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CEO 칼럼] 산복도로를 말하고 싶다

부산 근현대 삶 품은 공간…얼핏 보면 가난한 산동네

자세히 보면 위대한 공간…지역의 보물로 잘 가꿔야

손민수 부산 여행특공대 대표

  • 손민수 부산 여행특공대 대표
  •  |   입력 : 2023-05-23 19:14:5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산복도로의 산복은 뫼 ‘산(山)’자에 배 ‘복(腹)’자로 이루어진 한자이다. 사전적 의미는 산의 허리를 지나는 도로이며 일반적으로 산의 허리를 관통해서 산동네와 산동네를 잇는 도로를 말한다. 그렇다면 부산의 산복도로는 언제, 왜 만들어졌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산복도로는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부산으로 이주해 온 이주민의 폭발적 증가와 산이 많은 지형적 특징이 만난 결과물이다. 부산역 뒤편의 북항은 1902년부터 매축이 시작됐다. 일본은 부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바다를 메우고 항구와 항만을 조성했다. 바다를 메우기 위해 동원되었던 조선인들은 쉴 곳이 없어 산 위로 올라가 가난한 조선인 부락을 만들고 살았다. 1945년 해방이 되고 부산으로 들어온 100만의 귀환 동포들 중 8만 명이 부산에 정착했다. 원주민들은 일본인들이 쫓겨난 평지로 내려왔고 귀환동포들은 산 위로 올라갔다. 1950년 벌어진 한국전쟁은 수많은 피란민을 부산으로 내몰았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일자리가 있던 부산역 부산항 국제시장 깡통시장 자갈치시장과 가까운 원도심의 산이란 산은 피란민 판잣집으로 가득 찼다. 1953년 휴전이 되고 고향으로 돌아간 일부 피란민들의 빈집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메웠다. 1950년대 중반부터 꿈틀대던 부산의 삼백산업과 신발 섬유 봉제 고무 합판 등 1980년대까지 이어진 경공업의 발전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원천이 되었다. 당시 시골에서 유입된 가난한 도시 노동자들은 피란민 판잣집 사이사이에 스며들거나 그들만의 공간을 산 위에 형성하면서 부산의 산동네는 더 넓어져만 갔다.

부산은 이주민들의 도시다. 1934년 15만 명이던 부산의 인구는 1945년 28만 명, 해방 후 1946년에는 36만 명이 된다. 전쟁이 나기 1년 전인 1949년 부산의 인구는 47만 명이고 전쟁 후 1년이 지난 1951년의 부산의 인구는 84만 명이며, 1955년에는 인구 100만 명을 넘긴다. 이후 1972년 200만 명, 1979년 300만 명, 1995년 389만 명을 정점으로 찍고 인구가 감소하여 현재 부산의 인구는 331만 명이다. 1934년을 기준으로 부산은 인구가 20배 이상 증가한 도시이며, 이는 부산이 원주민들의 도시가 아닌 이주민들의 도시임을 반증한다.

이주민들의 정착지는 산이었다. 살기 위해 원도심에 정착했던 이주민들은 산동네에 살며 생존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희망과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아래쪽 평지로 내달렸다. 부산의 산동네 마을은 이주민들이 급하고, 거칠고, 목소리 큰 부산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고단한 삶을 바친 위대하고 엄숙한 공간이었다. 남들보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가족들을 지킬 수 없고 생존하기 힘든 삶의 전쟁터였다.

산복도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산이 많은 지형적 특징과 삶을 위한 몸부림으로 형성된 산동네와 산동네를 잇기 위해서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이주민들의 판잣집이 즐비했던 시절, 화재 식수 주거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1962년부터 만들어졌다.

