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메가이벤트는 재정정치게임? 지역의 희망?

정현민 부경대 산학협력단 교수

  • 정현민 부경대 산학협력단 교수
  •  |   입력 : 2023-09-18 18:50:1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였다. 파행을 둘러싼 검증과 네 탓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메가이벤트와 지방정부의 역량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돈 다 받고 권한을 달라고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중앙정부에 묻는 행태”라며 “재정, 권한, 규제 해제 권한까지 대폭 넘겨준 중앙정부에 뒤집어씌울 거면 정부의 지방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언론에서는 “한국식 지역개발의 전형을 보여준 것으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행사를 지렛대로 삼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며 지방의 접근방식을 문제 삼는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재정지원을 겨냥해 ‘메가이벤트 재정정치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쟁점은 메가이벤트와 지방분권, 지역발전전략으로 정리된다. 메가이벤트는 중앙 주도든 지방 주도든 목표가 있으며, 특정 지역이라는 공간적 장소와 관련해 기획, 실행, 사후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개최지는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강한 동기를 갖고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연계해 정책 타당성을 높이려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무능하다는 질타가 쏟아진다. 그런 점에서 세계잼버리사태가 재정정치게임이란 비판은 지방의 실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메가이벤트를 치르기 위한 지역의 역할에 관해 성찰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메가이벤트는 다양한 기관과 복잡한 요인이 섞여 있고 아무리 많은 재정을 쏟아부어도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다 매립지 토양으로 인한 해충의 극성, 혹서기에 대비한 녹지대 조성 및 온열질환 문제, 태풍 예상과 배수 등은 예산과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다. 일선 공무원들의 구체적 현장 지식과 개최지 주변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알게 된 집단지성이 거의 활용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행사는 사람과 장소, 사람과 사람이 엉켜서 움직이므로 그 상황을 둘러싼 느낌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의 안일한 대처, 지자체의 책임 한계선 긋기에서 보듯 관료화된 조직체계는 공식적 자료, 관할권을 바탕으로 업무를 계획하고 집행하는 방식으로 편향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장 정보가 공식 계획에 전달되지 못하거나 어느 관할권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곤충의 더듬이가 마비돼 정상 활동을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역 발전은 고유한 독자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의, 지역에 의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은 중앙에 비해 제도·재정·기술적 역량이 취약하지만 현장의 직접적 경험과 구체적 지식, 전체적 느낌을 갖고 있다. 중앙 계획이 이를 무시하면 현실 적합성을 상실한다. 지역에 숨겨진 앎 지혜 자원을 발견해 활용하는 지역정책 수립이 전제돼야 한다. 다만 이번 사태는 지방의 책임성과 문제해결 역량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음을 보여줬다. 수십 차례 해외 비교 시찰을 했는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건 지방이 책임의식 없는 수동적, 소극적 학습자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사태에서 몇 가지 교훈을 건져야 한다. 먼저, 지방분권의 실질적 기능은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기 문제해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지역학습체계(Community learning system)의 구축이다. 지방분권은 중앙과 지방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가 자원을 총체적,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협력 플랫폼 구축의 학습과정으로 봐야 한다. 다음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심화, 지역발전 불균형 등 난제는 중앙 계획 관점, 수단을 망라한 종합선물세트식 접근으로는 실패를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숨겨진 자원을 찾아 작지만 성과를 낼 수 있는 도구를 디자인하고 이를 지역에 민첩하게 적용하는 사회적 실험(Social living labs)이 권장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원, 문제 상황, 기존 행동 및 사고 패턴과 가치를 성찰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지역 리더십의 구축이다. 이는 무한 책임과 애정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할 메커니즘과 연대를 형성하는 21세기형 성찰적 실천가(Reflective practitioner) 정신을 갖춘 리더십을 말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능 만점자에게 '부산대 진학' 권했다 당한 무안…기고문 화제
