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통일의 출발지이다. ‘6·25전쟁’ 때는 피란 수도였고, 한반도를 종단하고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통일 열차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이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고, 물류와 사람이 교류하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이다. 거대한 자본이 오가는 국제 영화계에서 대한민국은 변방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한국적 감성과 섬세한 감각은 대한민국을 이제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이제는 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푸드 뷰티 게임에 이르기까지 K-컬처라는 이름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영화가 있고, 영화의 중심에 부산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본산인 유럽 미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와 함께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화제가 되었고, 부산은 K-컬처의 문화 수도로 거듭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다.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통일부가 협업하여 10월 7일부터 9일까지 특별한 행사를 진행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시민과 함께하는 ‘동네방네비프(10월 7, 8일)’와 통일토크쇼 ‘스크린에 펼쳐진 통일(10월 8일)’ 그리고 특정 주제의 영화를 하루 동안 상영하는 ‘커뮤니티비프의 올데이시네마(10월 9일)’가 그것이다.

이번 행사 기간 중 10월 8일 일요일에는 부산 출신 문승현 통일부 차관이 부산을 직접 방문, 안병윤 행정부시장을 만나 통일 문제와 부산 거주 탈북민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을 촉구하고 비프광장을 둘러본 후 동네방네비프 행사장인 부산시민공원 방문자센터를 찾아 부산시민께 인사도 드릴 예정이다.

2023년은 정전 70년이 되는 해이다. 분단이 낳은 상처는 여전하고, 이산가족의 아픔은 갈수록 생생하다. 실향민이 많이 거주하고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 된 부산에서 통일부와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통일부와 함께하는 ‘동네방네비프’는 영화 속에 그려진 분단의 아픔을 생각하고, 통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통일토크쇼 ‘스크린에 펼쳐진 통일’에서는 한국 영화가 통일과 남북 관계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를 키워드로 알아본다. 분단은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였다. 분단의 아픔을 그린 ‘돌아오지 않는 해병’,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한국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영화들은 분단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는 통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통일이 우리 사회의 화두이기 때문일 것이다.

‘올데이시네마’에서는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 ‘메콩강에 악어가 산다’, ‘크로싱’, ‘장마당 세대’ 3편을 상영한다. 영화 상영 후 감독, 출연진과 함께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는 탈북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아픔, 그리고 북한 인권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GV행사도 진행한다.

정전협정 70년인 2023년의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높아진 위상에 더해 분단과 북한 인권도 생각하는 영화제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