부산에서 산복도로는 ‘산동네마을’을 의미한다. 다른 도시에도 사전적 의미만 살핀다면 산복도로가 있지만 부산처럼 산동네마을을 의미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다. 얼핏 보면 낡고 노후화된 집들과 노인들만 남은 가난하고 힘든 산동네처럼 보이지만 부산의 역사와 부산 사람들의 삶을 품은 위대한 공간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산복도로에서 평생을 살아온 어른들도 가난하고 낙후된 산동네에 살고 있는 힘없는 어른이 아닌 지금의 우리 부산을 만들고 대한민국을 만든 그 누구보다 평범하지만 그 누구보다 위대한 어른들임에 당당함과 자부심을 가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부산 사람들부터 산복도로를 다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산복도로에 미쳐 올해로 10년째. 산복도로의 매력을 알리고 여행으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가장 부산다운 모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산복도로에 서서 산 아랫마을을 내려다보며 바다를 보는 것’이라 감히 말한다. 산복도로에 서서 바다를 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산 아랫마을, 즉 부산 사람들의 삶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산복도로를 만들고 살아온 우리 어른들의 삶과 부산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행위임을 알기 때문이다. 매일 산복도로를 오르내리고 산복도로의 골목을 여행하는 필자에게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같은 명소는 어느 도시에나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지만 이토록 넓은 면적의 ‘산복도로’를 품은 도시는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외지인이든, 외국인이든, 부산 사람이든지 간에 지금까지 1500회가 넘는 여행으로 필자가 진심으로 보여주었던 산복도로는 부산의 시그니처이자 보물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가 백브리핑] 장제원 앞에서 尹에 ‘불쑥’ 송숙희 추천…사상구 미묘한 파장
  2. 2서금사 6·광안A구역, 망미주공…부산 재개발·재건축 ‘대어’ 시동
  3. 3독감·코로나에 폐렴까지…교실은 결석 속출, 병원은 북새통
  4. 4무주공산 ‘부산 중영도’…여야 후보군 자천타천 난립
  5. 5‘원자력안전교부세’ 9부 능선 넘었다
  6. 6‘민주당 아성’ 김해, 변화바람 불까
  7. 7짠내보다 더 찐한 땀내…해양인 25명 삶의 열전
  8. 8센텀 신세계百의 실험, MZ에 통했다
  9. 9비기기만 해도 1부 승격…아이파크 한걸음 남았다
  10. 10샌드위치·라테에 푹…딸기에 빠진 유통가
  1. 1[정가 백브리핑] 장제원 앞에서 尹에 ‘불쑥’ 송숙희 추천…사상구 미묘한 파장
  2. 2무주공산 ‘부산 중영도’…여야 후보군 자천타천 난립
  3. 3‘원자력안전교부세’ 9부 능선 넘었다
  4. 4‘민주당 아성’ 김해, 변화바람 불까
  5. 5“서해 공무원 피살 文정부 방치·은폐”
  6. 6尹, 11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반도체동맹 구축 등 논의키로(종합)
  7. 7초접전지 ‘낙동강 벨트’…여야, 선거구 조정안 유불리 촉각
  8. 8尹, 글로벌 허브 약속…추경호 “부산현안 한톨도 안 놓칠 것”
  9. 9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대상 확대·유보통합 법안, 법사위 통과
  10. 10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 겪은 인요한 혁신위 결국 조기 해산(종합)
  1. 1서금사 6·광안A구역, 망미주공…부산 재개발·재건축 ‘대어’ 시동
  2. 2센텀 신세계百의 실험, MZ에 통했다
  3. 3샌드위치·라테에 푹…딸기에 빠진 유통가
  4. 4‘영화 호캉스’ 오붓하게 즐겨볼까
  5. 5중견기업 정책금융 보증 확대…최대 500억 원까지 늘린다
  6. 6“전이암 막는 항암제 개발 목표…2032년 상업화 기대”
  7. 7공동어시장 ‘선어 선별기’ 이달 시범운영
  8. 8연금 복권 720 제 188회
  9. 9상장사 366곳 지배구조 준수율 62%
  10. 10주가지수- 2023년 12월 7일
  1. 1독감·코로나에 폐렴까지…교실은 결석 속출, 병원은 북새통
  2. 2여학생 등 16명 60차례 몰카…檢, 전 부산시의원 징역 3년 구형
  3. 3창원상의 차기 회장 최재호 무학 회장 유력(종합)
  4. 4거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주민 19명 이송
  5. 5‘故 김용균 사건’ 원청 대표 무죄 확정(종합)
  6. 612월의 봄?…부산울산경남 20도까지 올라
  7. 7오늘의 날씨- 2023년 12월 8일
  8. 8중환자실 벗어났지만 간병·재활비 도움 절실
  9. 9바르게살기운동 사하구협의회, 어려운 이웃을 위한‘김장나눔’행사 개최
  10. 10구포2동 구포현대아파트부녀회,취약계층 이웃을 위한 김장 나눔행사 추진
  1. 1비기기만 해도 1부 승격…아이파크 한걸음 남았다
  2. 2물 오른 손흥민·황희찬, 불 붙은 EPL 득점왕 경쟁
  3. 3김하성 “공갈 협박당했다” 국내 야구후배 고소 파장
  4. 4이정후·김하성, 빅리그 한솥밥 가능성
  5. 5이소미, LPGA Q시리즈 공동 2위
  6. 6오현규 시즌 두 번째 멀티골…셀틱 16경기 무패행진 견인
  7. 7거침없는 코리아 황소…결승골 터트리며 8호골 질주
  8. 8페디 결국 NC 떠나네…시카고 화이트삭스 간다
  9. 9오타니, 다저스·토론토 어디로 가나
  10. 10동의대 전국대학 미식축구 준우승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수학의 점과 물리의 점
아무도 모르는 카르텔에 갇힌 韓 R&D 투자 철학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대전환의 시대, 북극 협력 새로운 길 모색하다
잊고 지냈던 나림 선생과의 재회…깊고 넓은 숲의 울림이 찾아왔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꼰대세상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035 재도전 합리적 검토를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무자녀 세금
정보경찰 축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밤과 몽블랑
참새구이와 어묵
사설 [전체보기]
소득 저축 바닥권 부산, 양질 일자리가 해법이다
울산 대규모 정전…한전 전력관리 점검 서둘러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 해사법원 설치 더는 미룰 수 없다
웃음은 의외로 강력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중세 고려의 소와 소고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화가 장욱진이 온다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