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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세계의 좌표, 부산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3-04-02 19:51:5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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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중앙정부가 파견한 공무원들을 숱하게 만났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파견 임원들도 꽤 많았다. 그들에게 으레껏 이렇게 물었다. “부산에 와 보니 어떤 점이 좋습니까.” 부산이 고향인 이도 있었고, 난생 처음 부산에 온 이도 있었다. “부산에 와서 영광입니다.” “부산을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그들이 인사치레로 하는 대답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땐 한마디 덧붙였다. “부산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금정산과 장산, 그리고 가덕도 연대봉에 올라가세요. 한반도 등뼈를 금정산에서, 동해와 남해 경계와 부산 시내를 장산에서, 태평양으로 뻗어가는 부산 미래를 연대봉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눈빛을 반짝이는 이도, 심드렁한 이도 있었다. 짧으면 6개월, 길어야 2~3년을 못 넘기는 이들 입장에선 “산을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이나…”하며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그래서 설명해줬다. “서울 신도림역은 도시철도역 중 이용객이 많기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서울 사람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제 길을 찾아가는 이유는 3차원 서울 지도의 체화라고 봐요. 부산에서 이 세 꼭짓점을 가슴 속에 담을 수 있다면 부산 사랑의 첫 단추를 꿰는 것입니다. ‘부산이 이렇게 생겼구나’하는 입체적 지형이 생기면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 저녁마다 탐험하듯 하는 맛집, 이러저런 관광지가 손금을 보듯 새롭게 다가올 거에요.”

직선·평면·공간에서 점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의 짝이 좌표라면 세 꼭짓점은 부산을 더 생각하고 더 사랑하기 위한 기본값이다. 부산의 동서남북 끝단 좌표는 동경 129도 18분 13초, 동경 128도 45분 54초, 북위 34도 52분 50초, 북위 35도 23분 36초란 무미건조한 숫자로 나열되지만 장안읍 효암리, 가덕도동 미백도, 다대동 남형제도, 장안읍 명례리를 세 꼭짓점을 기준으로 가늠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좌표를 만든 사람은 프랑스 수학자이자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카르트(1596~1650)다. 그는 천장에 붙은 파리의 위치를 나타내는 방법을 궁리하다 좌표를 발명했단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그의 말을 살짝 비틀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부산을 사랑한다’ 아닐까.

부산이 건곤일척의 시험대에 올랐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판가름할 국제박람회기구(BIE)의 실사가 시작됐다. 실사단이 부산을 사랑하도록 만들자.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의 뱃고동을 울려야 한다. 그 좌표가 부산이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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