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성형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 중 자신의 외모·인상 뿐만 아니라 살아온 과거사를 언급하며 관상 팔자까지 진지하게 상담하는 분이 종종 있다.

그림= 서상균 기자

최근 50대 여성이 안면거상과 눈·코 성형을 문의하러 방문했는데 상담도 하기 전부터 나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보이며 수술 예약부터 하겠다고 했다. 요즘은 성형외과 방문 전 인터넷 등으로 먼저 알아보고 내원하는 사람이 많아, 나는 내심 그동안 열심히 수술해 온 보람을 느끼며 흐뭇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 여성이 수술날짜와 시간이 적힌 종이를 내밀며 그때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용한 점집에서 관상을 좋게 하는 성형수술을 권유받았는데, 어디에서 수술할지 여러 성형외과 원장 얼굴을 보여주었더니 나를 찍어줬다는 것이다. 환자는 ‘신이 선택한 의사’라며 나에게 무한신뢰를 보였지만 정작 사연을 듣고 나서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정말 관상이 운명을 결정짓는다면 과연, 성형수술로 얼굴 생김을 바꾼다면 운명도 바뀔까? 중국의 관상학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7세기 초 신라 선덕여왕 때로 알려졌다. 고려말 승려 혜징이 이성계를 보고 왕이 될 상이라고 예언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뽑을 때 관상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기록 등으로 보아 관상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오늘날까지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여겨진다.

관상의 사전적 의미는 ‘수명이나 운명 따위와 관련이 있다고 믿는 사람의 생김새, 얼굴 모습 또는 체형이나 습관을 보고 그의 운명 성격 수명 따위를 판단하는 일’이다. 관상은 얼굴 260여 부분의 세부요소를 대략 12부위로 나누어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운명 수명 등을 판단하는데 의학의 힘을 빌려 세부적인 얼굴 생김에 변화를 줘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 ‘관상성형’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성형외과에서 시행하는 이마성형 쌍꺼풀수술 눈매교정 코성형 귀성형 안면윤곽 등 성형의 모든 범주가 관상성형이 될 수 있지만 관상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고 관상성형은 당연히 전문 의학 용어도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결혼 취업 등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성형수술을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성형수술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 관상성형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성형수술을 원하는 사람 대다수는 예뻐지거나 어려 보이는 것, 좋은 인상이 주된 목적이고 관상에 관해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좋은 인상=좋은 관상’ 개념을 가진다. 그런데 인상과 관상은 얼굴 생김을 보고 판단한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인상은 이목구비 생김에만 중점을 두는 반면 관상은 생김새와 더불어 태도와 정신 등 심상까지 고려한다는 면에서 다르다. 성형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얼굴 생김새인 ‘인상’이다. 관상성형으로 관상이 좋아졌고 이후 운이 잘 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성형수술 후 호감 가는 외모로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삶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고 무엇보다 자기만족이라는 심리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성형수술은 균형 잡힌 조화로운 얼굴, 호감을 주는 좋은 인상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좋은 인상을 위해 의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외모의 변화보다 복을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미래의 길흉화복은 현재 자신의 노력과 마음씀씀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 얼굴만 변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형수술만으로 자신의 삶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정말 위험하며 단순히 얼굴의 생김새가 달라졌다고 운명이 달라진다는 지나친 맹신은 관상성형의 잘못된 오해다.

성형은 무엇보다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기초로 충분한 고민을 통해 성형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