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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에코델타동(洞)’ 논란

  •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  |   입력 : 2023-09-21 19:57:5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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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읍·면·동은 205개다. 다들 나름의 역사와 고유한 문화를 갖고 있다. 이름이 붙은 유래도 흥미롭다. 시 자료에 따르면 동래구 낙민동은 조선시대에는 다른 명칭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동래부 수령이 민정을 살피려 자주 이 지역에 들르자 ‘백성을 즐겁게 해주는 곳’이라는 뜻에서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해운대구 반여동은 지형이 소반처럼 동그랗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는 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를 살펴 보노라면 부산도 꽤 재미 있는 도시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요즘 자신이 사는 지역 이름에 별다른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동 이름에 유구한 전통이 담겨 있고, 그 땅에 발을 붙이고 선인의 삶의 흔적이 배어 있다고 한들 나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지명의 역사 등을 따지는 게 사치스러운 일로 여겨질 만도 하다.

근데 최근 부산에서는 특정 지역의 명칭 지정을 두고 꽤나 심각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의 법정동(洞) 명칭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래어로 지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강서구는 지난 7, 8월 실시한 용역에서 후보군에 오른 에코델타동, 뉴델동(삼각주 ‘델타’에서 개발된 ‘새로운’ 도심), 리버델타동(강 ‘리버’와 ‘델타’의 합성) 등 3개의 동명을 이달 초 공개했다. 논쟁거리가 된 이유는 공교롭게도 모두가 외래어 표기여서다.

일부에서는 “뭔 소리인지도 모를 외계어 수준” “더 고민하면 예쁜 한글 이름 나올 수 있다” “외래어 사용하면 있어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한심”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다. 반면 한편에서는 “에코델타라는 명칭의 인지도가 높은 만큼 큰 무리는 아니다” “우리나라 동명의 대부분이 한자로 지어진 마당에 영어식 표현을 쓴들 무슨 문제가 되는가”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시대가 바뀐 만큼 외래어 표기에 너무 민감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어찌됐든 행정 지명은 한 번 정해지면 바꾸기가 몹시 어렵다. 그래서 동명은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지어지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11월께 동명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하니 구청은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일 이름을 가려내기 위해 남은 기간에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한다. 외래어나 영어식 표현이 안 된다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 남발하는 국적 불명의 명칭에 혀를 차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염창현 세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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