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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노사 모두에게 도움되는 근로시간 개편을

우려 많은 근로시간 개편, 정쟁 도구로 삼아선 안돼

미래세대와 경쟁력 위해 합리적인 대안 마련해야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  |   입력 : 2023-04-18 19:54:3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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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소기업 현장은 일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이다. 고질적인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에 더해 주52시간제로 인해 줄어든 특근 수당으로 기존 숙련공들마저 이탈해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수준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가 연장근로를 통해 보충해 왔다. 그러나 주52시간제로 잔업을 할 수 없게 돼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감소하자 생활비, 자녀 사교육비 등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투잡을 뛰거나 택배 등 여타 업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삼중고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현상 유지도 어려운 상황인데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마저 작년 말에 일몰돼 현장에서는 별다른 대책 없이 막막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주52시간 근무제가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고,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에 따라 지난달 정부는 현행 ‘주 단위’만 허용되는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까지 확대하고, 연장근로를 노사 간 합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연장근로 단위 기간 선택지가 확대됨에 따라 업종 특성과 현장 상황에 맞는 근로시간 활용이 가능해져 중소기업들은 납기 준수와 구인난 등의 경영 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MZ세대를 중심으로 일부 근로자들 사이에서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 여론과 함께 대통령실의 보완지시 등으로 기대했던 정책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닌지 중소기업의 걱정이 크다.

이번 근로시간제도 개편의 핵심은 유연화와 자율성 확대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탄력적으로 바꾸고 시장원리에 맞게 자율성을 확대함으로써 생산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가 잘못 전달되고 상황이 꼬인 것은 새로운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아 아쉬움이 앞선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아래의 우려사항들을 해소하고 개편 취지가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동의 없이 연장근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강제 근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개편안의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노사 합의와 개별근로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더욱이 중소기업 근로자의 약 20%가 1년 내에 이직하는 상황에서 동의 없는 연장근로는 현장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둘째, 근로시간 개편으로 근로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 개편안에 담긴 연장근로 단위 기간별로 보면 1년간 주 평균 최대 근로시간은 단위별로 월 52시간, 분기 50.8시간, 반기 49.6시간, 연 48.5시간으로 현행과 같거나 최대 30%까지 감소한다.

셋째, 공짜 야근 우려가 있다. 이것은 임금체불 문제이며 이미 법으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지방노동관서에 진정·고소 등의 방법으로 권리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넷째,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만이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에서 근로자가 원하면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활용에 애로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는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빠듯한 인력 운용 사정에 기인한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서 바라는 건 인력난 해소와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법 위반 없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납기다. 특히 조선업, 금형업 등 글로벌 K-제조업의 기저에는 품질과 함께 납기경쟁력이 존재한다. 그런데 갈수록 인력부족은 심화되고 근로시간 한도는 줄어가면서 중소기업들이 납기경쟁력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심지어 노사가 합의하면 주8시간까지 가능하던 추가 근로도 작년 말로 제도가 일몰되면서 긴급 발주로 특정 기간에 업무가 집중될 때는 일감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서 극단으로 치닫는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기보다는 제도가 현장에서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안은 무엇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근로시간 개편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발생할 수 있는 사회문제 등을 예측해 세심한 대책들도 추가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간을 형성하는 중소기업 문제는 여야의 정쟁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미래세대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근로자·중소기업이 중지를 모아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근로시간 개편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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