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전산망이 ‘셧다운’된 이후 유사한 장애가 반복되면서 국민 불안감이 크다.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시도 새올행정시스템’과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 24’가 마비되면서 초유의 민원서비스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먹통 사흘만인 지난 19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가 모두 정상화됐다고 밝혔으나 주민등록시스템이 지난 22일 일시 장애를 겪었다. 하루 뒤인 지난 23일에는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1시간가량 불통됐다. 지난 24일에는 정부 모바일 신분증 웹사이트와 앱 작동이 멈췄다. 모바일 신분증은 지난 23~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정부박람회에서도 홍보 차원에서 현장 발급 서비스가 진행됐으나, 서비스 장애로 발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디지털정부 선진국’을 자처해 온 한국은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게다가 일선 공공기관 민원서류 발급 중단으로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가 필요한 전세계약, 금융거래가 올 스톱되면서 국민 피해가 잇따랐다. 행정전산망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지난 17일 ‘디지털정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해외 출장 중이었다. 조기 귀국한 이 장관은 지난 21일 영국 정부와 디지털정부 협력 관련 양해각서 체결 등을 이유로 또다시 해외 출장을 떠났다. 행정전산망 총책임자가 전산망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해외 출장에 나섰다가 두 차례나 귀국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전산망 먹통 사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준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더 큰 문제는 조속한 원인 규명과 신속한 망 복구에 실패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전산망 먹통사태를 일으킨 원인이 네트워크 장비 중 하나인 ‘L4 스위치’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이 장비를 교체한 후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장애가 계속됐고 정부는 지난 25일 L4 스위치가 아닌 라우터의 포트 불량에 따른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이 라우터는 전산망 통합검증 서버와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다. 정부가 사고 초기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간을 지체했고 유사한 장애가 잇따라 발생한 셈이다. 특히 정부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고장이라고 하나 평소 장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전산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외부에 위탁하고, 정부 부처는 시스템을 관장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정부 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업체가 1400여 개나 된다. 개별적으로 중구난방 개발되거나 저장된 데이터는 체계적이지 않고 정부 서버에 중복 저장돼 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개입해 복구분석을 해야 하는데 정부 전산인력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산망 업체와 장비 선정, 관리까지 행정망 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면밀히 살피고 새로운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초부터 하나하나 손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