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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전도서관 가치는 역사성에 있다

60년 세월 공공기능 주도…낡고 협소한 건물은 폐쇄, 개발과 보존 다툼 무의미

미래 지향 도심 문화 위해 닫힌 문 여는 방안 고민을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2-10-31 19:56:2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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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부산에는 도서관이라곤 딱 하나 있었다. 중구 동광동 부산시립도서관이다. 부산시교육위원회 옛 건물을 사용했던 터라 장소는 좁았고 시설은 낡았다. 인구 팽창으로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며 부산이 사회 문화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쳐 도약하던 시기와 맞물려 시립도서관 시설 확충과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1962년 4월 20일 부임한 육군 준장 출신 김현옥 부산시장이 시립도서관 신축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추진력을 발휘했다. 지금의 부전도서관 자리에 들어선 시립도서관은 1963년 8월 5일 개관했다.

부전도서관을 언급할 때면 ‘부산 최초 시립 공공도서관’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데는 그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던 게다. 대지 4112.1㎡(1246평)에 그 시절에는 ‘현대식’이었던 철근콘크리트 2층 건물(건평 735평)이 1963년 6월 30일 완공됐다. 연륜이 쌓였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도서관 건물은 너무 낡고 좁은 공간 구조 탓에 보존 가치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현실이다. 부전도서관 개발과 공공성 보존 다툼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부전도서관 개발 논란은 2012년 말 쇼핑몰을 겸한 도서관 재건축 계획(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부터 시작됐다. 당시 “부전도서관이 반 세기만에 변신한다”는 말이 나오는 등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성보다 민간업자의 이익에 치중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땅은 부산진구, 건물은 부산시, 운영권은 부산교육청이 각각 지닌 부전도서관 ‘3대 주체’의 입장도 갈렸다. 시가 지역의 개발을 주도하고 운영권은 사업소(교육청 등)에 맡기던 시대를 지나 지방자치제도가 본격화하면서 해당 토지가 부산진구청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도서관 소유와 관리 주체가 지금처럼 복잡해졌다. 일부 학계와 문화계 인사들까지 나서 오래 된 건물의 원형 보존(리모델링)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흐른 ‘도서관 변신 작업’은 결국 표류하고 말았다. 그 사이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가고 올해 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은 부전도서관은 문을 닫고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공공도서관 역할을 할 날은 기약이 없다.

이는 외형적인 건물 형태 변화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가 크다. 내부 공간과 시설 리모델링의 원형 보존이든, 건물을 허물고 완전 새로 짓는 복합개발이든 각자 시선에 따라 그 나름 합당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낡고 초라한 건물에 불과한 2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을 오래 됐다는 이유로 원형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다. 쇼핑몰 위주의 복합건물에 도서관을 배치하겠다는 발상에도 동조하기 어렵다.

2013년 부산공공도서관 연구대회 보고서 ‘부전도서관 변천사’를 살펴보면 이 도서관의 역사성은 남다르다. 개관 이후 열람실은 물론 아동실, 여학생열람실, 정기간행물실, 시청각실(영화상영 음악감상 전시 각종 강연 및 세미나 개최), 도서정리실, 사서실 등 현재 도서관 운영 구조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했다. 1963년 이동도서관(용두산공원 내)에 이어 동래분관(1968년 11월)과 바다도서관(1970년 7월 광안리해수욕장), 수정분관(1976년 1월)을 설치하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 썼다. 어린이 독서학교(1973년 여름)와 자동차 이동도서관(1981년 10월) 운영, 도서관 밖 책 대출(1981년) 시행 등도 눈길을 끈다. 개관 당시 4만5864권이었던 장서는 매년 3000권 안팎이 늘어 1982년에는 20만 권이 넘었다.

부산시립도서관이 ‘부전동 시대’를 접고 1982년 8월 부산진구 초읍동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명칭 변화가 생겼다. 초읍동 쪽은 ‘부산시민도서관’으로, 부전동 종전 도서관은 ‘부전도서관’으로 각각 이름이 정해졌다. 부전도서관의 장서와 자료들이 시민도서관으로 옮겨지는 등 시립 공공도서관의 ‘초읍동 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이후 부전도서관은 자료실 개가제(1987년 8월), 도서관 업무 전산화(1992년 4월), 직장문고실(1998년 3월)과 지하철북카페(2006년 5월) 개설 등 시대 흐름에 따른 맞춤형 공공도서관 시스템 운영을 이끌었다.

부전도서관의 미래 그림을 그리는 각 집단이 ‘자기만의 논리 싸움’에 매몰되면서 정작 그 가치는 실종된 느낌이다. 부산 최대 번화가의 금싸라기 땅을 활용해 이익을 챙기겠다는 민간 사업자의 개발 논리가 못마땅하다. 그에 편승한 일부 관료들의 저급한 인식도 문제다. 무엇보다 건축사적 의미를 따지기에는 논란이 있을 건물이 단지 긴 시간 지탱했다는 점만 들어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원칙론자들’은 대책 없다. 내년엔 건물이 건립된 지 60년이 되는 부전도서관 문이 어떤 형태로든 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하겠다. 중요한 역사적 가치는 보존하고, 미래 지향적인 문화시대를 열 도심 최고 가치의 공공도서관을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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