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대통령실은 “부족한 점이 많고 아쉬운 점을 다 충족시키지 못한 6개월이었을 수 있다”고 몸을 낮췄다. 또 “남은 4년 6개월은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고,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며, 대외적으로도 국가와 국민을 보위할 수 있는 윤석열 정부의 비전과 정치적 지향점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튿날인 지난 10일, 취임 6개월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소회는 전해지지 않았다. “글쎄, 뭐 특별한 소감 없습니다. 일해야죠.” 지난 5월 1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첫 출근 때 윤 대통령 말이 떠올랐다. 달라진 것이라면 희망과 기대가 낙담과 냉정한 평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그 무렵 윤 대통령 지지율은 52%였다. 하지만 방송 3사가 최근 조사한 지지율은 28.7~33.4%로 곤두박질쳤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만들고자 열심히 일한다 하겠으나, 국민은 측근 중심 편중·부실 인사, 경제·민생 해결책 부족, 국민 통합·협치 부족, 재난 대응 부실, 한반도 위기 고조 등을 들어 박한 평가를 내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21%)에 이어 역대 최저 2위다.
답답하기로야 윤 대통령 속이 타들어 가겠지만 지켜보는 국민도 시쳇말로 ‘고구마 100개를 삼킨 듯’ 하긴 마찬가지다.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과 태도엔 ‘무엇을 위해, 어떻게’ 라는 비전과 방향성이 명확해야 한다. 이게 보이지 않으니 문제다. 윤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겼다. 천차만별인 국민의 삶과 다양한 생각을 살피는 것이 순서다. 자신의 모든 행위가 정당성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그 괴리만큼이 공감의 차이다.
‘시작이 반’이라 하나 임기의 10분의 1을 지났을 뿐이다. 갈 길이 구만리다. 6개월을 지나는 즈음, 신발끈을 고쳐 매기에 적당한 타이밍이다. 윤 대통령이 먼저 ‘내 탓이오’를 외쳐야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새 정부 출범 181일 만에야 1기 내각을 갖췄다. 역대 두 번째로 늦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은 195일 만에 완성됐으나 대통령직인수위가 없었다. 그 사이 대통령실과 정부 각료 인사에서 검찰 편중 인사로 검찰 공화국이란 힐난을 자초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 칭하며 내부 갈등을 표출한 데다 유엔 총회 방문에선 비속어 논란을 빚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무속인 비선 논란, 보수 유튜버를 비롯한 사적 채용 논란, 조문 논란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특히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인사들이 오히려 실점 요인을 제공했다. 책임론을 회피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회에서 ‘웃기고 있네’란 메모로 속마음을 들킨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모자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기자 회견에서 농담을 서슴지 않았다. 공자의 준엄한 질타는 국민 마음과 다를 바 없다. “옛날 뜻이 높은 사람은 작은 예절에 얽매이지 않는 병폐가 있었으나 요즘은 방탕하기만 하다. 옛날 긍지를 가진 사람은 엄격한 병폐가 있었으나 요즘은 사납게 위세만 부린다. 옛날 우직한 사람은 고지식한 병폐가 있었으나 요즘은 간사하기만 하다.”(‘논어’ 양화편) 바탕은 순수하지만 평정심을 잃은 위정자도 용납하기 어렵지만, 국민을 제대로 감싸안지 못한 채 잘못을 반성하지 못한다면 버림받기 십상이다. 공복의 기본 자세는 권위와 영리가 아니라 봉사와 희생이다.
윤 대통령의 지난 10일 출근길 문답은 외교 및 국내 현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첫 동남아 순방. 또 하나는 야권이 요구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 두 사안은 현재진행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프놈펜에서 한일,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졌다. 또 윤 대통령은 “국민은 과학·강제수사를 바라고 있다”며 야권 요구를 일축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자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귀국하면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권과 내년 예산안을 두고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그 매듭 가운데 하나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다. 협치의 실마리를 푸느냐 마느냐는 윤 대통령에 달렸다. 야당의 마음을 얻어야 공약을 정책화할 수 있다.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은 야당 협조 없이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좌초 국면인 부산 울산 경남 특별연합(메가시티)도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윤 대통령 의지에 따라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정권을 잡은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정상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