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생존의 마지막 보루인 바다

유상균 지순협대안대학 학장·온배움터 교수·‘혼돈의 물리학’ 저자

  • 유상균 지순협대안대학 학장
  •  |   입력 : 2023-06-26 19:40:1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62년 ‘침묵의 봄’으로 우리에게 살충제 남용의 위험성을 일깨웠던 과학자이자 작가 레이첼 카슨은 그 이전에 이미 바다와 관련한 3부작으로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중 1951년에 쓴 ‘우리를 둘러싼 바다’가 가장 유명한데 그녀는 이 책을 ‘어머니 바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고 있다. 책에서 그녀는 “생명 자체가 바다에서 시작된 만큼, 우리도 저마다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작은 바다에서 생을 시작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물개나 고래처럼 바다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상상 속에서나마 바다로 회귀하기 바라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바다를 깊은 부분까지 탐구하고 조사해 왔다”고 했다.

사실 바다는 우리의 요람인 동시에 많은 먹을거리를 선사해 왔다. 힘든 보릿고개 시절에도 해안가 마을은 굶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열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그야말로 중요한 ‘생명 유지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어머니 바다가 이제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바다 생물 약 70%의 산란장이자 생활 터전이라 할 수 있는 ‘바다 숲’이 2022년 기준으로 33% 이상 갯녹음(바다사막화)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바다에는 육지보다 훨씬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는 데다 먹이사슬이 촘촘하지만 빠른 속도로 황폐화되고 있다. 갯녹음은 결국 바다 전체 생태계를 파멸시킬 것이며 이는 곧 지구 생태계의 파멸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이미 2009년부터 매년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정해 바다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이미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붓고도 그 효과는 거의 없어 보인다. 갯녹음의 원인이 지역별로 다름에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 없이 사업을 벌이는지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은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무려 170조 개가 넘으며 그 무게도 230만 t에 이른다는 것이다. 최근 OECD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2040년에는 현재의 3배에 이를 것이라 예상된다.

카슨이 “신비로운 과거에 바다는 모든 흐릿한 생명의 기원을 감싸고 있었으며, 수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스러져간 뭇 생명의 잔해를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영원히 흐르는 시간의 강처럼 종국에는 처음이자 끝인 바다로 돌아간다”고 했듯이, 바다는 시작이자 끝이면서 동시에 순환의 고리다. 그런데 우리는 폐기물을 버리고 오염된 폐수를 흘려보내며 그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우리의 터전을 죽음의 행성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역시 여러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벌이는 자멸 행위이며, 어머니 바다를 하수 처리장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패륜이다.

