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   입력 : 2023-11-30 19:43:1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암컷 발언’로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전 의원은 사과 대신에 항변으로 ‘바보야, 문제는 민주주의야(It’s democracy, stupid)’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는 ‘자유롭게 비판하고 할 말 하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뭐가 잘못이냐’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그런 용어를 공개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민주주의 공론의 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세계적인 룰”이라면서 “문제는 민주당”이라고 받아쳤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하 발언이 잇따랐다. 지난 8월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은 노인 비하 발언으로 우리 사회를 공분케 했고, 최근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등의 청년 비하 현수막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여성 비하 발언까지 터져 나오자 한 장관이 민주주의 공론의 장에서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비하 발언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이런 행태의 온상이 되어버린 ‘민주당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하 발언은 명백하게도 반민주·반인권적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나치게 둔감하다. 민주와 인권에 대한 도덕적 감수성이 낮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노인 비하 발언이 나왔을 때 즉각 김 전 위원장을 파면해야 했고, 청년 비하 현수막 관련자들에게 바로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미적거리며 실기했다. 최 전 의원에 대해서는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이는 민주당의 정치적 도덕성 수준이 얼마나 저열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된 후 도덕성뿐만 아니라 당내 민주주의 수준도 크게 낮아졌다. 실제로 건강한 토론과 상호존중·합의의 문화가 없다. 오로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과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목소리만 일사불란할 뿐이다. 간간이 나오는 반대 목소리는 다수파 세력과 강성 당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시·거부될 뿐만 아니라 ‘수박’으로 비난받기 일쑤다. 게다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천을 염두에 둔 정치인들은 이 대표와 강성 당원의 눈치를 보면서 방관자로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개딸(강성 지지층)과 친명(친이재명) 유튜버에게 장악된 ‘이재명 사당’이나 다름없고, 이런 추세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렇게 엉망으로 망가질 수 있는 것은 믿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국민의힘이다. 민주당에 이재명 대표, 친명 세력, 개딸, 친명 유튜브가 있듯이 여당에는 윤석열 대통령, 친윤 세력, 강성 보수, 극우 유튜버가 있다. 거대 양당의 한 축인 국민의힘은 맞은 편에 서 있지만 도덕성과 민주주의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완전히 같다.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 노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은 가치와 정책의 본질적 내용을 알리고 실천하는 것 대신에 번갈아 가며 비하와 구설수로 도덕성을 추락시키고 사당화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있다.

모든 정당에는 정치적 도덕성과 당내 민주주의의 견지뿐만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정책 노선의 실천이 반드시 요구되는데, 이 세 가지는 복지국가 정치의 핵심적 구성요소다. 그런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의 존재를 지렛대 삼아 어느 것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 못하기 경쟁에 갇힌 거대양당의 적대적 공생 탓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구조의 정당정치가 지속되면서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는 양극적·착취적 성격을 강화했는데,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최악의 초저출생, 소득·자산의 불평등 확대, 경제·사회적 양극화 심화는 모두 여기에 연유한다.

‘바보야, 문제는 민주주의야’라는 최 전 의원 글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2년 대선에서 조지 H.W.부시 대통령에 맞서 내걸었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모방한 것이다. 당시 클린턴 후보의 이 문구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명백하게도 ‘문제는 경제’가 맞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양극적·착취적 경제가 문제의 핵심이다. 당면한 민생의 안정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려면 경제가 포용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양극적·착취적 경제체제에서 생겨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최대 과제인 포용적 경제체제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유럽 복지국가의 경험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겠는데,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구조인 기존 양극적·착취적 정치체제를 포용적인 것으로 개혁하면 된다. 다양한 국민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대표될 수 있는 다당제 정당정치 질서를 만들어서 합의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현행 선거제도에서 비례대표는 47석에 불과하지만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과반 정당의 출현이 어려운 다당제 정치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

다당제의 합의제 민주주의라는 포용적 정치 체제는 국민 행복 복지국가를 향한 우리 시대의 지상명령이자 당면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서는 정당들이 숙의와 합의에 기반한 정책 경쟁을 하게 되며, 이런 복지국가 정치를 통해 우리는 거대양당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의 포용적 경제체제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3. 3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4. 4“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5. 5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6. 6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7. 7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8. 8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9. 9[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10. 10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5. 5靑 “우크라 ‘비공개 합의 없었다’는 거짓 발표”…해명·사과 요구
  6. 6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7. 7[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2주 연속 상승…민주 38.7%·국힘 39.4%
  8. 8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9. 9‘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10. 10[뭐라노] 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사장님 퇴직금’ 노란우산, 공제·목돈 마련 든든
  6. 6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7. 7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8. 8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9. 9“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10. 10아레나 지을때까지 땅 텅텅? 임시 야외 공연장 활용안 부상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3. 3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4. 4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5. 5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6. 6‘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7. 7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8. 8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9. 9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0. 10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7. 7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8. 8[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9. 9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 10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캉이가 띄운 북항
작자 미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엄정·신속한 진상 규명을
미중 한반도 논의…북미 대화 국면서 한국 역할 중요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