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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크리스마스의 약속입니다

장미영 소설가

  • 장미영 소설가
  •  |   입력 : 2022-12-25 20:10:0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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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아이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울면 안 되고, 짜증 내면 안 되고, 장난쳐도 안 되고, 심술부리거나 투정 부려서도 안 되고, 특히 선생님 말씀은 더 잘 들어야 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별 미안한 마음도 없이 내뱉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작년에 했을 법한 이 말을 또 우려먹는 건, 크리스마스가 왔기 때문입니다.

“잠잘 때도, 일어날 때도,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네가 한 일을 모두 다 알고 있다” “오늘, 우리 동네에도 다녀가신다” “누가? 산타 할아버지가! 그러니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등 언제나 결말은 무시무시합니다. 밝고 긍정적인 표현은 눈 씻고 봐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 아이와 믿지 않는 아이로 나눠집니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 여부를 믿지 않는 나이 찬 아이들에게는 선생님 말 역시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에게는 그런대로 먹히는 모양입니다. 산타복 차림에 흰 수염을 붙이고 커다란 선물 주머니를 둘러맨, 그토록 오매불망 기다리는 산타 할아버지가 비록 산타로 합체한, 아니 변신한 체육선생님일지언정 웃음과 환호성으로 반갑게 맞이하는 걸 보면. 간혹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리거나 굳어버리는 아이도 있지만. 에잇, 거짓말! 하고 반신반의하던 아이들까지 덩달아 기뻐하니 어쨌든 크리스마스가 좋기는 좋은가 봅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에는 받고 싶었던 선물이 하나씩 늘어났던 것 같습니다. ‘강아지 키우게 해주세요’ ‘글 쓰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 칼럼 쓰고 싶어요’ ‘첫눈 내리는 날, 단짝 친구를 만나게 해주세요’ ‘턴테이블과 LP판이 갖고 싶어요’. 말하자면 이런 것들 말입니다. 어릴 때는 왜 그렇게도 바라는 것이 많았던지. 그 욕심도 함께 자란 탓일까, 어느덧 욕심 많고 협박을 일삼는 어른이 돼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산타 할아버지는 참 너그러운 분이신 듯합니다. 협박을 일삼는 제가, 아이들에게 편식하지 말라고 하고는 콩밥이 나오면 콩만 걷어내고, 카레가 나오면 맨밥을 달라고 투정 부리고, 글 쓰는 재주 하나 없으면서 글쟁이가 되고, 용케 칼럼까지 쓰고 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첫눈 내리는 날은 아니었지만 어느 따뜻한 계절, 오래된 단짝 친구를 만났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았던 돈으로 중고 텐테이블도 구입했습니다. 바라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빠짐없이 챙겨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시장에 내렸습니다. 중고 악기 가게며 옛날 돈이나 각종 기념주화를 파는 가게, 앤티크만 취급하는 가구가게, 칼국숫집, 떡집 등 마치 정겨운 시골 장터 같았습니다. 터벅터벅 걷다, 사오기’라는 가게 앞에 섰습니다. 사오기? 제주도의 나무를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랍니다. LP판을 사고판다는 현수막을 보자마자 무작정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소 갖고 싶었던 LP판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걸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LP판이 쌓이고 쌓였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아 추려내는 과정을 거쳐 대여섯 개의 LP판을 살 수 있었습니다. 에어서플라이, 존 덴버, 아-하, 영화 풋루즈며, 플래시댄스 앨범까지. 가격을 흥정한 끝에 5000원이 지갑 속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또 하나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LP판을 올려놓자 판이 튀고 긁는 소리가 납니다. 산타의 존재를 믿거나 안 믿거나 상관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는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빛나니까요.

오헨리의 ‘크리스마스의 선물’에서 보면 가난한 짐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 세트를 삽니다. 가난한 델라는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의 시계 줄을 마련합니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어 가집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벅찬 선물을, 많이도 받았습니다. 오롯이 다 받아도 되는 것인지 복에 겨운, 걱정이 앞섭니다. 가난한 두 부부처럼, 이제는 제가 가진 걸 여러 사람과 나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덜어내는 데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협박을 일삼는 그런 선생님은 되지 않겠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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