2021년에 넷플릭스를 통해 상영된 다큐 영화 ‘씨스피라시(Seaspiracy)’는 우리에게 바다와 우리 삶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갖게 한다. 실제로 바다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의 상업적 어업이 가장 큰 요인이란 것이다. 바다 쓰레기의 45%가 어업 쓰레기인데다 멸종 위기종을 가리지 않고 제트기 13대와 성당 3채를 동시에 삼킬 규모의 저인망 그물로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게 현재의 수산업이다. 산에서 산나물이나 약초를 캘 때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함부로 채취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어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화는 파괴적인 어업을 통해 약소국들의 자립적 수산업 파괴와 선원의 노예화 문제까지 영상에 담으면서 어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특히 한국인들에게 현실적으로 당장 실천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바다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간절한 절규로 받아들여야 한다. 카슨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1961년 개정판 서문에서 “바다는 나쁘게 변한다 해도 끝내 존속할 것이다. 정작 위험에 빠지는 쪽은 생명 그 자체”라고 썼는데 이제 이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한양프라자에 47층 주상복합…교대역 난개발 우려
  2. 2장평지하차도 2월 지각 개통…부산시 혈세 120억 날릴 판
  3. 3롯데 용병타자 5명 압축…신시내티 출신 외야수 센젤 유력
  4. 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무공을 밟고 다닌다고?” vs “해외손님에 오히려 홍보”
  5. 5[4·10총선 해설맛집] 매번 금배지 바뀐 ‘온천천 벨트’ 연제, 치열한 쟁탈전 예고
  6. 6혈압 오르는 계절…‘고혈압 속설’ 믿다가 뒷목 잡습니다
  7. 7성장 늦은 아이, 항문 주위 병변 있다면 ‘크론병’ 의심을
  8. 8천당과 지옥 넘나든 손흥민…최강 맨시티와 무승부
  9. 9놀다 보면 수학·과학과 친해져요…생일파티 꼭 참석해 주실거죠
  10. 10롯데 온라인 신선식품 승부수…신동빈 “게임체인저 되겠다”
  1. 1[4·10총선 해설맛집] 매번 금배지 바뀐 ‘온천천 벨트’ 연제, 치열한 쟁탈전 예고
  2. 2신임 장관 후보 절반이 여성…정치인 대신 전문가 중용(종합)
  3. 3우리기술 고체 우주발사체, 민간위성 싣고 날아올랐다
  4. 4연제구_김희정
  5. 5“서부산 발전의 키는 낙동강 활용…제2대티터널 등 재원 투입”
  6. 6이르면 4일 8곳 안팎 개각…한동훈은 추후 원포인트 인사
  7. 7윤 대통령 6개 부처 개각, 3명이 여성, PK 출신 2명
  8. 8박형준, 이재명에 산은 부산이전 촉구 서한 "균형발전 시금석"
  9. 9'시정 복귀' 박형준, 국회서 "산은법·가덕신공항 힘 실어달라"(종합)
  10. 10與 혁신위 ‘최후통첩’ 최고위 상정 불발…지도부 무반응 일축
  1. 1한양프라자에 47층 주상복합…교대역 난개발 우려
  2. 2롯데 온라인 신선식품 승부수…신동빈 “게임체인저 되겠다”
  3. 3건설사 부도·中企대출 연체 ‘빨간불’
  4. 4올겨울 소상공인 전기요금, 최장 6개월 분할 납부 허용
  5. 5부산中企·스타트업 ESG경영 확산…민·관·공 ‘3각 동맹’
  6. 6고객 맞춤 와인 추천 서비스…단골 많은 건 ‘소통의 힘’
  7. 7부산 콘텐츠 입힌 기념품 400여 종, 디자인 차별화 눈길
  8. 8부산 이전 효과 제엠제코, 중기부 장관상
  9. 9부산銀,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31일까지 전액 면제
  10. 10주가지수- 2023년 12월 4일
  1. 1장평지하차도 2월 지각 개통…부산시 혈세 120억 날릴 판
  2. 2[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무공을 밟고 다닌다고?” vs “해외손님에 오히려 홍보”
  3. 3놀다 보면 수학·과학과 친해져요…생일파티 꼭 참석해 주실거죠
  4. 4부산울산경남 낮 최고 16도, 일교차 주의
  5. 5동아대 한국어교원 양성과정…25일까지 참가자 선착순 모집
  6. 6부산 근처 바다에서 어선-상선 충돌사고
  7. 7창원 양곡터널 6중 추돌사고…일대 극심한 정체
  8. 8매크로로 수당 부정수령한 부산시 공무원 집행유예
  9. 9초등 취학통지· 예비소집 실시…소재·안전 확인 위해 대면원칙
  10. 10[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1> 티무르와 테무르 ; 호라즘 땅에서
  1. 1롯데 용병타자 5명 압축…신시내티 출신 외야수 센젤 유력
  2. 2천당과 지옥 넘나든 손흥민…최강 맨시티와 무승부
  3. 3한국, 대만 선발에 꽁꽁 묶여 타선 침묵
  4. 4우즈 “나흘간 녹을 제거했다”
  5. 5여자핸드볼 홈팀 노르웨이에 완패…세계선수권 조3위로 결선리그 진출
  6. 6반즈 MLB행 가능성…거인, 재계약·플랜B 투트랙 진행
  7. 7아이파크, 수원FC와 승강PO
  8. 8최준용 공수 맹활약…KCC 시즌 첫 2연승
  9. 9동의대, 사브르 여자단체 金 찔렀다
  10. 10맨유 101년 만의 ‘수모’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수학의 점과 물리의 점
아무도 모르는 카르텔에 갇힌 韓 R&D 투자 철학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조선산업과 인공지능
차세대 해양정책리더 과정 통한 인재 발굴과 육성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부산 스포츠 ‘마 함 해보입시더’
도청도설 [전체보기]
독수독과 이론
주가연계증권 시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밤과 몽블랑
참새구이와 어묵
사설 [전체보기]
경제 중심 6개 부처 개각…국정 쇄신 마중물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해법 현장에서 찾아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웃음은 의외로 강력하다
노인빈곤, 국민연금 개혁과 정년연장이 답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을숙도 갈숲이 전하는 말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화가 장욱진이 온다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