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끊임없이 팽창과 수축, 확장과 축소를 반복한다. 사회변동 과정이 그러하듯이 인간 삶의 문명사적 표상인 도시도 단선적인 진화가 아닌 나선형식 변동 과정을 거친다. 각처로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견인력과 살아보고 싶은 매력을 만들어 낸 도시는 팽창과 확장의 길을 간다. 그 반대의 경우는 수축과 축소로 쇠락의 길을 간다. 물리적 거리와 경제적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가보고 싶은 도시의 끌어당김은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에서 나온다. 살아보고 싶은 도시의 매력은 교육과 의료, 일거리와 편안한 주거 및 친화적인 자연환경에서 나온다. 각국의 도시정책도 이것을 반영해 추진돼 왔다.

내륙도시와 달리 육지와 바다에 인접한 해양도시는 또 다른 독특한 힘을 가졌다. 바다로 인한 개방성과 원시적 역동성, 높고 낮음이 과한 대륙과 달리 평평함이 주는 평등성이 그것이다. 이러한 개방성과 역동성, 평등성은 다채로운 정서적 설렘과 이색 체험을 제공한다. 이 특성으로 해양도시는 속한 대륙에서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육상구역과 해상구역의 합체인 항만을 통해 국제교역 기능을 해양관광 기능으로 전환에 성공한 해양도시는 특별하고도 신선한 흡입력을 뿜어낸다. 이 흡입력은 인문사회과학적 상상력이 발휘된 품격과 격조 높은 상징물로부터 나온다.

이 해양도시의 품격과 격조를 느끼려고 세계 각지로부터 관광객이 몰려든다. 도시는 활력이 넘치고 한 단계 더 창조적 변모를 시도한다. 시민은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다. 호주를 보면 해양도시 시드니의 품격과 격조는 오페라하우스에서 나온다. 해양도시 싱가포르의 품격과 격조는 마리나베이샌즈에서 나온다. 이 지역은 바다로 연결된 항만을 재개발한 곳이다.

국내 제1호 항만재개발사업인 북항재개발 지역은 부산에서 매우 웅숭깊은 지역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산업화 단계에서 국제관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국가의 자본축적과 국내기업의 성장에 디딤돌과 도약대가 되었다. 이 시절 부두는 수출입화물을 하역하느라 불야성이었고, 인근 골목에서는 항만노동자들이 삼겹살 고갈비 담치국물에 소주로 하루의 시름을 달랬다. 24시간 일자리가 넘쳐났고 그만큼 부가가치도 많이 창출해 냈다. 부두 주변 상권도 활기찼다. 이 지역의 재개발 전과 후의 경제적 효과는 비교해 볼 만하다. 하루 24시간 동안 이 공간을 몇 시간 활용하는가? 일자리는 몇 개인가? 창출한 부가가치는 얼마인가? 인근 상권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이 항만재개발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나 성과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최근에 주요 기반시설을 준공한 북항재개발 지역은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하나는 항만재개발을 앞서 추진한 해양도시 시드니와 싱가포르의 상징물이 된 오페라하우스와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같은 품격과 격조를 갖춘 북항재개발 지역의 상징물은 무엇이며, 그 상징물을 관광객에게 어떻게 공유하고 전파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다. 만일 오페라하우스가 상징물이라면 매일 각층 모든 홀의 공연이 만석이 된다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치밀하게 연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현재 세계적인 공원으로 마무리 단장 중인 북항재개발 지역 관리 건이다. 비할 바 없이 아름답고 멋진 공원으로 탄생한 북항재개발 지역은 전국을 넘어 세계 각지로부터 관광객을 이끌 매력이 충분하다. 공원의 시설과 몰려든 인파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관리해야 한다. 관리 주체, 비용 조달 및 수익 창출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부산에서 공부하고 부산항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기대가 크다. 북항재개발은 원도심에 새로운 변화와 활력을 줄 것이다. 시민에게는 긍지와 행복감을 주고, 관광객에게는 설렘과 이색 체험으로 즐거움을 만끽하게 할 것이다. 부산시 도시정책의 안목·수준도 한 단계 드높아질 것이다. 공원이 완전히 개방되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개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증폭돼 국제해양관광지로 거듭나려면 재개발에 쏟은 열정과 노력에 못지않게 항만재개발시설의 관리 운영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