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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의 생각] 한일회담, 그들의 영구집권은 가능할까?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  |   입력 : 2023-03-30 20:03:1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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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 정치세력이 원하던 거의 모든 요구사항을 윤석열 정부가 들어주었다. 어쩌면 독도에까지 일본 자위대가 출몰할지 모른다. 공동경비건 공동 군사훈련 명분이건.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양국 간의 걸림돌이 된 갈등 내역은 일본 측의 완승으로 귀결된 셈이다. 정부 여당 입장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방송 논객은 말한다. 지지율 대폭락을 각오하면서 감행한 일인데 대통령 지지율 4, 5% 하락이라니 매우 다행한 일이라며 대통령실이 안도하고 있다고. 의문은 한 가지로 집약된다. 도대체 왜? 도대체 어떤 긴급한 사정이 있었고 어떤 실익이 담겨있길래 이런 일이 전격적으로 벌어진 것일까.

잠깐 내 20대 시절로 돌아가 본다. 1979년 박정희 암살이 벌어지고 불과 두 달 후 전두환 신군부 쿠데타가 자행됐다. 그들에 의해 광주 참극이며 온갖 일이 발생했건만 그들은 합법적 집권에 성공했고 장장 7년간 권력을 이어갔다. 그 시절 내내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무도한 자들의 억압적 통치가 어떻게 가능했던가.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군과 경찰력의 힘이 워낙 강해서 시민저항이 무단통치를 이겨낼 수 없었던 거라고만 생각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반추해 보니 내 생각이 짧았다. 시민저항보다 더 강력하게 군사통치를 옹호하는 기성사회 분위기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1977년에 북한 GDP를 남한이 넘어선다. 그 시절 북한의 국력이 그만큼 강했던 것이고 남침 가능성은 현실적 위협이자 공포로 존재했던 것이다. 따라서 박정희 집권 이래 권력 유지의 비결은 첫째 고도성장의 성과, 둘째 군 경찰 정보기관의 위력, 셋째 북의 침공에 대한 현실적 위기감, 이렇게 집약될 듯하다. 그 후 냉전 해체와 더불어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북한 상황이 오래고 보니 안보위기감이 크게 줄어들고 진보적 정권수립도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니 도대체 왜? 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현 정부의 한일 관계 노림수에 답이 떠오른다. 상시적인 전쟁위기 조성! 그것은 보수세력 영구집권의 요술주머니다. 일단 미국의 강력한 종용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일본과 군사동맹을 감행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완료된다면 몇 가지 가능성이 전망된다. 우선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언젠가는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다. 피차 영토 내 전쟁은 원하지 않을 것이고 전쟁의 최적 지점은 한반도이다. 베트남전이 미국의 통킹만 사건 조작으로 벌어졌듯이 전쟁 상황은 원하는 측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가능성이 추가된다. 소위 적기지 방어능력이라는 일본 측 안보전략이다. 지금도 북한은 공해상에 일본 방향으로 미사일을 날리고 있다. 만일 일본 측이 방어 명분으로 평양에 미사일 폭격을 감행하면 평택의 미군도 한국군도 자동 개입할 것이다. 곧장 한·미·일 군사동맹에 의한 전면전이다. 과연 한반도 전쟁을 일본이 마다할까.

지금 우리가 보는 북한은 남한 경제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원조 대상국이다. 하지만 그간의 남북 간 평화기조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북이 보유한 핵무기와 미사일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언제나 주도권은 일본이 쥐게 된다. 평양행 반격 포격 결정은 일본이 내리는 것이니까. 설사 평화헌법 개정이 없더라도 일본의 한반도 전쟁 위협은 상시적인 일이고 남한은 군사동맹국인 현실이다.

이른바 적대적 공생관계. 군사정부 시절 남북 간 통치집단이 누렸던 권력 강화의 비결이다. 윤석열 정부의 소망은 짐작건대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통해 상시적인 전쟁상황을 조성하는 것 아닐까. 그런 위기상황을 지속시킬 수만 있다면 다시는 진보진영으로 정권이나 의회가 넘어갈 염려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최근 한일회담의 깊은 뜻은 보수세력의 영구집권을 위한 첫 단계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기록적인 무역적자가 계속된다. 경제 다 망쳐도 좋다. 국민이 권력을 줬으니까. 자기 세력만 편드는 선택적 수사와 재판으로 정치는 검찰과 법원이 대신하는 세상이 됐다. 할 수 없다. 정권을 잡았으니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 망가뜨려도 아무 말 안 하겠다. 합법적 선거로 쟁취한 권력이니까.

하지만 단 하나, 전쟁만은 피할 수 없을까.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국지전이 있을 수 없고 개전하면 다 파괴되고 죽는다. 설사 실제 전쟁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상시적인 전쟁위기 국면이 펼쳐지면 국가는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국민 생활은 아슬아슬한 위기상황이 일상화된다. 그래, 외자가 다 빠져나가고 다시 가난한 시절로 돌아가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자녀 세대가 목숨을 건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 걸 견딜 수 있을까.

다시는 정권을 잃지 않을 것이며 국민의힘을 일본 자민당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이른바 보수인사들의 외침이 크게 울린다. 그들은 민주당 집권을 ‘노비들의 반란’이라고 지칭한다. 그들의 영구집권 마당을 깔아주는 일본과의 군사동맹 시도. 막을 수 있을까. 시민사회는 충분한 경각심을 갖고 있을까. 한때 유행한 K팝 가사가 떠오른다. ‘에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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