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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동남아 이모님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5-30 19:51:2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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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서울에서는 두 집에 한 집꼴로 식모를 뒀다. 당시 아파트는 주방 옆에 식모가 기거하는 방을 따로 두기도 했다. 가난한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어린 여성들은 낮은 보수를 받으며 주인집 아기를 돌보고 집안일을 했다. 24시간 호출 대기 상태로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했다. 식모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산업화가 진행되고 산업 현장에 여성 노동력이 유입되면서다. 이후 시간제 가사도우미로 고용형태가 바뀌고 전문화하는 시대가 왔다.

국내 육아도우미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맞벌이 부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일 5일간 육아를 책임지는 입주 도우미의 월급은 300만 원을 웃돈다고 한다. 코로나19사태로 재중동포 도우미 입국이 줄어들고 고물가 국면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껑충 뛴 것이다. 상당수 워킹맘은 육아휴직이 끝나면 퇴사를 고민하게 된다. 또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금전적 육아 부담이 커지고 결혼을 꺼리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2010년 1.22명이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저출산 대책 중 하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동남아 국가 등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을 고용해 워킹맘의 육아 고민을 덜 계획이다. 정부는 건설업과 농축산업 등 비전문 업종의 일시 취업을 허용하는 E-9비자에 가사근로자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내국인 또는 재중동포에 한해서만 가사도우미 채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동남아 국가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싱가포르나 홍콩 일본 대만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출산에 따른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인다는 취지로 1970년대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 ‘저출생 극복’과 ‘여성 경제활동참여율 증가’라는 효과가 없었다.

벌써 ‘동남아 이모님’을 두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말과 문화가 달라 서로 오해하거나 불편할 일이 한 두가지겠는가. 또 근무 여건이 좋은 다른 일자리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값싼 노동력을 기대하지만 이들에게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면 급여는 월 210만 원 이상이다. 출산과 보육 인프라는 확충하지 않고 동남아 이모님이 아이를 대신 키워주기만을 바라서는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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