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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칼럼] 수려한 가을, 메마른 공기

  • 유희동 기상청장
  •  |   입력 : 2022-11-12 06: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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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 머무르면서 가을 햇살만큼 소중한 것을 낭비하는 일은 견딜 수 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낮 시간을 야외에서 보낸다.” 소설 ‘주홍글씨’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이 한 말로, 이처럼 가을은 많은 사람이 야외로 향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을 맞아 속초시가 개최한 산불 진화 훈련이 지난 8일 오후 노학동 종합경기장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습하고 무더운 여름의 후텁지근함이 사그라지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공기는 점점 시원하고 건조해진다. 게다가 높고 푸른 하늘과 그 아래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단풍은 수려한 경치를 자아낸다. 이러한 계절의 특성 때문에 가을은 독서·축제의 계절 등으로 불린다. 실제로 가을에는 많은 이들이 나들이와 여행을 떠나고, 전국 각지에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열리곤 한다.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날씨와 풍광을 몸소 느끼기 위해 많은 이들이 산을 찾는다. 그런데 날씨가 좋다고 해서 마냥 가을 산을 즐기기만 해도 되는 것일까? 산림청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가을과 겨울에 발생한 산불 건수는 전체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았으며, 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 소각, 담뱃불 실화 순이었다. 멋진 가을 산을 만끽하되, 산불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할 수 있겠다.

기상청에서는 건조한 날씨로 인한 산불 등 재해 발생에 대비하여 건조 특보를 운영하고 있다. 건조 특보는 건조주의보·경보로 나누어지는데,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 35% 이하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건조경보는 실효습도 25% 이하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발표된다.

여기서 실효습도란 목재 등의 건조도를 나타낸 지수로서, 값이 낮을수록 건조함을 의미한다. 실효습도는 화재 예방의 목적으로 수일 전부터의 습도에 경과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 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습도가 높더라도 목재가 오랫동안 말랐다면 실효습도는 낮게 나타난다. 따라서 실효습도가 낮을 시에 화재가 발생하면, 이는 큰 화재로 번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건조 특보가 발표되는 경우 약간의 바람에도 작은 불씨가 큰불로 이어질 수 있어, 주택화재나 산불 등 각종 화재 예방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특히, 산불 발생의 주요 원인인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쓰레기 소각이나 논밭 태우기, 담배꽁초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고, 야외 활동 시 화기 사용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에서는 건조특보 운영과 더불어 산불이 발생했을 때 중·소형 산불에 대해 산불 및 기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기상지원을 수행하여 대형 산불에 대한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 기상지원에는 방화선 구축 및 화선의 진행 방향 파악을 위한 지상 바람과 소방 헬기 운영에 필요한 시정, 고도별 바람, 난류 등이 포함된 산불 현장 중심의 맞춤형 기상정보를 산림청 등 유관기관에 제공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또한, 대형 산불 발생 시 기상지원과 동시에 이동형 방재기상관측장비 또는 기상관측차량을 활용하여 풍향·풍속, 습도, 기온 등 현장 중심의 기상관측자료를 생산 및 제공한다.

유희동 기상청장
올봄 울진·삼척 산불, 밀양 산불로 인해 전국적으로 많은 산림이 소실되었고,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피해와 아픔이 이번 가을에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짙어가는 가을이 아름다운 계절로 남겨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며, 기상청도 산불 예방과 대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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