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와 현장] 대심도 토사 유출 사고를 보며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3-03-08 19:54:4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달 28일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부산시가 이례적으로 긴급 브리핑을 했다. 시가 발표한 내용은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에서 붕락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지하 60m 아래에서 진행 중인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장에서 흙과 돌이 흘러내렸는데, 그 양이 25t 트럭 40대에 실을 양(부피 750㎥, 무게 1000t)이라고 했다. 시는 우선 현장을 안정시키고 긴급 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토목학회 전문가들이 현장을 진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명 피해가 없음을 강조했지만, 뭔가 큰일이 벌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사고의 발단은 이랬다. 지난달 24일 오후 8시30분부터 사고 현장에서 조금씩 흙이 흘러내려 작업자들이 모두 철수했고, 4시간 뒤인 지난달 25일 새벽 12시40분 다량의 흙과 돌이 쏟아졌다.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시 건설본부는 현장을 수습하는데 이틀을 보냈고, 사고 발생 사흘 만인 지난달 27일 오후 5시50분 시 행정부시장과 부산교통공사에 상황을 전했다. 이에 교통공사는 곧바로 사고가 난 지점인 만덕~센텀역 일부 구간의 전동차 운행 속도를 시속 70㎞에서 25㎞로 낮춰 서행 운전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8일 오후 늦게서야 언론을 통해 시민에게 이를 공개한 것이다.

시 건설본부는 브리핑에서 사고 전에 인부들을 대피시켜 인명 피해가 없어 초동 대처가 잘 됐고 현장과 도시철도, 지상 구간에 설치한 계측기도 수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현장이 안정화됐다고 자평했다. 또 사고 현장의 안정과 보완 조치에 시간이 다소 걸려 공개 시점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고 인명 피해도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걱정할 것은 없다는 태도였는데, 과연 그럴까.

토사 유출 사고가 난 지점은 많은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와 사람이 사는 주거지가 혼재한 도심이다. 내가 사는 집, 내가 차를 타고 지나는 도로 아래에서 큰 터널을 뚫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시민은 발밑에서 뭔가 큰 사고가 났다는 얘기만 들어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만약 흙이 흘러나온 지점을 모두 찾지 못하거나 다시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토사 유출이 반복된다면? 상황이 진정되지 않아 사고 영향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대심도 공사 구간에 사는 이가 발을 쭉 뻗고 편하게 잠들 수 있을까.

공사를 맡은 시나 시공사는 상황이 안정된 만큼 더 이상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한다. 또 기술적으로 충분히 보완 조치가 가능하고, 한 달 내내 계측기를 모니터링하여 상황을 점검하겠다며 시민을 안심시킨다. 시나 시공사 입장에선 이런 추측이 과하다고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수준은 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불안하고 무섭다. 특히 이런 심각한 상황을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난 뒤에서야 시 행정 책임자에게 보고하고, 시민에게 사흘 만에 알린 것을 놓고 과연 시가 시민을 먼저 생각했다고 할 수 있을까. 당시 해외 출장 중이어서 자리를 비운 박형준 부산시장이 있었더라도 이렇게 늦게 보고됐을까.

현장에서는 당시 상황을 안정시키고 긴급 조치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었다고 얘기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롯데건설은 사고가 발생한 지 10시간이 지나서야 시 건설본부에 상황을 알렸고, 시 건설본부 역시 뒤늦게 행정부시장에게 알렸다. 롯데건설과 건설본부가 현장을 수습하려다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뒤늦게 보고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시는 여론이 악화되자 이번 사고에 대한 전담팀을 꾸리고 대심도 공사에 대한 별도 안전대책 매뉴얼을 만드는 등 수습에 나섰다.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시의 안일한 대처가 시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설마’하는 안일한 인식이 깔려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부산지역 모든 공사 현장이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

