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지운 김도희 감독이 2021년 만든 다큐멘터리 ‘차별’의 행보가 올해 부쩍 활발하다. 지난 9일 스웨덴 골든버그대학교에서 ‘차별’ 상영회가 열렸다. 이 대학에 다니는 일본 내 조선학교 졸업생이 주최했다. 지난 19일엔 일본 히로시마의 소셜북카페 히치도리샤에서 ‘차별’을 세 번 상영하고 두 시간에 걸친 좌담을 진행했다.

그날 좌담에서 아다치 유이치 히로시마무상화재판 변호단장이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는 재판에서 졌기 때문에 죄송하다. 왜 졌을까 많은 생각을 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늘 ‘차별’을 보고 다시 소송 시작 당시의 마음을 떠올렸다. 다시 힘을 내서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두 감독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다큐멘터리 ‘차별’의 발걸음은 이어진다. 23일 후쿠오카 상영회(후쿠오카시 변호사협회 회관)를 연 데 이어, 오는 3월 5일 도쿄제2조선초급학교 상영(2회), 3월 6일 부산 언론·배급 시사회(영화의전당 오후 7시30분), 3월 9일 서울 언론·배급 시사회(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오후 4시30분), 3월 23일 한국 극장 개봉, 4월 1일 일본 오사카 씨네누보영화관 개봉.

이 작품은 일본 정부가 고교 무상화 정책을 펴면서 재일동포 학생들이 다니는 재일 조선인학교를 제외해버린 데 대해, 해당 학교의 재일동포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뒤 펼쳐지는 과정을 담았다. 두 감독은 2017년 7월 1심 판결부터 2019년 4월까지 소송 과정을 기록했다. 재일동포만의 투쟁으로 국한하지 않고, 교육과 인권 등 인류 보편 가치를 기준으로 가져와 일본 정부의 조처를 명백한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학생, 학부모, 대부분 구성원이 일본인인 변호인단, 한·일의 연대 단체 등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이런 시선은 공감을 얻었다. 다큐멘터리 ‘차별’은 2021년 제1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아시아발전재단상을 받았다. 이어 제17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 초청됐다. 영화 속에서 학생들은 “BTS를 좋아한다”며 해맑게 웃다가 패소 판결에 엉엉 운다.

‘차별’을 찍은 두 감독은 부산에 근거지를 둔 조선학교를 생각하는 시민모임 봄에서 활동한다. 두 사람은 인류 보편 가치를 새기고 차별을 기록하기 위해 열심히 일본을 오갔다. 이 작품이 다음 달 23일 국내 상영관에서 정식으로 개봉한다니, 뜻깊다.

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