  2. 23년 밀린 주차위반 고지서 14억 원치 무더기 발송…진주시 '뒷북 행정'
  3. 3수능 수학 1등급, 자연계열 97%… '문과침공' 거세질 듯
  4. 4이낙연, 신당 창당 가속화 하나? …“이준석, 시기 되면 만나겠다”
  5. 550인 미만 사업장 94%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안돼"
  6. 640년 이상 노후 학교 리모델링에 5년간 8조 투자
  7. 7헌혈 300회한 지체장애 공무원, 최고명예대장 수상
  8. 8사금융에 내몰린 가구…대부업서 '급전' 빌린 차주 4년 만에↑
  9. 9부산 강서구의회 지역 최초 수산물 방사능 안전 조례 제정
  10. 10윤 대통령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의 중심축"
  1. 1이낙연, 신당 창당 가속화 하나? …“이준석, 시기 되면 만나겠다”
  2. 2윤 대통령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의 중심축"
  3. 3野 병립형 회귀 '현실론'과 맞붙은'명분론'…원심력 커지나
  4. 412월 임시국회 시작되지만…예산·청문회에 특검·국조논란 등 여야 대치 고조
  5. 5‘위안부 피해자 승소’ 판결 확정…日 상고 포기
  6. 6한미일, '새로운 대북 이니셔티브' 추진, 北 군사협력 금지 재확인
  7. 7[오늘의 운세]띠와 생년으로 확인하세요 (2023년 12월9일)
  8. 8경남도의회 예결위, 2024년 경남도 예산안 수정가결
  9. 9한미일, '대북 신이니셔티브' 추진
  10. 10[정가 백브리핑] 장제원 앞에서 尹에 ‘불쑥’ 송숙희 추천…사상구 미묘한 파장
  1. 150인 미만 사업장 94%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안돼"
  2. 2사금융에 내몰린 가구…대부업서 '급전' 빌린 차주 4년 만에↑
  3. 3'과장 광고'로 수험생 현혹한 학원들…공정위 제재 확정
  4. 4부산항 올해 물동량 2275만 TEU '사상 최대' 전망
  5. 5정부 "국내 차량용 요소 비축량, 3.7→4.3개월분으로 확대"
  6. 6고의로 청산 미루는 재개발·재건축조합 대해 법적 처벌 가능해져
  7. 7해수부, 올해 부산항 인근에서 바다 쓰레기 1059t 건져 올려
  8. 8자금난 겪는 원전 기자재 기업에 '계약금 30%' 미리 준다
  9. 9연말 앞두고 맥주·소주 물가 '껑충'…올 초 이후 최고 상승
  10. 10한국중소조선협동조합, 스마트 혁신 사업 설명회
  1. 1수능 만점자에게 '부산대 진학' 권했다 당한 무안…기고문 화제
  2. 23년 밀린 주차위반 고지서 14억 원치 무더기 발송…진주시 '뒷북 행정'
  3. 3수능 수학 1등급, 자연계열 97%… '문과침공' 거세질 듯
  4. 440년 이상 노후 학교 리모델링에 5년간 8조 투자
  5. 5헌혈 300회한 지체장애 공무원, 최고명예대장 수상
  6. 6부산 강서구의회 지역 최초 수산물 방사능 안전 조례 제정
  7. 7'UN 파견 의사인데 같이 살자' 로맨스스캠 전달책 실형
  8. 810일 부산 울산 경남 기온 따뜻한 가운데 흐린 날씨 전망
  9. 9거제 저도 북쪽 해상서 모터보트 침몰…인명피해 없어
  10. 10진주시, 취약계층에 인공지능 활용 돌봄서비스 반려로봇 보급
  1. 1두산 포수 박유연, 음주운전 적발 숨겼다 들통…구단 중징계 예상
  2. 2부산 아이파크 통한의 역전패…수원FC에 2차전 패배로 승강 불발
  3. 3수원FC 5-2 부산 아이파크…부산 1부 리그 승격 불발
  4. 4비기기만 해도 1부 승격…아이파크 한걸음 남았다
  5. 5물 오른 손흥민·황희찬, 불 붙은 EPL 득점왕 경쟁
  6. 6김하성 “공갈 협박당했다” 국내 야구후배 고소 파장
  7. 7이정후·김하성, 빅리그 한솥밥 가능성
  8. 8이소미, LPGA Q시리즈 공동 2위
  9. 9오현규 시즌 두 번째 멀티골…셀틱 16경기 무패행진 견인
  10. 10거침없는 코리아 황소…결승골 터트리며 8호골 질주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수학의 점과 물리의 점
아무도 모르는 카르텔에 갇힌 韓 R&D 투자 철학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대전환의 시대, 북극 협력 새로운 길 모색하다
잊고 지냈던 나림 선생과의 재회…깊고 넓은 숲의 울림이 찾아왔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꼰대세상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035 재도전 합리적 검토를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무자녀 세금
정보경찰 축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밤과 몽블랑
참새구이와 어묵
사설 [전체보기]
소득 저축 바닥권 부산, 양질 일자리가 해법이다
울산 대규모 정전…한전 전력관리 점검 서둘러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 해사법원 설치 더는 미룰 수 없다
웃음은 의외로 강력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중세 고려의 소와 소고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화가 장욱진이 온다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