김현주 메가시티사회부 차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우리는 출근 어떡하라고…” 부암·당감 주민 17번 버스 폐지 반발
  2. 2부산추모공원 포화율 88%…1개 층 확충 땐 2040년까지 충분
  3. 3“철거 막고 지하수 파고…생존 몸부림이 공동체 시작이었지”
  4. 440대 때 운전대 놓고 흑염소 몰이…연매출 15억 농장 일궈
  5. 5석면도시 부산, 검진예산 증액
  6. 6“대중교통 통합할인 대신 무상요금제를”
  7. 718세기 서구도 ‘한국해’ 인정…당시 영국 지구모형에 선명한 증거
  8. 8도시첨단산단 조성 급물살…풍산·반여시장 이전 마지막 난제
  9. 9더 파워풀한 변신, ‘걷는 사람들’이 셔플댄스 추며 돌아왔다
  10. 10“제2 이대호는 나” 경남고 선배들 보며 프로 꿈 ‘쑥쑥’
  1. 1“대중교통 통합할인 대신 무상요금제를”
  2. 2과방위원장 선출 장제원, "민주당 의원들께 감사" 뼈 있는 인사
  3. 3태평양도서국 잇단 “부산엑스포 지지”(종합)
  4. 4도심융합특구 특별법 법안소위 통과, 센텀2지구 등 사업 탄력
  5. 5북한 정찰위성 카운트다운…정부 “발사 땐 대가” 경고
  6. 6北 군부 다음달 위성 발사 발표, 日 잔해물 등 파괴조치 명령
  7. 7파고 파도 나오는 특혜 채용 의혹에 선관위 개혁방안 긴급 논의, 31일 발표
  8. 8괌 발 묶인 한국인, 국적기 11편 띄워 데려온다
  9. 9국힘 시민사회 선진화 특위 출범…시민단체 운영 전반 점검
  10. 10전현희 권익위원장 "특혜채용 선관위,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1. 1도시첨단산단 조성 급물살…풍산·반여시장 이전 마지막 난제
  2. 2대마난류·적도열기 유입에 고온화 ‘숨 막히는 바다’ 예고
  3. 3金겹살·고등어 가격 내릴까…내달 7개 품목 할당관세 ‘0%’(종합)
  4. 4부산광역시- ‘메이드 인 부산’ 위성 쏘아올린다, 해양데이터 수집해 신산업 육성
  5. 5해양수산부- 국적선 무탄소 선박으로 단계적 전환…해양 기후변화 연구 강화
  6. 6부경대학교- 해양환경 감시용 형광물고기 개발…수산물 이용한 대체육도 연구
  7. 7주가지수- 2023년 5월 30일
  8. 8한국해양대학교- 고급 해기사 요람…첨단 장비로 실전 교육, 원양항해 통해 실습
  9. 9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탄소 제로 ‘차도선’ 시범운항…암모니아·SMR 추진선 개발 진행
  10. 10동원개발- 재개발·재건축 사업 강자…센텀·북항 초고층 ‘SKY.V’도 박차
  1. 1“우리는 출근 어떡하라고…” 부암·당감 주민 17번 버스 폐지 반발
  2. 2부산추모공원 포화율 88%…1개 층 확충 땐 2040년까지 충분
  3. 3“철거 막고 지하수 파고…생존 몸부림이 공동체 시작이었지”
  4. 440대 때 운전대 놓고 흑염소 몰이…연매출 15억 농장 일궈
  5. 5석면도시 부산, 검진예산 증액
  6. 6수가 30% 더 받는 비대면 진료…소아과 초진 허용, 처방은 불가
  7. 7경찰, 한동훈 개인정보 유출 의혹 MBC 기자 압수수색
  8. 8[포토뉴스] 이제 다 자랐어요…둥지 떠나는 새끼 따오기
  9. 9“양질의 기장 철마 한우, 저렴하게 맘껏 드세요”
  10. 10태도국 정상들, 부산과 해양수산 협력 한뜻
  1. 1“제2 이대호는 나” 경남고 선배들 보며 프로 꿈 ‘쑥쑥’
  2. 2김은중호 구한 박승호 낙마…악재 딛고 남미 벽 넘을까
  3. 3야구월드컵 티켓 따낸 ‘그녀들’…아시안컵 우승 향햔 질주 계속된다
  4. 4수영 3개 부문 대회新…부산, 소년체전 85개 메달 수확
  5. 5‘매치 퀸’ 성유진, 첫 타이틀 방어전
  6. 6부산고 황금사자기 처음 품었다
  7. 7과부하 불펜진 ‘흔들 흔들’…롯데 뒷문 자꾸 열려
  8. 8부산, 아산 잡고 2연승 2위 도약
  9. 9한국 사상 첫 무패로 16강 “에콰도르 이번엔 8강 제물”
  10. 10도움 추가 손흥민 시즌 피날레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바뀐 것이 원인이다
낙동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기고 [전체보기]
한국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키, 원자력발전
태평양 도서국 기후위기 먼 산의 불 아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BIFF 사태, 단순 내부갈등으로 치부될 일인가
업자에 돈 빌려준 경찰들…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었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일회담, 그들의 영구집권은 가능할까?
한국은 여기까지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피리와 히치리키
엑스포와 나비효과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산은, 새 성장축 발전에 동참하길
‘소통 부재’를 해결하는 법
도청도설 [전체보기]
동남아 이모님
여름 독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해 뒷고기
명태 산업
사설 [전체보기]
엑스포 가능성 높여줄 태평양도서국 정상 부산 방문
삼락·화명수영장 개장 또 무산, 시민 기대 외면한 행정
세상읽기 [전체보기]
증거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
‘감사하다’라는 인생의 보약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가족에게 감사의 꽃을 드립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나에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경제 괜찮은가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중세의 혐오와 공감의 정치
원도심은 지붕 없는 박물관?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밥의 길, 쌀의 미래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새옹지마
봄의 낭만에 대하여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어린이를 위한 음악
두 마리 토끼, 콘골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남농산수화’의 탄생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CEO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부산을 꿈꾸며
지역서도 유니콘 기업 나와야 한다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해양주간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