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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 곁의 ‘다음소희’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  |   입력 : 2023-03-22 19:42:1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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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소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이 단어는 ‘이번’ 이후를 의미하는 ‘다음’과 이름 ‘소희’를 띄어쓰기 없이 연결한 것인데, 최근인 지난달 8일에 개봉해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 중 최초로 누적관객수 10만 명을 돌파한 영화의 이름이다. 이 영화는 2017년 전주에서 현장실습생 자살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영화에서 ‘소희’는 실업계 3학년 여고생인데,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대기업에 실습생으로 들어간다. 실습생으로 들어가던 당시에 담임선생님도 최초로 뚫은 대기업이라며 의기양양했고, 집안에서도 대기업에서 실습을 한다고 기뻐했었다. 소희의 업무는 휴대폰 콜센터의 해지방지팀이었는데, 고객들의 불만 콜을 받아서 해지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업무였다.

소희는 애초에 약속된 성과급을 받기 위해 친구와 놀기로 한 약속도 어기면서까지 온 힘을 다해서 일했다. 그런데 담당 팀장의 자살, 최고의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약속된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겹친다. 왜 약속된 성과급을 주지 않느냐고 따지는 소희에게 새로 온 팀장은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실습생에게 바로 성과급을 줄 수는 없고 몇 개월 지켜본 뒤에 조건을 붙여서 줄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희의 업무 중 진상고객들의 갑질은 소희를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이쯤 되면 관객들은 그만두면 되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느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실습생 보호를 위해 ‘사업주는 현장실습생의 작업중지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되며, 작업중지 등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영화 중에서는 소희가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는 소희의 학교에서는 실습 나간 학생이 그만두게 되어 학교로 돌아오게 되면, 빨간 명찰이나 빨간 조끼를 입고 화장실청소를 해야 해서, “너 때문에 앞으로 그 회사에는 우리 학교에서 실습을 보낼 수 없다”는 질책을 수반한 주홍글씨로 작동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소희의 부모도 “회사 그만 가면 안 돼?”라고 묻는 소희의 호소를 못 들은 척 무시한다.

소희의 극단적 선택 이후에 ‘다음’은 없었을까? 2017년 11월 서귀포산업고등학교 이민호 군은 기계정비 중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했고, 2021년 10월 여수해양과학고 홍정운 학생이 잠수 관련 자격 없이 요트 아래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기 위해 잠수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들의 사업주들은 불법임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의 실태는 어떠할까?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특성화고 3학년 학생 중 33.5%가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데 곳곳에서 맹점이 확인된다. 중견이상의 기업은 심사와 승인 절차가 생략되고, 기업현장교사 1 대 1 배치 의무가 무시되며, 현장의 위험성 확인이 되지 않고, 현장실습 지도·점검 또한 일부만 이뤄지고 있었다. 더구나 교육부의 현장 지도·점검은 형식적이어서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산재사고조차 누락되어 실재적 의미가 없었다.

말하자면 ‘실습’이 아니라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위험한 곳에서의 ‘값싼 노동’인 셈이다. 부산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한 부산노동권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학생 중 10%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고, 미성년자임에도 부모 등 친권자의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일한 경우가 26.4%에 이른다. 근로계약서는 38.5%는 작성하지 않았거나 25.5%는 작성했지만 받지 못했으며, 64.5%는 급여명세서를 받지 못했고, 부당대우를 받았지만 참고 일한 경우가 49.6%였다.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은 33.4%가 없었고 31.6%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렇듯 우리 곁에는 누가 ‘다음소희’가 될지 모르는 우리의 자녀, 동생들이 존재한다. 영화 속에서 학교 교육청 노동부 모두가 실습생의 문제는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거나, 국가 재정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자기변호를 하는 모습에 분노하며, 진실을 파헤치고 ‘소희’의 죽음을 알리려고 한 경찰(배두나 역)의 몸부림이 외롭지 않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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