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해 얼굴을 15바늘이나 꿰맸는데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해줄 보호자가 없어 가해자 측으로부터 전혀 배상을 못 받고 있다면 그 심정이 어떠할까? 갓난아기였을 때 버려져 부모의 생사도 모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한 아버지 시신을 가져가고 아버지 채무를 변제하라는 통지를 받는다면 그 심정이 어떠할까? 위 이야기는 필자가 직접 법률지원을 했던 아동복지시설 퇴소아동의 실제 이야기다.

아동복지법 제16조에 따라 18세가 되면 미성년인 상태에서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해야만 한다. 이렇게 퇴소하는 아동 수는 전국적으로 매년 2500여 명이나 된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이 가장 많고 그다음 서울 전남 순이다. 18세에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퇴소아동의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법의 미비로 미성년인 퇴소아동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본인에게 발생한 모든 법률문제를 혼자 해결해야만 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는 것이다.

‘보호시설에 있는 미성년자의 후견 직무에 관한 법률’(약칭 시설미성년후견법)이 있다. 아동복지시설에 국한해 이야기하자면 국가·지자체 운영의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고아 미성년자에 대하여는 해당 아동복지시설장이, 국가·지자체가 아닌 자가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고아인 미성년자는 해당 시설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이 후견인이 된다.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고아가 아닌 미성년자에 대하여는 해당 아동복지시설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후견인이 지정된다.

그런데 여기에 사각지대가 있다. 18세가 되어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한 아동은 아직 미성년자인데도 불구하고 해당 퇴소아동을 보호하고 퇴소아동에게 발생하는 각종 법률행위에 따른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도와줄 후견인이 없다. 18세 미성년자인 아동복지시설 퇴소아동에게 후견인이 없는 이유는 시설미성년후견법 제2조 및 동법 시행령 제2조 제1호에서 후견인을 지정·선임할 수 있는 보호시설의 범위에 ‘아동복지법 제52조에 의한 아동복지시설 중 제5호 자립지원시설(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한 아동에게 취업준비기간 또는 취업 후 일정기간 보호함으로써 자립을 지원하는 시설)’만을 제외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자립지원시설만을 제외해야 할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비록 자립지원시설에는 아동복지시설 퇴소아동 중 성년자도 포함돼 있지만, 후견인 지정 및 선임에 있어서는 그 대상자가 미성년자로 국한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일률적으로 자립지원시설을 시설미성년후견법의 적용대상 보호시설에서 제외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설미성년후견법 시행령 제2조 제1호를 ‘아동복지법 제52조에 의한 아동복지시설 중 제5호 자립지원시설’도 포함하도록 개정해 자립지원시설에 있는 18세 미성년자인 퇴소아동에 대하여도 후견인 지정 및 선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립지원시설에 거주하지 않는 18세 미성년자인 아동복지시설 퇴소아동은 어떻게 후견인을 선임해야 할까? 매년 아동복지시설 퇴소아동 중 자립지원시설에 입소하는 수는 전체 퇴소아동의 약 3분의 1에 그친다. 나머지는 자립지원의 중간단계 없이 바로 미성년인 상태로 사회에 나오게 된다. 실무적으로, 아동복지시설을 이미 퇴소한 아동에 대하여 해당 아동복지시설장으로 하여금 실질적 공동생활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퇴소아동의 후견인을 하라고 한다면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공공후견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현재 공공후견제도는 성년인 발달장애인과 치매노인 등에 국한해 정책적으로 시행된다. 여기, 18세 미성년자인 아동복지시설 퇴소아동을 위한 공공후견제도의 도입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고작 1년인데, 그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어?’ ‘퇴소아동들이 먼저 싫다고 할 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1년은 향후 10년을 결정짓는, 아니 퇴소아동의 삶 전체를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런 점에서 18세 미성년자인 아동복지시설 퇴소아동을 위한 미성년후견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