었다. 전력당국이 이때 전국 변전소를 서둘러 점검했더라면 ‘아비규환 울산’은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연한이 20년 안팎인 개폐기를 8년이 지나도록 방치한 것은 ‘인재’에 가깝다. 정전을 알리는 안내문자도 ‘119 신고가 폭증하고 있으니 비긴급 신고는 110으로 하라’는 한 통이 전부였다. 이쯤되면 전력망 관리부터 위기 대응까지 총체적 부실이다.

더 심각한 건 전력계통 투자 감소에 따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상존 우려다. 한국전력은 올해 5월 25조 원대 재정안정계획을 발표하면서 몇몇 전력시설 건설을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 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구책’이 아니라 ‘자해책’이 될 수 있다. 경영 위기를 핑계로 투자와 정비를 소홀히 한다면 ‘전기=공기’인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울산 정전은 주택가에서 발생했는데도 혼란이 컸다. 대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까지 번졌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부산 기장군 전력반도체단지 정전으로 입주기업들이 “가늠조차 안 될 만큼” 손실을 봤다. 울산시가 수백 건의 피해 신고를 면밀히 살펴 민심을 안정시켜야 하는 이유다. 2017년 수도권 대정전 때 한국전력이 총 8억 원대 배상을 한 전례도 있다.

국가 전력망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면 송전선로가 지금의 1.6배로 늘어야 한다. 여기에 56조5000억 원이 든다. 적자 공기업이 송전선로 확대에 매달리니 다른 설비에 투자할 여력은 줄어든다. 정전사고를 낸 옥동발전소도 30년 가까이 된 노후 변전소다. 돈 없다고 미적댈 처지도 아니다. 전기 사용량이 늘수록 송전·변전시설의 과부하가 심화돼 리스크가 커진다. 이러니 정부 차원의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울산 정전이 ‘전력 위기’의 전조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때다. 재난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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