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제안받았습니다. 부산에 작은 회사를 둔 저에게 서울로 사무실을 옮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이죠. 이러한 서울 이전 제안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자마자 시작됐습니다. 비대면 미팅을 위해 마련했던 웹캠이 서랍에 들어가고, 명함 지갑에는 새로운 명함이 가득 차던 것이 출발탄이었죠. 협업을 위해 만나자 말하기가 괜스레 미안해서 단념했다는 서울 사람들의 얘기가 들려왔고, 메일함에는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가 지역 이동이 부담돼 거절하거나 불발된 경우가 쌓이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을 지켜보다가 내가 참석했어도 별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체념하며 위안 삼기도 했죠.

그러면서, 서울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는 경우가 반복됐습니다. 왜냐하면, 잦은 출장보다 서울 거주가 오히려 ‘가성비’ 있다고 서서히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박 2일 서울 출장의 경우, 대략 30만 원이 빠져나갑니다. 한 달에 두 번만 반복되어도, 차라리 서울에 거주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부산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입니다. 떠나고 싶지 않죠. 그리고 이건 저만의 생각이 아닌 듯합니다. 2020년 부산사회조사에서 부산 청년 약 73%가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없다며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산은 ‘노인과 바다’라며 선뜻 낭만적이지만, 조롱 섞인 별명이 붙은 도시가 됐습니다. 차라리, 헤밍웨이의 소설 속 ‘노인과 바다’에는 노인을 기다리던 소년이라도 있었지만, 부산은 그런 소년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일자리가 없어 부산을 떠나는 마당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럼, 일자리를 가진 기업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즉, 서울로 떠나지 않더라도 부산에 남아있을 만한 ‘가성비’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산 청년 창업인의 KTX/SRT 할인권을 만들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신사업을 벌이는 청년 창업가에게 현재의 부산은 일감과 네트워킹에 있어서 교통 취약지입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복지 정책이라고 평가받은 ‘행복택시 혹은 100원 택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부산 청년 창업인들을 위한 KTX/SRT 할인권이죠.

현대 사회에서 물리적 거리는 0에 수렴했습니다. 단순히 멀어서 못 간다는 것보다, 이동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부담되는지를 따지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때 청년 창업가의 비용 부담만 덜어준다면, 서울 이전 필요성의 양쪽 날개 중 한쪽이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언제든지 서울 출장을 가볍게 떠날 수 있다는 것과 비용·시간 앞에서 기회가 소멸하는 것은 기본적인 마인드 셋 자체가 다르죠. 가볍게 서울을 오갈 수 있는 부산 청년 창업가들은 새로운 곳에 둥지를 마련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산에 살면서 서울 인프라를 흡수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부산시는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동시에, 일자리 확대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부산에서 청년 창업인 1명이 태동하는 순간, 함께할 직원과 협력처를 구해야 하니까요. 초기 창업가 1인은 거뜬히 2~3인의 몫을 만들어 내죠.

물론, 알고 있습니다. 좋은 제도에는 비용이 따릅니다. 그것이 문제죠. 그래서 간단하게 계산해 봤습니다. 10억 원의 예산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때, 청년 창업가 1인에게 KTX 서울-부산 왕복 요금 80%를 연 4회 지원한다고 하면, 연간 약 2만 6000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청년 창업 지원에 수백억 원을 쏟고 있는 요즘, 비교적 적은 지출로 많은 이가 혜택을 보죠. 더구나 소수의 청년 창업가만 혜택을 보던 기존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다방면의 청년 창업가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수’에 집중했던 과거의 사회서비스와 달리, 보편성을 확대하는 최근 트렌드와도 일치하죠.

하지만 왜 청년 창업가에게만 그런 혜택을 줘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하고요. 투입되는 예산 대비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등의 우려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시민의 여론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